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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금강경(1) - 금강경을 시작하며 (한글 금강경 원문)

by 아미타온 2024. 1. 22.

<금강경(1) 금강경을 시작하며 (한글 금강경 원문)>

 

<김천 황악산 직지사 설경>

 

금강경 공부를 해보고자 합니다.

 

금강경은 반야심경, 천수경과 더불어

우리나라 불자들이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경전 중의 하나입니다.

 

집착과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경전의 가르침 때문에

돌아가신 영가 천도를 할 때에도 많이 독송을 합니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한 분으로

공의 이치에 통달하여 '해공제일(解空第一)'인

수보리 존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대승 보살이 어떠한 깨어난 의식으로 걸림없는 보살행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쓰여진 경전입니다.

 

현대의 복잡다난한 시대에 삶의 고뇌와 어려움이 많을 때,

잘못된 집착과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삶이 괴롭고 힘들 때,

바르게 서원을 세우고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내었을 때,

금강경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수시로 금강경을 독송하며

마음을 다 잡아가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금강경은 총 32분까지 되어 있는데,

16분까지가 상권, 나머지 16분이 하권에 해당됩니다.

 

분량 관계상 틱낫한 스님의 <금강경> 한글 번역으로

상권 16분까지만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부처님의 가피로 집착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청정한 마음을 닦는 금강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무 금강반야바라밀

 

<김천 황악산 직지사>

 

한글 금강반야바라밀경

 

1. 법회의 시작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1,250명의 비구와 함께 머물고 계셨다.

그날 탁발할 시간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입으신 뒤

발우를 들고 사위성 시내로 나가 한집 한집을 다니시며 먹을 것을 얻으셨다.

탁발을 마치신 부처님께서는 사원으로 돌아와 공양을 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으신 후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2. 수보리의 질문

 

바로 그때, 수보리 존자가 일어서서 오른쪽 어깨를 걷고 한쪽 무릎을 꿇고는

존경을 다하는 마음으로 합장하여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당신과 같은 분을 뵙기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당신은 항상 보살들을 지지하며 그들에게 깊은 신뢰를 보여주십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그들은 무엇에 의지하며,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닦아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네 말처럼 여래는 항상 보살을 지지하고 깊이 신뢰하느니라.

부디 온 마음을 다해 귀를 기울여라.

여래가 너의 질문에 대답할 것이다.

선남자선여인이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그들은  다음의 말에 의지하고 다음과 같이 그들의 마음을 닦아야 한다."

  수보리 존자가 말했다.

"세존이시여! 기쁜 마음으로 듣겠습니다."

 

3. 처음으로 마음이 밝아지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위대한 보살들은 이렇게 그들의 마음을 닦는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 즉 알에서, 모태에서, 습기에서, 혹은 저절로 태어난 것들,

모습이 있거나 모습이 없는 것들, 지각이 있거나 지각이 없는 것들,

혹은 지각이 있다고도 지각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들,

이러한 모든 존재들을 궁극적 열반의 길로 인도하여 그들을 해탈케 하리라.

그리하여 이렇게 헤아릴 수도 없이 수많은 중생들이 제도되었을 때,

실은 단 한명의 중생도 제도된 적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보살이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에 집착한다면,

그는 진정한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4. 가장 큰 보시

 

  "더 나아가 수보리야. 보살은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살은 보시를 위하여 색(色), 소리(聲), 냄새(香),

맛(味), 촉감(觸), 또는 법(法) 그 어떠한 것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수보리야. 이것이 바로 보살이 상(相)에 머물지 않고 보시행을 하는 마음자세이다.

왜냐하면 보살이 상에 머물지 않고 보시행을 한다면

그로 인해 얻는 즐거움은 상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동방(東方)의 허공을 헤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서방, 남방, 북방, 그리고 아래와 위의 허공을 측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무르지 않고 보시하면

그러한 덕행으로 인해 얻는 즐거움은 허공과 같이 커서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보살은 이러한 나의 가르침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느니라."

 

5. 상(相)에 집착하지 않는 진리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몸의 상 (相)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몸의 상은 곧 몸의 상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다.

상에서 상 없음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

 

6. 바른 믿음은 드물다.

 

  수보리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가르침을 듣고

진심으로 믿고 그것에 의지하는 사람이 앞으로도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아라. 수보리야.

