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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8) 꿈바고사까 은행가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2. 7.

<법구경(18)  꿈바고사까 은행가 이야기>

 

<경남 거창 포교당>



부처님께서 웰루와나 수도원(죽림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은행가의 아들 꿈바고사까와 관련하여 게송 24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때 라자가하(왕사성) 시내에 유행병이 퍼진 적이 있었다.

그 병은 라자가하의 유명한 은행가의 집에도 닥쳐와

먼저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병에 걸렸고, 나중에는 주인 내외까지도 병에 걸리고 말았다.

 

은행가 내외는 중병에 걸리자 아들을 어느 친척집으로 대피시켰다.

그들은 아들에게 유행병이 사라질 때까지 거기에 있으라고 이르고,

자기들이 숨겨 둔 황금과 보석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아들이 다시 돌아왔을 때 자기들이 살아 있지 못하면

아들이 그 재산을 찾아내어 다시 가업을 일으켜 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유행병이 완전히 사라져서 그 은행가의 아들이

다시 옛집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였다.

 

떠날 때 어린아이었던 그는 이제 성년이 되었기 때문에

옛 친지들조차도 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옛날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들은 곳으로 가서 보물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보물은 아무도 손댄 흔적 없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이곳에 온 낯선 젊은이가

옛날 많은 재산을 가졌던 은행가의 아들이라고 믿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자기가 갑자기 이 재산을 꺼내서 쓴다면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산을 몰수당할지도 모르며

심지어는 절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우선 일꾼이 되어 일자리를 찾아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찾은 일거리는 인간 시계의 역할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일꾼들을 깨워서 일터로 보냈고,

또 시간에 맞추어 식사 때를 알려 주었으며,

언제 어느 때까지 무슨 무슨 준비를 해야 한다는 등등

인간 시계 역할을 맡아 일을 잘해 나가고 있었다.

 

<거창 포교당 삼존불>

 

어느 날의 일이었다.

그는 아침 일찍 일꾼들을 큰 소리로 깨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라자가하의 빔비사라 국왕이 듣게 되었다.

 

왕은 목소리를 듣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운명을 알아내는 이상한 재능이 있었다.

 

왕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대단한 재산가여야 할 텐데,

웬일인지 저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아침에 일꾼들을 깨우는 일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도록 일렀다.

그렇게 해서 왕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일꾼들 중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왕의 의심은 풀리지 않았다.

왕은 자기 판단에 의하면 그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마땅히 부유한 생활을 하게 되어 있다고 세 번이나 거듭 말하면서,

다시금 그 젊은이에게 사람을 보내어 그의 신분을 조사하게 하였다.

 

그 결과 마침내 사실이 밝혀졌다.

그 젊은이는 결국 자기가 은행가의 아들이며,

전염병을 피하여 친척집에 보내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다시 돌아와 아버지가 숨겨둔 보물을 찾아내었다는 것,

그렇지만 염려 때문에 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고백했다.

 

왕은 은행가의 아들 꿈바고사까의 생각이 깊고 주의력이 있는 점에 감탄했다.

그는 곧 자기 딸을 꿈바고사까에게 시집보내기로 결정하고,

꿈바고사까를 재정관에 임명했다.


이런 일이 있은 다음 빔비사라 왕은 꿈바고사까를 데리고

웰루와나 수도원으로 부처님을 찾아뵙고 전말을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왕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누구든 간에 마음 집중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고
행동은 순수하며 마음은 자제력이 있고
매사에 사려 깊으며 법다운 생활을 하며
그에게 명예와 존경은 착실히 늘어난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꿈바고사까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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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양평리 석조 여래 입상>

 

1. <법화경>의 돌아온 거지 아들의 비유

 

이 이야기는 <법화경>의 '돌아온 거지 아들" 비유와 비슷합니다.

 

수십년 전에 집을 떠나 평생을 가난과 궁상 속에

살아온 거지가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에서 가장 부자였던 아버지는 이 거지가

수십년 전 집을 나간 아들임을 금방 알아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히고

자신의 재산을 물려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가난과 궁상 속에 살아온 비천한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믿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성급하게 진실을 밝히지 않고 방편을 사용했습니다.

 

집으로 아들을 데리고 와 처음에는 똥거름 치우는 일을 시키다가

조금씩 높은 단계의 일을 시키면서

아들이 거지 근성에서 벗어나 보다 자신감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아들이 두려움과 열등감, 거지 근성에서 벗어나자

마지막에는 집안의 전재산을 관리하는 집사 임무를 시켰고,

드디어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그 아들의 아버지임을 선언했습니다.

 

아들은 그 진실을 받아들였고,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큰 사랑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거창 양평리 석조 여래 입상>

 

2. 사려깊음

 

<법구경>의 은행가의 아들 꿈바고사까나

<법화경>의 거지 아들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사려 깊음"이란 덕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성급하게 진실을 밝히지 않고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을 때를 기다리며 주의 깊고 사려 깊게 행동했습니다. 

 

"사려 깊음"이란 인간 관계나

일을 행함에 있어 성급하게 가벼히 행동하지 않고

자신의 행위의 결과, 상대의 수준과 수용성,

시의 적절함 등을 보고 주의깊게 생각하여 행동하는 것입니다.

 

즉, 연기적 상황을 통찰하여 시의 적절한 방편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사려 깊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려 깊지 않고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면

일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심하면 큰 낭패를 보게 됩니다.

 

인간 관계에서도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관계가 점점 꼬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법(진리)을 볼 줄 알고

매사에 사려깊고 자제력이 있으면

그에게 명예와 존경은 늘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초기 불교에서 부처님은 '사려 깊음'을 말씀하시지만,

대승불교는 더 적극적으로 방편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까지 이야기합니다.

 

보살 수행자는 사려 깊음을 더욱 발전시켜 

대상과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방편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보는 통찰력과 대상에 대한 깊은 자비심으로

사려 깊게 방편을 펼칠 수 있도록 지혜와 자비를 잘 개발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