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
1. 자장 율사
양산 통도사.
부처님 진신 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있어
‘불보 종찰(佛寶宗刹)’로 불리는 큰 절입니다.
고향집이 부산이라서 명절 때 내려가면
양산 통도사를 꼭 참배합니다.
2월 초에 통도사를 가면
제일 먼저 꽃이 핀다는 홍매화(일명 자장매)가
발갛게 핀 풍광을 볼 수 있습니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좋은 홍매화입니다.
통도사는 자장 율사가 창건한 도량입니다.
자장 율사는 신라 불교뿐 아니라,
우리나라 불교의 근간을 확립하고 터를 닦으신 분입니다.
원효대사와 의상대사의 업적이 아무리 높아도,
자장율사라는 거인의 어깨와 터전이 없었다면
공덕을 쌓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입니다.
천년을 이어가는 불사가 어찌
한 두 사람의 공덕과 의지만으로 좌지우지 될까마는
자장 율사야말로 한국불교의 가장 첫 머리에
그 이름을 올려놓아야 마땅한 분입니다.
자장율사는 당나라 유학시 당시 중국에서 유행하던
오대산 문수보살 신앙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지혜를 구해 불교의 선진국이자 문화대국인
당나라로 간 것이기에 자장율사는
특별히 법왕자이자 지혜의 보살님이신
문수보살님에게 관심이 많았을 것입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의 성지인 중국 오대산(청량산)에 머물며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기도를 미치는 날 문수보살님이 나타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주며
말법의 시대에 계율을 수지하는 승려가
되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라의 남쪽 영취산 아래
용이 사는 신령스러운 땅에 금강계단을 쌓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면 만대에 이르도록
불법이 멸하지 않도록 천룡이 수호해 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2. 적멸보궁
그 터가 바로 양산 통도사입니다.
당나라에서 귀국한 자장율사는 화엄철학을 바탕으로
신라의 통합을 도모하면서도
부처님의 사리 100과를 가져와
통도사를 비롯해 곳곳의 사찰과 탑에 안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 땅이 불국토임과 동시에
불보살님의 가피와 수호를 입는 곳이기를 기원했습니다.
물질적 상징적 의미를 갖는
부처님의 사리로 터를 닦고 결계를 친 것이고,
지혜의 문수 보살님이 이 땅에 상주케 함으로써 그 가피로
중생들이 고(苦)에서 벗어나 피안으로 향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탑은 6세기에 들어서
건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중국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가져오기 시작했고,
아마 신라가 가장 먼저 불사리를
이 땅에 모셔와 탑을 세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장율사는 가장 많은 양의 사리를 가져온 승려였고,
그 사리들 중 일부를 현재 5대 적멸보궁
(양산 통도사,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
태백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영월 법흥사)이라고
불리워진 곳에 모셨습니다.
통도사에 갈 때마다 이 땅을 불국토로 조성하여
불교 신앙을 뿌리내리게 한
자장 율사의 은혜를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3. 이름 바위
통도사 가는 길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소나무 길로 손꼽히는
'무풍한송로(舞風閑松路)‘가 있습니다.
1km쯤 되는 길은 100~200 년 된 소나무들이
좌우로 쭉쭉 또는 구불구불하게 서 있습니다.
소나무들이 싱싱하고 계절도 겨울이라
'무풍한송로'라는 이름에 딱 맞습니다.
거기에 햇빛이 맑고 따스해서 정말 멋진 소나무 길입니다.
무풍한송로에는 이름을 새긴 바위들이 급격히 많습니다.
'이름 바위'라고 하는데,
영,정조 때부터 일제시대까지
새겨진 이름이 천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석수에게 돈을 주고 새긴 이름인데,
부처님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통도사에
자기 이름이라도 돌에 새겨 언제나
부처님의 그늘 속에서 살고자 했던 것입니다.
우리 선인들의 불심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나무아미타불>을 새긴 분들도 많아서
극락 왕생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염원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통도사의 의미
통도사 일주문 밖의 석교와 그 밑을 흐르는 계곡물입니다.