여래가 열반에 든 후 5백년 뒤에도

즐거이 계를 지키고 복을 닦는 사람이 여전히 있을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이 이 가르침을 들으면 그들은 이것을 진리로 믿고 의지할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은 한 분, 혹은 두 분, 세 분, 네 분,

혹은 다섯 분의 부처님이 계실 동안에만 선근(善根)을 심은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부처님이 계실 동안 선근을 심어온 사람들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여래의 말을 듣고 단 한 순간이라도

맑고 순수한 믿음을 내는 사람이면 누구나 여래가 그를 지켜보고 보살피며,

이로 인해 그 사람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공덕을 얻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사람은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사로 잡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법이나 법이 아닌 것에도 사로잡혀 있지 않으며,

이것은 상이다 저것은 상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도 않느니라.

왜냐하면 그가 법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는 또한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도 잡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법이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면

이 또한 그가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에도 집착하지 말고 법이 없다는 생각에도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여래께서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모든 가르침을

하나의 뗏목으로 여겨야 한다."라고 하신 숨은 뜻이다.

가르침이 아닌 것이며 가르침조차도 모두 버려야 한다."

 

7. 실체의 바다에 들어가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느냐?

또한 여래가 내린 가르침이 있느냐?"

  수보리 존자가 대답했다.

"적어도 제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바로는,

위없는 깨달음이라 불리는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마음이란 없으며,

여래께서 설하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가르침이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깨닫고 설하신 가르침은

별개의 독립된 존재로 생각될 수 없으며,

그러므로 설명될 수도 없습니다.

여래의 가르침은 자존(自存)하는 것도 아니며, 자존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성인(聖人)들은 무위법(無爲法)으로 다른 이들과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8. 집착하지 아니함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三天大天世界)를

가득 채울만큼 많은 일곱가지 보물을 보시하면

그 사람은 그 공덕으로 큰 즐거움을 얻겠느냐?"

  수보리 존자가 대답하였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공덕과 즐거움의 진정한 본성은

공덕과 즐거움이 아니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공덕과 즐거움에 대해 설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어떤 사람이 이러한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며,

단지 네 구절만이라도 사람들에게 설명해준다면,

이러한 공덕으로 얻는 즐거움은 일곱 가지 보물을 보시하여 얻는 것보다 더 클 것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깨달음의 법은

이러한 가르침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불법(佛法)이라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것이다."

 

<김천 직지사 도량>

 

9. 아란나행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수다원(須陀洹)이

'나는 이제 수다원의 경지에 올랐다."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은

깨달음의 강물 속에 들어가므로 예류과(預流果)라 하지만,

사실 들어간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색, 소리, 냄새, 맛, 촉감, 혹은 법에도 들어가지 않는 것을

이름하여 수다원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사다함(斯多含)이

"나는 이제 사다함의 경지에 올랐다."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은 열반에 이르기 위하여

 한번 더 가고 오기 때문에 일래과(一來果)라 하지만,

사실은 되돌아오는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는 것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름하여 사다함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아나함(阿那含)이

'나는 이제 아나함의 경지에 올랐다.'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은

이 세상에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불환과(不還果)라 하지만,

사실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란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이름하여 아나함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아라한(阿羅漢)이

'나는 이제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라한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독립된 실체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아라한이 스스로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여전히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제가 다툼이 없는 무쟁삼매(無爭三昧)를 얻었으며,

사람들 가운데 욕심을 버린 최고의 아라한이라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제가 아라한의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했다면,

세존께서는 분명 제가 아란나행(阿蘭那行)을

즐겨한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0. 무색(無色)의 정토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물으셨다.

"그 옛날 여래가 연등불(燃燈佛)의 가르침을 받았을 때, 얻은 것이 있느냐?"

  수보리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옛날 여래께서 연등불의 가르침을 받았을 때,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보살이 불국토를 고요하고 아름답게 하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고요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은

사실 불국토를 고요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일러서 불국토를 고요하고 아름답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니 수보리야, 모든 위대한 보살들은 이와 같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한다.

또한 그들이 이러한 마음을 낼 때는

색, 소리, 냄새, 맛, 촉감, 혹은 법에도 머물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것에도 머물지 말아야 한다."

