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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

금강경(9) - 제3 대승정종분(1) - 서원

by 아미타온 2024. 2. 7.

 

<금강경(9) - 제3 대승정종분(1) - 서원>

 

<서산 개심사>

 

제3 대승정종분 (대승의 바르고 근본의 가르침)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위대한 보살들은 이렇게 그들의 마음을 닦는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

즉 알에서, 모태에서, 습기에서, 혹은 저절로 태어난 것들,
모습이 있거나 모습이 없는 것들, 지각이 있거나 지각이 없는 것들,
혹은 지각이 있다고도 지각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들,
이러한 모든 존재들을 궁극적 열반의 길로 인도하여 그들을 해탈케 하리라.'

 

<개심사 겹벚꽃>


1. 대승정종(大乘正宗)의 의미  

 

금강경 제 3분을 "대승정종분(大乘正宗分)"이라고 합니다.

 

대승 보살이 닦아야 할 바르고 근본적인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금강경>의 문제 의식은

보살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어떻게 그 마음을 닦아 나가야 할 것인가 입니다.


제 3분은 이 질문에 대한 부처님의 가장 핵심적인 답변이 담겨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중국 양나라 소명 태자는 제3분을 '대승정종분'이라는 이름한 것입니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초반에 "빰빰빰빰~~~"하면서
강렬한 음이 시작하며 교향곡을 전개해 나가듯이
금강경 제3분은 금강경의 시작이면서 가장 클라이맥스입니다.

 

<개심사 명부전 청벚꽃>

 

2. 아홉 종류의 중생

 

인도에서는 모든 생명 있는 중생,

즉 사트바(sattva:살아있는 존재)를 9종류로 분류하였습니다.


이것을 "9류(類) 중생"이라고 합니다.

 

9류 중생은  크게 세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첫번째 카테고리는 태어나는 방식에 의한 분류입니다.

여기에는 4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난생(卵生)은 알에서 태어나는 생명입니다.

즉, 새나 닭과 같은 조류 중생을 말합니다.

 

둘째, 태생(胎生)은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 태어나는 생명입니다.

인간, 개, 소와 같은 포유류 중생을 말합니다.


셋째, 습생(濕生)은 물에서 태어나는 생명입니다.

즉, 물고기나 모기 등의 곤충류가 여기에 속합니다.


넷째, 화생(化生)은 아무 근거없이 도깨비같이 그냥 홀연히 태어나는 생명입니다.

천상의 신이나 지옥 중생들이 태어나는 방식입니다.

 

<청벚꽃>



두번째 카테고리는 형태의 유무에 관련된 분류입니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유색(有色)은 형태를 가진 모든 생명입니다.

우리 인간은 각자 다른 형태를 가진 유색 중생입니다.


둘째,  무색(無色)은 형태가 없는 귀신 같은 존재를 말합니다.

 

<청벚꽃>

 

세번째 카테고리는 인식과 지각 작용에 따라 분류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3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유상(有想)은 언어와 문자 등을 사용하여 

개념적인 사유 작용에 집착하는 일반 인간과 같은 존재입니다.


둘째, 무상(無想)은  모든 생각은 번뇌 망상이라 생각하고

언어와 문자로 개념화한 생각을 떠나 무념무상의 선정에 집착하는 존재입니다.


셋째, 비유상비무상(非有想非無想)은 이와 같은 유상과 무상의

그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아주 높은 선정에 있는 존재를 말합니다.

 

이와 같이 인도적 세계관에서 전통적으로 존재들을 바라보는 방식이

3개의 카테고리에 의한 9류 중생으로 파악하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개심사의 봄날>

 

3. 위대한 보살과 서원

 

'위대한 보살'을 금강경 원전에서는 '보살마하살(대보살)'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아홉 종류의 중생들이 진리를 모르는 무명(無明)으로 인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윤회의 수레 바퀴를 돌고 있는 것을 가엾이 여겨서
자비심으로 이들 모두 열반의 길로 제도하겠다는 보살의 마음을 닦아 나간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

즉 알에서, 모태에서, 습기에서, 혹은 저절로 태어난 것들,
모습이 있거나 모습이 없는 것들, 지각이 있거나 지각이 없는 것들,
혹은 지각이 있다고도 지각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것들,
이러한 모든 존재들을 궁극적 열반의 길로 인도하여 그들을 해탈케 하리라.'

