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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기행(4) - 나라 호류지(1)

by 아미타온 2024. 2. 17.

<일본 불교 사찰 기행(4) - 나라 호류지(1)>

 

<호류지>

1. 쇼토쿠 태자와 호류지

 

호류지(法隆寺).

 

호류지는 우리 나라 백제, 고구려 시대 때의

절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세계 문화 유산입니다.

 

호류지는 일본에 불교를 받아들여

일본 불교의 원형을 만든 쇼토쿠 태자가 세운 절입니다.

 

정치적 이유로 고모인 스이코 여왕이 왕이 되었지만,

쇼토쿠 태자는 여왕의 섭정으로서 실질적인 왕이었습니다.

 

쇼토쿠 태자는 최고 권력자인 소가노 우마코와 불화가 생기면서 

그의 전횡에서 피신할 생각으로 아스카를 떠나

사랑하는 부인의 고향인 이카루카에 궁궐을 지었습니.

 

<남대문과 담장>

 

2. 백제, 고구려 불교의 영향

 

605년 이카루카 궁으로 옮겨오면서

 '불법을 융성하게 한다'는 뜻의 '호류지(법륭사)'를 창건했습니다.

 

쇼토쿠 태자는 고구려의 혜자 스님 

백제의 관륵 스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대승 불교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호류지에서 자신이 소화한

법화경, 유마경, 승만경의 세 경전의

대승 불법 대중들에게 강의하며 대승의 가르침을 펼쳤습니다.

 

쇼토쿠 태자는 '세간은 헛되고 임시적이며,

오직 부처님만이 진실되다'고 말했습니다.

 

대승 불법을 공부하며 쇼토쿠 태자의 깨달음이 응축된 말씀입니다.

 

호류지는 "오롯이 진실한 부처님의 가르침인 

대승 불법을 융성하게 한다"쇼토쿠 태자의 비원이 담긴 도량입니다. 

 

<남대문>

 

태자의 비원이 담긴 호류지의 입구인 남대문

단정한 결계로서 호류지를 장엄하고 있습니다.

 

남대문과 함께 긴 담장이 쳐 있습니다.

중생들의 세계인 세속와 부처님의 세계인 도량을 구분하는 담장입니다.

 

이 남대문과 담장은 고구려 양식이라고 합니다.

우아하고 포근한 느낌의 담장입니다.

 

<탑두 사원>

3. 평화

 

호류지를 들어서면 양옆으로 탑두(塔頭) 사원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저 멀리 중문과 오중탑이 드넓은 하늘 아래 펼쳐져 있습니다.

 

호류지 이 곳에 서면 마음이 참 평화로워 집니다.

대승의 따스한 자비의 품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입니다.

 

호류지는 기막히게 좋은 곳에 도량터를 잡았다고 감탄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정말 좋은 도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직 진실된 부처님의 법을 이 세상에 펼쳐 대승 불법을 융성하게 하려는

쇼토쿠 태자의 비원대로 일본 불교의 출발이 이 곳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중문>

 

4. 금강역사

 

중문(中門)입니다.

 

이 중문을 통과해야 부처님을 모신 법당과 오중탑으로 들어갑니다.

중문에는 도량을 수호하는 두 분의 금강역사(인왕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호류지 도량은 평지 지형이라서 기운이 흩어지기 쉬운데,

중문에 두 분의 인왕상을 모셔서 기운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밖에서 오는 삿된 기운을 정화해 주고 불보살님의 좋은 기운이 보존하도록

결계를 지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중문의 두 분 인왕께서 해 주고 계십니다.

 

<금강역사상>

 

두 분의 금강 역사 중 한 분은 입을 닫고 있는 밀적 금강(옴 금강)이고,

다른 한 분은 입을 닫고 있는 나라연 금강(훔 금강)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금강 역사입니다.

 

도량을 수호하는 두 분의 금강 역사님께

깊은 공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올려야 하겠습니다. 

 

<5중탑과 금당>

 

 5.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 5중탑과 금당

 

호류지는 오중탑과 금당, 강당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중탑, 금당, 강당이 일직선 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중탑과 금당이 좌우로 나란히 서 있는 독특한 대칭 구조입니다.

 

비대칭적일 것 같지만, 묘하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AD 600년경에 세워져 초창기 단 한번 화재로 불타 중건된 후

1300여년의 긴 세월동안 꿋꿋이 남아있는 엄청난 공력의 전각입니.

 

이 오중탑과 금당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입니다.

 

우리 고구려, 백제의 장인들이 주축이 되어 조성한 전각입니다. 

 

정말 멋집니다.

 

<오중탑과 상계>

 

6. 5중탑

 

5중탑입니다.

 

호류지 5중탑과 금당 1층은

덧댄 것처럼 속지붕이 있는 2중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일본 고건축에서는 이런 간소한 2중 지붕을 '상계(裳階)'라고 부릅니다.

 

마치 처마 서까래를 하나 더 덧붙이는 '부연'과 비슷한 건축 양식입니다.