"수보리야, 수미산만큼이나 몸집이 큰 사람이 있다면

너는 그의 몸집이 크다고 하겠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큽니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은 큰 몸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일컫어 큰 몸집이라 합니다."

 

11.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보리야, 갠지스 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갠지스 강이 있다면,

너는 그 모든 갠지스 강에 있는 모래알이 아주 많다고 하겠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참으로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갠지스 강도 헤아릴 수 없는데, 하물며 그 많은 갠지스강의 모래알이겠습니까?"

  "수보리야, 이제 너에게 묻겠다.

어떤 사람이 이 많은 갠지스강의 헤아릴 수 없는

모래알만큼이나 수많은 보석을 보시한다면,

그 사람은 이 공덕으로 큰 즐거움을 얻겠느냐?"

  수보리는 대답했다.

"매우 큰 공덕을 얻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의지하여 수행하고,

단지 네 구절만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 준다면,

이러한 공덕으로 얻는 즐거움은 그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니라."

 

12. 모든 곳이 성지(聖地)

 

  "더 나아가 수보리야, 이 경전 가운데 네 구절만이라도 설해지는 곳은

세상의 모든 천신, 인간, 그리고 아수라들이 마치 부처님의 탑에

공양을 올리듯 그 곳에 공양하러 올 것이니라.

이러한 곳은 성지로 대우받는데, 하물며 이 경전을 외우고 수행하는 사람이랴!

수보리야, 그 사람은 얻기 힘든 심오한 경지를 터득한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이 경전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부처님

혹은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이 머무는 성지이니라."

 

13. 금강반야바라밀

 

  이 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전을 어떻게 불러야 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전은 모든 번뇌망상과 고통을 없애주고,

해탈에 이르게 해 주는 힘이 있으므로

마땅히 <금강반야바라밀경>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니 이 이름으로 부르고, 그 깊은 뜻을 수행하여라.

왜냐하면 여래가 말한 반야바라밀은

사실 반야바라밀이 아니기 때문에 진실로 반야바라밀인 것이다."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여래가 가르친 것이 있느냐?"

  수보리가 대답했다.

"여래께서 가르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삼천대천세계에 작은 티끌이 많이 있느냐?"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여래가 말한 티끌은 작은 티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진실로 작은 티끌인 것이다.

또한 여래가 말한 세계는 사실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이름하여 세계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보리야, 여래를 32상(相)으로 볼 수 있겠느냐?"

  수보리 존자는 대답했다.

"볼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여래께서 32상이라고 말한 것은

근본적으로 상이 아니기 때문에 여래께서 32상이라고 하신 것입니다."

"수보리야, 선남자 선여인이 갠지스 강의 모래알만큼이나

여러번 자신의 목숨을 바쳐 보시하고,

또 어떤 사람이 경전을 이해하여 의지하고 수행하며,

단지 네 구절만이라도 남을 위해 설명한다면

이로 인한 공덕으로 얻는 즐거움은 매우 클 것이니라."

 

14. 상(相)을 초월한 적멸

 

  이러한 말씀을 듣고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한

수보리 존자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이 세상에서 매우 드문 분이십니다.

제가 부처님의 가르침 때문에 지혜의 눈을 뜬 후,

이처럼 심오하고 훌륭한 가르침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는

맑고 깨끗한 믿음을 내어 실상(實相)을 얻는다면,

그 사람은 가장 드문 공덕을 얻게 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실상은 근본적으로 실상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래께서 그것을 실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오늘날 제가 이 훌륭한 경을 듣고

그대로 믿고 받아 지니며 실천에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5백년 뒤,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는

그것에 믿음을 가지고, 이해하고 지니며,

그것을 실천에 옮긴다면 분명 그와 같은 사람은 위대하며 드물 것이옵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아상, 인상, 중생상,

그리고 수자상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상은 곧 상이 아니며, 인상, 중생상, 수자상도 곧 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상에서 벗어난 사람을 부처라 이름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 존자에게 말씀하셨다.

"옳은 말이다. 어떤 사람은 이 경을 듣고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그는 매우 드문 사람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가 말한 최고의 바라밀은

본질적으로 최고의 바라밀(波羅密)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최고의 바라밀이라 하는 것이다.   

