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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64) 세가지 물건을 가지려고 다툰 비사사 귀신

by 아미타온 2024. 2. 25.

< 백유경(64) 세가지 물건을 가지려고 다툰 비사사 귀신>

 

<진천 용화사>

 

 옛날에 '비사사'라는 두 귀신이 물건 세 가지를 놓고 다투고 있었습니다.

 

세가지 물건은 상자 하나와 지팡이 하나, 그리고 신발 한 켤레였습니다.

 

이 때 한 사람이 와서 물었습니다.

 

"상자와 지팡이, 그리고 신발에 도대체 무슨 신기한 능력이 있길래

둘이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가?"

 

두 귀신이 대답했습니다.

 

"이 상자는 뚜껑을 열면 원하는 걳이 무엇이든 튀어 나온다.

멋진 외투가 입고 싶으면 외투가 나오고,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으면 맛있는 음식이 나오고,

으리으리한 집을 원하면 으리으리한 집이 나온다.

이 상자 하나만 있으면 사는데 아쉬울 게 아무것도 없다.

 

이 지팡이는 든든한 무기가 되어 준다.

어떤 적들과 원수가 몰려와도 항복하고 모조리 달아난다.

 

그리고, 이 신발만 신으면 어디든 못가는 곳이 없다.

하늘을 날든 원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 준다."

 

설명을 들은 그 사람이 두 귀신에게 말했습니다.

 

"조금만 물러나 보시오.

내가 당신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겠소."

 

두 귀신이 뒤로 물러나자 그는 신발을 신고,

상자와 지팡이를 들더니 하늘로 날아가버렸습니다.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하는 두 귀신에게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다투는 것을 보고 내가 이 물건들을 다 가져가니

그대들은 이제 다툴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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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용화사 미륵 부처님>

 

1. 세가지 물건

 

비사사 귀신은 인도의 흡혈귀 같은 귀신으로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고 피를 먹는 무서운 귀신입니다.

 

여기서 비사사 귀신은 불교를 믿지 않는 외도(外道)를 말합니다.

 

외도는 해탈을 향한 바른 수행에 대한 견해를 갖지 못해

엉뚱하거나 괜히 어려운 이론만 늘어놓는 그릇된 종교인입니다.

 

이러한 사이비 종교인도 세 가지 물건이 욕심나는 모양입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상자,

천하 무적으로 만들어줄수 있는 지팡이,

어디든 거침없이 갈수 있는 신발이니까요.

 

<진천 용화사 여래전 부처님>

 

2. 보시, 선정, 계율

 

그런데, 이 세가지는 불교적으로 보면 상징하는 바가 다릅니다.

 

상자는 보시를 상징합니다.

보시는 다른 이에게 기꺼이 자신이 가진 것을 주는 행위입니다.

불교의 착한 선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선업입니다.

보시를 하면 나와 타인이 모두 복덕을 얻기 때문에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갖게 된다는 것이지요.

 

지팡이는 선정(禪定)을 상징합니다.

어떤 적들과 원수는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 번뇌를 상징합니다.

즉, 고요하고 안정된 마음 집중의 상태(선정)에서는

우리 마음을 산란하게 하는 어떤 번뇌도 항복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발은 '지계(계율지킴)'을 상징합니다.

계율을 잘 지키게 되면 어디 가든 주눅들지 않게 되고,

당당하게 원하는 세계에 다닐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계율을 잘 지키면 좋은 윤회인 천상에 태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이론만 장황하게 떠벌이고

사람들을 현혹케 하는 말을 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보시하고 선정을 수행하고 계율을 잘 지키라는 것입니다.

 

닥치고 보시하고 선정하고 계율을 지킬 것!

 

이것이 시끄러운 세속에서 해탈과 열반의 세계를 향해

휘리릭 날라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죽을 때까지 이 세가지만 잘 챙기고 살아가면

참으로 잘 산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