저 멀리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영취산이 펼쳐져 있습니다.
통도사라는 이름은,
'절이 위치한 산의 모습이
부처님께서 설법하던
인도 영취산의 모습과 통하므로
‘통도(通度)’라 이름했고(此山之形通於印度靈鷲山形),
또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이 금강계단(金剛戒壇)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도(通度)’라 했으며(爲僧者通而度之),
모든 진리를 회통(會通)하여
일체중생을 제도(濟道)한다는 의미에서
‘통도(通度)’라 지었다고 합니다.
멋진 이름이지요.
5. 가람 배치
통도사의 가람 배치는 독특합니다.
크게 상중하의 세 영역으로 이루어집니다.
일주문이 있는 입구에서 보면 영산전(석가모니불),
약사전(약사여래불), 극락전(아미타불)으로 이루어진
하로전 영역이 있습니다.
그 다음 일주문을 지나면
대광명전(비로자나불), 용화전(미륵불), 관음전(관세음보살)이
일렬로 서 있는 중로전 지역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적멸보궁과 대웅전 으로
이루어진 상로전 지역이 있습니다.
‘노전(盧展)’이란 사찰의 중요한 불전을 관리하는
노전 스님이 기거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통도사에 상중하 3개의 노전이 있다는 것은
3개의 가람이 합쳐진 복합 사찰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통도사 가람은 자장 율사 이래로
많은 불보살님을 모신 거대하고 복합적인
도량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6. 대웅전과 적멸보궁
통도사의 가장 중심 전각은 대웅전입니다.
그런데, 통도사 대웅전은 한 채의 건물에
편액이 동서남북 4개나 있는 독특한 전각입니다.
서쪽은 대웅전,
동쪽은 화엄의 진리를 설한다는 뜻의 ‘대방광전(大方廣展)’,
남쪽은 승려가 금강과 같은 계율을 받는다는 ‘금강계단(金剛戒壇)’,
북쪽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는 ‘적멸보궁(寂滅寶宮)’으로 되어 있습니다.
즉, 통도사 대웅전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지만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어 불상이 없고,
신라 스님들이 출가 승려가 되기 위해
계율을 받던 특별한 신앙 공간인 것입니다.
부처님의 사리 앞에 스님이 됨을 엄
숙히 선서하고 계율을 평생 지켜나가겠다는 약속.
부처님과의 첫 번째 약속이 맺어지는 경건한 자리입니다.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세운 원력과 이유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자장율사가 가지고 왔다는
부처님 사리를 모신 사리탑인 적멸보궁입니다.
대승불교에서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은
가히 보살 수행에 있어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의 사리를
애지중지 모시면서 공경심을 함양하고,
불자된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다지는 장소를
'적멸보궁' 혹은 '금강계단'이라 이름 붙인 것은
참으로 적절한 상징이며 작명입니다.
7. 극락전
통도사는 자신이 기도드리고 싶은
다양한 불보살님이 계신 다양한 전각이 있어 좋습니다.
정토행자인 저는 통도사 하로전의 극락전을 좋아합니다.
항상 참배객들로 붐비는 대웅전과 달리
극락전은 한가롭고 조용한 편입니다.
차분하게 앉아 <나무아미타불> 염불 기도를
올릴 수 있어 좋습니다.
그리고, 극락전 뒤쪽의 <반야용선도>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부처님의 자비와 원력의 배를 타고
극락으로 가는 반야용선도입니다.
반야용선에 올라탄 왕생자들은
모두 환희롭고 행복한 얼굴입니다.
저도 저 <반야용선도>에 타고
반드시 극락왕생하겠다고 당차게 발원해 봅니다.
영취산의 넓은 독수리 품이 도량을 휘감고 있는 통도사!
이 땅을 불국토로 조성하여 후학들에게
불교 신앙의 도량을 만들어주기를 염원했던
자장율사의 큰 뜻을 새기며 불보살님께 인사드리고
염불기도하기 좋은 도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양산 통도사>
https://youtu.be/ove7EkslYzI?si=fCe5Br1tWbCwvy8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