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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8) 데바닷다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 18.

<법구경(8)   데바닷다 이야기>

 

<서울 길상사 걸식하는 비구상>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때,

부처님의 사촌 동생인 데바닷다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9,10번을 설법하시었다.

 

한때 부처님의 으뜸 가는 두 제자인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는

사왓티(사위성:코살라국의 수도)로부터 라자가하(왕사성:마가다국의 수도)에 갈 일이 있었다.

 

그때 라자가하 사람들은 일천명의 비구들을 초청하여 아침 공양을 올렸는데,

그 중 재가 신도 한 사람이 굉장히 비싼 고급 천을  공양 올리는 일을  담당하는 비구에게 보시했다.

 

그 재가 신자는 그 비싼 천을 공양 올리면서

만약 라자가하 사람들의 힘으로 일천명의 비구들의 공양을 준비하는데

돈이 부족하면 이 천을 팔아서 비용을 충당하고,

만약 공양을 준비하는데 돈이 충분할 때에는 이 천으로 가사를 만들어서 

그 가사를 입기에 합당한 비구에게 공양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음식을 공양하는 데에는 따로 더 이상 비용이 필요 없어서

그 고급 천은 팔지 않아도 좋았으므로

그것으로 누구의 가사를 짓는 것이 합당할지를 논의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사리불 존자나 목련 존자를 비롯한 다른 비구들은

사왓티에 머물면서 가끔씩만 라자가하에 들리지만,

데바닷다 비구만은 늘 이곳에 머물러 우리를 지도하는 분이니만큼

이 천으로는 데바닷다 비구의 가사를 짓는 것이 합당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래서 그 옷을 데바닷다 비구에게 공양 올렸다.

그렇게 옷을 공양 받은  데바닷다는 그 가사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는 그 옷을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은근히 뽐냈다.

일군의 비구들을 통해 그 사실이 제따와나 수도원에 계시는 부처님께도 전해졌다.

 

 부처님께서는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데바닷다는 그런 고급스러운 옷을 입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라.

그런데도 그는 그 옷을 입고 부끄러워할 줄을 모르는구나.

데바닷다가 이런 부적합한 행동을  한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데바닷다의 전생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 데바닷다는 전생에 코끼리 사냥꾼이었다.

 

그 때 숲 속에는 많은 코끼리들이 무리 지어 살았는데,

그 사냥꾼은 어느날 코끼리들이 어느 벽지불 수행자에게

공손히 무릎을 끓고 엎드리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벽지불 수행자의 노란색 가사를

본뜬 천을 두르고 코끼리들의 환심을 사기로 했다.

그러면서 그는 옷 안에 예리한 창을 숨겼다. 

 

그 간악한 방법으로써  그는 자신을 벽지불 수행자인줄 알고

아무런 경계심 없이 접근하는 코끼리들을 손쉽게 사냥하곤 했다.

 

그때 보살은 코끼리의 왕으로 많은 코끼리들의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

 

그 코끼리 왕은 동료 코끼리들이 한마리씩

죽어가는 것을 알고 그 원인을 조사해 보았다.

 

그러던 어느날 코끼리 왕이 코끼리 떼의 맨뒤에 서서

사방을  경계하고 있을때 갑자기 창이 날아 왔다.

그러나, 경계심을 갖고 있던 코끼리 왕은 피할수 있었다.

 

코끼리 왕은 사냥꾼을 코로 붙잡아

나무와 돌에 부딪치게 하여 죽여 버리려고 했는데,

그가 거룩한 벽지불 수행자의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존중하여

마침내 그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

 

그 때의 사냥꾼이 지금 데바닷다이며, 코끼리 왕은 바로 부처님이셨다.

데바닷다는 이와 같이 전생에도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옷을 입었던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셨다.

 

그가 번뇌에 싸여 청정치 못하고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기를 억제하지 못하면

비록 노란색 가사를 입었다 해도

그에게는 아무 공덕도 없다.

 

그가 번뇌에서  벗어나 청정하고

엄정하게 계행을 지키며

자기의 감관을 잘 다스려 진실을 말하면

그에게 노란색 가사는 실로 고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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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부처님(서울 길상사)>

 

1. 명예욕과 허영심

 

데와닷다는 세속적인 인연으로 부처님의 사촌 동생이고,

부처님의 비서 실장인 아난 존자의 친형이었습니다.

그는 잘 생긴 미남에 총명하고 수행에도 열심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데바닷다가 왜 부처님께 반역하고

'불교 최고의 악인'으로까지 망가지게 되었을까요?

 

법구경의 이 이야기를 통해 보면

데바닷다는 명예욕과 허영심의 컸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명예욕과 허영심이라는 탐욕이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잘난 부분만 부각하여 자신을 너무 높게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수행자로서 발전을 꾀하고 향상을 향해 나아가려면

자신의 못난 점을 발견해서 이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나는 어떤 욕망과 갈망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현재 나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바라보며

나의 모자란 면, 못난 점을 고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데바닷다는 명예욕과 허영심으로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리불 존자나 목련 존자 같은 부처님의 큰 제자분들도 눈에 차지 않았고, 

자신을 부처님과 동급 수준으로 바라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고급 가사를 보시받아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부처님의 후계는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 탐욕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분노했고,

그는 불교 교단에서 뛰어나가 새로운 교단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총명하고 똑똑하였지만, 명예욕과 허영심으로 자신을 보는 눈이

턱없이 높았기에 수행의 발전과 향상 대신 퇴보와 파멸이 있었던 것입니다

 

<서울 길상사 연못과 탑>

 

2. 너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라

 

부처님의 이번 게송은 "너 자신을 바르고 냉철하게 보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내면을 바르게 성찰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는 것입니다.

 

(1) 나는 번뇌에서 벗어나 청정한가?

(2) 나는 계행을 청정히 잘 지키는가?

(3) 나는 감각을 잘 절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4) 나는 진실한 인간이고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이 기준에 의거하여 자신을 바르게 성찰하지 않으면

데바닷다와 같은 오만과 허영에 빠져 수행의 길에서 퇴보하고 

수행자로서 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