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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43) - 법화경(2) / 집을 떠난 빈궁한 거지 아들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 27.

<불교의 역사(43) - 법화경(2) / 집을 떠난 빈궁한 거지 아들 이야기>

 

<부안 개암사 삼존불>

 

1. 법화경의 다양한 비유

 

지난 시간에 법화경의 ‘불타는 집(삼계화택)’의 비유를 통해

부처님의 지혜로운 방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법화경은 ‘불타는 집’의 비유 이외에도 다양한 비유를 통해서

부처님이 어떤 지혜와 방편으로 중생들을 불도(佛道)의 길로

인도하는지를 알기 쉽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집을 나간 빈궁한 거지 아들 이야기’를 통해

부처님의 지혜와 방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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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궁한 거지 아들 이야기의 스토리를 순차적으로 그린 돈황 벽화>

 

2. 돌아온 빈궁한 아들 이야기

 

옛날 어느 남자가 어려서 집을 나가 곤궁하고 비참한 삶을 살았습니다.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이곳 저곳을 구걸하며 30여년간 힘든 방랑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향 땅과 가족들도 기억에서 멀어진지 오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걸식을 하며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곳이 고향이라는 사실도 몰랐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 마을에서 가장 큰 부자였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집나간 아들을 애타게 그리워했으며,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아들은 그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인

아버지의 집으로 걸식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집에 들어선 순간 너무나

부유하고 화려한 아버지의 저택을 보고 기가 팍 죽은 버렸습니다.

 

아들은 이곳이 자신과 같이 미천한 인간이 밥을 동냥할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자괴감에 빠져 금방 그 집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한편, 부유한 아버지는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단박에 알아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집을 나가는 아들을 보고

하인을 시켜 빨리 아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인이 아들을 잡아 집으로 데려오자

빈궁한 아들은 자신을 잡아 혼내려는 줄 알고

두려움에 떨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이 모습을 본 아버지는 깨달았습니다.

평생을 찢어지는 가난과 궁상 속에 살아온 아들이

자신을 아버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임을 직시한 것이었습니다.

 

아들이 깨어나자 아버지는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을 놓아주었습니다.

 

그리고, 하인에게 시켜 아들처럼 빈궁한 사람으로 위장을 시키고

아들의 친구가 되어주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장한 하인들로 하여금 아들에게

일자리를 구하러 가자고 하면서

집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똥을 치우는 빈궁한 아들>

 

약간의 품삯을 받고 들어온 아들에게

가장 비천한 똥 치우는 허드렛일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아버지는 아들과 부딪치며

아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며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와 같은 아버지의 지혜로운 방편으로 아들은

두려움과 열등감을 벗고 조금씩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돌아온 빈궁한 아들에게 방편으로 일을 시키는 아버지>

 

아울러 일하는 능력과 충직함,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아직도 주인이 자신의 아버지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들의 능력이 높아지자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집의 전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일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대해서

아들에게서는 더 이상 예전의 빈궁한 거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아버지는 이제 아들에게 사실대로 말해도 될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왕과 귀족, 주변의 부자 친구들로 모아놓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은 이 사람을 나의 집사인줄 알고 계시겠지만,

사실은 저의 친아들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놀랐지만,

때가 무르익었기에 이러한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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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궁한 아들 이야기>

 

3. 빈궁한 거지 아들과 아버지

 

이 비유에서 거지 아들은 바로 우리 중생입니다.

그리고, 지혜로운 아버지는 바로 부처님입니다.

 

이 비유를 보면 아버지는 지혜로운 방편을 통해

아들의 근기가 성숙하도록 도와주며

아들의 근기가 성숙한 뒤에야 진실을 말씀하십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된 부적절한 순간에 진실을 알려주면

오히려 해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의 큰 재산을 물려받을 사람이 아들이 바로 너이며,

너에게 그럴 자격이 있슴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하십니다.

 

대승 불교에서는 중생들에게는

부처님이 될 성품인 불성(佛性)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불성의 세계가 바로 우리의 고향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으로

그 불성을 발현하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법화경의 돌아온 거지 아들 이야기와 유사한 성경의 돌아온 탕화 이야기(램브란트)>

 

 

마치 집을 떠나 방랑하는 빈궁한 아들처럼 말입니다.

부처님은 그와 같은 중생들을 아들과 같이 사랑하시므로

다양한 가르침으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서

풀려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편과 가르침으로 인도합니다.

 

그리고, 중생들의 근기가 성숙해지면 가장 중요한 진실을 말씀해 주십니다.

 

바로 너희들은 불성을 가진 부처님의 아들이라는 진실과 함께

자비로운 보살도를 닦아 부처님이 되는 성불의 길을 가야 한다는 진실입니다.

 

이 진실을 깨닫고 받아들이게 되면 더 이상 빈궁한 거지가 아니라

부유한 부처님의 자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된다는

희유한 가르침을 법화경은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고 계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