 

따라서, 이 경문은 위대한 보살의 큰 맹세, 즉 서원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불자들은 법회 때 네 가지 큰 서원인 사홍서원을 독송합니다.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사홍서원의 제1번이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인데,

이 서원은 바로 금강경에서 보살의 서원인 것입니다.


그 뒤에 나오는 나머지 세가지 서원은

중생을 다 건지기 위하여 자신의 번뇌를 끊고,

법문을 배우고 불도를 이루겠다는 서원입니다.


즉, 중생을 건지겠다는 자비심에 기초하여

자신을 닦아나가겠다는 것이 사홍서원의 의미입니다.

 

<겹벚꽃>


4. 보살심


옛날 겨울에 일본의 어느 절에 갔을 때

귤 하나를 까서 반으로 잘라 나뭇 가지에 걸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새가 날아 와서 그 나뭇 가지에서 귤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비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겨울철에 먹을 것을 찾아 고생할 새들을 위해

귤을 반으로 잘라서 걸어 놓은 이의 따스한 마음.


일상 속에서의 작은 실천이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착한 마음이 보살의 자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님 같은 대보살님들의 큰 서원도 계시지만,

겨울철 가엾은 새들을 위해 귤 하나 걸어놓는 어느 절의 수행자처럼 
보살의 마인드로 인식 전환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부처님 법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이

오로지 나의 고통을 없애고 나의 발전만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존재를 유익하게 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인가?"


이 부분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기심에서 벗어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기 불교 경전 중에 <자비경>이 있습니다.

자비에 대한 짧은 부처님 말씀인데,

자비를 실천하는 우리의 마인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자신이 사랑과 연민을 느끼는 가까운 사람부터 

차츰차츰 자비심을 확장해 나가고

작은 실천이라도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금강경의 바르고 근본적인 가르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신뢰하고, 지지하며, 돌보는

보살들은 다음과 같이 그 마음을 닦아야 한다.

자신의 주변과 시대에 대해 자각과 관심을 갖고

고통받는 이들을 바르게 인도하겠다는 서원의 마음을 닦아라."


이 말씀은 아래의 <자비경> 말씀과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심사 명부전>


- 자비경 -

완전한 평정 상태를 언뜻 맛보고서
더욱 더 향상을 이루고자 애쓰는 사람은
유능하고, 정직하고, 고결하고,
말이 점잖으며, 온유하고, 거만하지 않아야 한다.


만족할 줄 알아서, 남들이 공양하기 쉬워야 하며
분주하지 않고, 생활이 간소하며,
감관은 고요하고, 사려 깊을지니,
속인들에겐 뻔뻔스러워서도 알랑대서도 안되리.


또한 현자의 질책을 살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할지라.
그런 다음에 이와 같은 생각을 기를 지니
모두가 탈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살아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하나 예외없이,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길건 크건 아니면 중간치건
또는 짧건, 미세하건 또는 거대하건,


눈에 보이는 것이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건,
또 멀리 살건 가까이 살건,
태어났건, 태어나려하고 있건,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누구도 자기 동반을, 그것이 어디에 있든 간에
속이거나 헐뜯는 일이 없게 하라.
누구도 남들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말라.
원한에서든, 증오에서든.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 바쳐 위해로부터 구해내듯
만중생을 향한 일체 포용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지켜내라.


전 우주를, 그 높은 곳, 그 깊은 곳, 그 넓은 곳
끝까지 모두를 감싸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라.
미움도 적의도 넘어선
잔잔한 그 사랑을.


서거나 걷거나 앉거나 누웠거나
깨어있는 한 이 (자비의) 염을
놓치지 않도록 전심전력하라.
세상에서 말하는 `거룩한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릇된 생각에 더이상 매이지 않고,
계행과 구경의 지견을 갖추었으며,
모든 감관적 욕망을 이겨냈기에
그는 다시 모태에 들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