  수보리야, 여래가 인욕바라밀(忍辱波羅密)은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말했으므로 그것을 인욕바라밀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아주 옛날 가리왕(歌利王)이 내 몸을 갈가리 찢었을 때,

나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 때 만약 내가 그러한 견해에 머물러 있었다면

나는 그 왕에게 분노를 느끼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었을 것이니라.

또한, 아주 옛날 5백 생을 거듭하면서 나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하지 않고 인욕바라밀을 수행했다.

  그러니 수보리야, 보살이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견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살이 아러한 마음을 낼 때, 색에도 의지하지 말며,

소리, 냄새, 맛, 촉감, 혹은 법에도 의지하지 말아야 한다.

보살은 오직 그 어떤 것에도 머물지 않는 마음을 내어야 한다.

 여래는 '모든 상은 상이 아니므로,

모든 중생은 중생이 아니다.'라고 했느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있는 그대로의 말을 하는 자이며 진실만을 말하는 자이니,

여래는 사람들을 속이는 말이나 다른 말을 하지를 않는다.

  수보리야, 여래가 깨달은 법은 붙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붙잡을 수 없는 허망한 것도 아니다.

수보리야, 보살이 상에 머물러 보시한다면

이는 마치 어둠 속을 걷는 것과 같아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보살이 상을 떠나 보시한다면

그는 밝은 태양 아래 길을 가는 눈밝은 사람과 같이 모든 형태와 빛깔을 볼 수 있게 된다.

  수보리야, 후세에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지니고 읽으며 실천에 옮긴다면,

여래는 이 사람을 지혜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여래는 그 사람을 살필 것이며,

그는 헤아릴 수 없고 끝도 없는 공덕을 얻게 될 것이다."

 

15. 위대한 결의

 

  "수보리야,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에 갠지스 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자신의 몸을 바쳐 보시행을 하고,

낮에도 그만큼 몸으로 보시를 행하고, 저녁에도 그만큼 보시행을 하며,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생을 거듭하는 동안 몸으로 보시를 하더라도,

다음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의 말씀을 듣고

아무런 의심 없는 완전한 믿음을 낸다면,

그가 얻는 즐거움이 앞의 사람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러니 이 경을 글로 적고, 지니며, 외우고,

남에게 설명하는 사람이 얻는 즐거움은 그 어떤 것에 비교하겠는가!

  다시 말해 수보리야, 이 경전은 상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무한한 공덕과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경을 지니고, 외우며, 수행하고,

다른 사람과 이 경을 나눌 수 있다면

여래는 이 사람을 지켜보고 살펴볼 것이니라.

그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고 말로 다 할 수도, 비교할 수도 없는 공덕을 얻을 것이며,

그러한 사람은 여래의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짊어질 것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작은 법에 안주하거나,

여전히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에 집착하는 사람은

이 경전을 듣고, 지니고, 외우며 남을 위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어디든 이 경전이 있는 곳은

천신, 인간, 그리고 아수라가 공양하러 올 것이다.

그러한 곳은 곧 불탑과 같으니, 예불을 올리고 공경하여 주위를 돌며,

꽃과 향으로 아름답게 꾸며질 것이니라."

 

16. 말세

 

  "더 나아가 수보리야,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외우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난받거나 멸시당한다면,

그가 과거 생의 죄업으로 악도(惡道)에 떨어질 터였더라도,

지금 그가 비난받고 멸시당하는 까닭으로 과거에 지은

모든 죄업은 사라질 것이며,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수보리야, 헤아릴 수 없는 아주 오랜 옛날, 연등불을 만나기 전에

나는 8백 4천만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올리고 그들을 받들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말세에 이 경전을 지니고, 외우고, 익히며, 수행한다면,

이 공덕으로 얻는 즐거움은 내가 과거에 모든 부처님을 섬기면서

얻은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만큼 훨씬 더 클 것이다.

사실 그러한 즐거움은 생각할 수도 없고,

수리적으로 비교할 수도 없으며,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말세에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지니고, 외우며, 익히고, 수행하여,

그 공덕으로 얻을 즐거움은 너무나 크다.

만약 내가 지금 자세히 설명한다면,

어떤 이는 그것을 듣고 의혹을 품으며 믿지 않을 것이니라.

허나 수보리야, 이 경전의 심오한 뜻은

생각과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경전을 지니고 수행함으로써 얻는 공덕

또한 생각과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니라."

 

 - 틱낫한 스님의 <금강경> 한글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