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3) 제1 법회인유분(1) - 법회의 시작>
제1분 법회인유분 (법회의 시작)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1,250명의 비구와 함께 머물고 계셨다.
그날 탁발할 시간이 되자, 부처님께서는 가사를 입으신 뒤
발우를 들고 사위성 시내로 나가 한집 한집을 다니시며 먹을 것을 얻으셨다.
탁발을 마치신 부처님께서는 사원으로 돌아와 공양을 하시고,
가사와 발우를 거두고 발을 씻으신 후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1. '법회인유'의 의미
금강경은 총 32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중국 남북조 시대 양나라 때 호불왕(好佛王)인
양무제의 아들인 소명태자가 금강경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양무제는 달마 대사와의 문답으로 유명한 중국 황제입니다.
그의 아들 소명태자는 금강경을 이해하기 편하게
32가지 부분으로 분류하여 제목을 붙여 나누었다고 합니다.
각 제목마다 4글자로 제목을 붙였는데,
제1분(分)이 바로 "법회인유(法會因由)"분입니다.
즉, 금강경 법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법회의 연유를 밝히는 부분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법회가 어떠한 배경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밝혀서
법회의 서론을 알리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여시아문(如是我聞)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여시아문(如是我聞)
여기서 나(我)는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귀가 밝아 잘 듣고,
기억력이 탁월했던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 존자를 의미합니다.
아난존자는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왕사성에서
500명의 비구들과 부처님의 가르침인 경전 결집이 이루어졌을 때
뛰어난 기억력으로 경전 송출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부처님 제자입니다.
아난 존자는 경전 결집을 할 때 언제나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이와 같이 들었다."로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경전이 아난 존자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자신이 들어서 기억하여 송출했다는 의미입니다.
아난 존자가 자신이 듣고 기억한 부처님 말씀을 소리내어 독송하면
500명의 제자들이 같이 독송하고 "이 가르침은 부처님 말씀이 맞다"고
증명한 것을 모든 제자들이 함께 암송하면서 초기 경전 결집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경전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부처님께서 설하신 말씀이라는 객관성과 원천성을 상징하는 말이 "여시아문"입니다.
흔히 불교 공부의 단계를 "문(聞)-사(思)-수(修)"의 3단계로 이야기 합니다.
잘 듣고, 잘 생각하고, 잘 닦아나간다는 3단계가
원만히 이루어지는 것이 바른 공부의 지름길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첫 출발은 잘 듣는 것이다.
잘 듣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의미를
자신의 주관적 판단이나 감정으로 곡해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잘 듣는 것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잘 생각할 수가 없고 잘 실천해 닦아나갈 수가 없으므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자신의 나이, 경험, 이념, 감정 등의 벽이
귀를 막고 있으면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합니다.
아난 존자처럼 귀를 잘 열고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객관적 사실과 자신의 의견을 잘 표현해야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때에는 "나는 ~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하다"는 투로 객관적 사실인양 표현하면 분란이 생깁니다.
자신이 들은 객관적 사실이면 아난존자처럼
"나는 (누구)로부터 (무엇)을 들었다."라고 표현하고,
자신의 주관적 생각과 의견이면
"나는 ~하게 생각한다"를 잘 표현하는 것이 소통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기원정사
한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원정사에서 1,250명의 비구와 함께 머물고 계셨다.
"한 때"라고 하는 것은 영어로 "at one time"의 의미입니다.
즉, 불특정한 시점을 가리키는 소박한 개념입니다.
2024년 1월 26일 같은 특정한 시점이 아니라,
아난 존자가 날짜를 잘 기억할 수 없는 "어느 때"라는 뜻입니다.
사위국은 부처님 당시 마가다국과 함께
인도 갠지스강 중류 지방의 최강 국가중의 하나였던 코살라국입니다.
코살라국의 수도가 "슈라바스티", 한문으로 하면 "사위성"이었는데,
마치 미국에서 들려온 뉴스를 "워싱턴 발"이란 표현을 쓰듯이 수도로서 나라를 표현합니다.
기원정사를 금강경 한문 원전에서는 "기수급고독원"이라는 말로 나옵니다.
고독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보시를 즐겨 하여
"급고독장자"라고 불리웠던 수닷타 장자가 세운 절입니다.
수닷타 장자는 부처님께 좋은 도량을 보시하기 위해
코살라 국왕의 아들인 기타 태자의 숲에 금화를 까는
재물을 아끼지 않는 놀라운 공경과 정성 속에 조성된 도량입니다.
부처님은 기원정사 건립 이후 30번의 우안거 중
19회를 이곳에 머물 정도로 기원정사를 사랑하셨습니다.
수닷타 장자의 정성어린 보시와 수행터로의 최적의 적합성이
어우러져 부처님이 이토록 사랑하신 도량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무주상 보시'를 설하는 금강경의 무대가
수닷타 장자의 위대한 보시 정신이 깃든 기원정사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4. 1250명의 비구
1,250명의 비구는 부처님 초기 전법시의 제자들의 숫자를 상징합니다.
'부처님 초전법륜시의 5비구'와
'야사와 그 친구 50명' 과
'카사파 3형제와 그를 따르던 무리 1,000명'과
'부처님 상수 제자 사리불 존자, 목련 존자와 그 문도 200명'을 합한 1,255명입니다.
금강경이 설해진 마당에 초기 승단 대부분의 인원들인 1,250명이 모였다는 것입니다.
금강 반야의 소중한 법이 설해지는 법석의 자리의 중요성을 상징합니다.
산스크리트 금강경 원본에는
"1,250인 비구들과 많은 구도자,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라는 말로 참석자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즉, 금강경도 다른 대승 경전처럼 출가 비구들과
수많은 보살대중들이 함께 모인 법석의 자리였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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