 

초창기부터 세워진 양식이 아니라,

후대에 2중 지붕을 덧붙인 양식이라고 합니다.

 

상계를 하면 비바람으로부터 탑과 전각을 보호할 수 있고,

건물이 실제보다 1층이 더 있는 다층 구조로 보이기 때문에

건물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됩니다. 

 

<부처님 열반을 슬퍼하는 제자들>

 

 

5중탑의 4면은 마치 석굴 사원처럼

소조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4면에는 다음과 같은 소조상(조각상)이 있습니다.

 

서쪽은 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사리를 배분하는 모습입니다.

동쪽은 유마 거사와 문수 보살의 대화 장면입니다.

남쪽은 미륵 부처님께서 하생하시는 장면입니다.

북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시는 장면입니다.

 

특히,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하는 장면에는

슬픔을 못 이기고 울고 계신 제자분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부처님을 잃은 큰 슬픔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금당>

 

7. 금당

 

상계 속지붕 구조로 되어 있는 금당입니다.

 

금당(金堂)은 금빛 몸의 부처님을 모신 전각입니다.

 

1,300년의 세월을 이렇게 정갈하게 유지하기 위해

후대 사람들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가장 최근의 보수는 1934년부터 해체 복원 공사를 시작해서

거의 50여년을 수리하여 1985년에 완성 기념 법회를 했다고 합니다.

 

금당에는 세 분의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석가모니 삼존불을 모시고

동쪽에 약사 여래 부처님,

서쪽에는 아미타 부처님이 계십니다.

 

백제 장인들이 만든 불상으로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금당 벽면에는

아미타 부처님의 불국토인 서방 극락 정토, 

약사 여래 부처님의 불국토인 동방 유리광 정토를

나타내는 멋진 금당 벽화가 금당을 아름답게 장엄하고 있습니.

 

고구려의 담징이 그렸다는 유명한 금당 벽화입니다.

 

안과 밖이 다 아름다운 금당입니다.

 

<백제 양식의 석가모니 삼존불>

 

8. 백제 양식의 삼존불

 

호류지 금당의 석가모니 삼존불입니다.

 

광배와 상호가 서산 마애 삼존불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백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불보살님입니다.

 

호류지 금당은 우리나라 법당처럼 

자유롭게 들어가서 부처님께 인사도 올리고

기도도 드리면서 부처님을 참배할 수 없어 아쉽습니다.

 

우리나라 법당처럼 부처님과 마주하며

부처님의 기운과 향기를 느껴보면 좋으련만

마치 면회하듯이 참배하고만 와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백제의 미소, 서산마애 삼존불>

 

일본은 부처님을 비밀스럽게 모시거나,

심하면 수십년만에 하루 공개하는 비공개로 모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불계(佛界)와 중생계를 엄격히 구분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법당에 자유롭게 들어가

부처님을 친견하고 예배하고 공경할수 있는 

우리 불교 문화가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의 비불(秘佛) 문화 부처님도 답답하게 하고,

자유롭게 예배하고 불자들이 욕구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백제의 향기 가득한 호류지 부처님 앞에서

자유롭게 절하고 기도올리면

믿음의 게이지(눈금)가 확실히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당 벽화>

 

9. 금당 벽화

 

고구려의 담징 스님이 그렸다는 금당 벽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세음 보살님입니다.

 

바로 서방 극락 정토 아미타 부처님 옆에

계시는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입니다.

 

이마의 보관에는 아미타 부처님을 모시고 계십니다.

 

하얀 백의에 고요하게 관조하시는 눈길이 따스하고 평화롭습니다.

 

아미타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이 계시는 극락에 가고 싶어집니다.

 

<강당 약사여래 삼존불>

 

10. 강당

 

스님들이 법을 듣고 공부하는 강당입니다.

 

강당에는 약사여래 부처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약사 여래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신앙이 강한 나라입니다.

 

지진과 태풍과 같은 재난이 많고

병고와 전쟁으로 고통 받아야 했던 일본 사람들은

현세와 내세의 구원을 위해

약사 여래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깊은 신앙심을 가졌습니다.

 

강당에서는 중생들을 병고에서 벗어나 해탈의 길로 인도하시는

약사 여래 부처님에 대한 일본 불교의 현세 신앙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회랑>

 

11. 회랑

 

호류지는 가을이 참 좋습니다.

특히, 노란 은행잎이 무성할 때는 이름답습니다.

 

호류지는 불국사처럼 회랑이 있는데,

호류지 회랑 창살은 참 아름답습니다.

 

회랑은 이 공간이 성스러운 영역임을 드러내는 결계입니다.

 

호류지는 자칫하면 답답하고 지루할 수 있는 공간에

회랑 창살을 내어서 빛과 활기를 주고 바깥과 소통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가을>

 

특히, 가을에 회랑의 창살 앞으로 다가가면

공간이 서서히 열리면서 바깥의 은행나무, 단풍나무들이

가을의 향기를 발산하며 서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좋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호류지 금당은

참으로 슬기롭고 아름다운 디테일이 가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 백제, 고구려 장인들의 기운을 가득 느낄수 있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