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유경(66) 매를 맞는 계집종 >
다섯 사람이 계집종 하나를 샀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계집종에게 말했습니다.
“내 옷을 빨아라.”
다음에 또 한사람도 말했습니다.
“내 옷도 빨아라.”
그 계집종은 다음 사람에게 말하였다.
“저 분의 옷을 먼저 빨게 돼 있습니다.”
뒷 사람이 이 말을 듣고 화를 내었습니다.
“나도 저 사람과 함께 다같이 너를 샀는데,
왜 너는 저 사람의 것만 빨려고 하는가?”
그리고 매 열 대를 때렸습니다.
그러자 다른 네 사람도 모두 각기 열 대씩 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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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온(五蘊)
이 이야기는 무슨 비유일까요?
여기서 '다섯 사람'은 오온(五蘊)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매를 맞는 계집종은 바로 '나' 즉, 우리를 상징합니다.
즉, 우리들은 '오온'이라는 5명의 남자에게
시도 때도 없이 맞는 가엾은 존재라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오온은 무엇이길래
이렇게 폭력적으로 우리를 때리는 걸까요?
'오온'은 '다섯 가지 쌓임', 또는 '다섯 가지 요소'라는 뜻입니다.
즉,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5가지 쌓임, 5가지 요소입니다.
그러면 '나'를 이루는 5가지 오온은 과연 무엇일까요?
형상(色), 느낌(受), 생각(想), 의지(行), 인식(識) 의 5가지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어떤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하셨을까요?
바로 오온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나라고 하셨습니다.
우리 인간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나의 몸(형상), 느낌(감정), 생각, 의지, 인식 의 5가지 요소에 집착하지 말고,
5가지 요소에 대한 욕망이 일어나거든 이를 극복하여 벗어나라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도대체 이 5가지 요소인 오온에 무슨 위험이 있기에
오온에 대해서 욕망을 극복하라고 가르치셨을까요?
우리는 '오온'을 '나'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오온이 변하면 그 뜻하지 않은 변화와 쇠멸을 보고
슬퍼지고 비탄하며 괴로워하고 근심하고 절망합니다.
즉, 나의 몸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 병들고 노쇠해지는 것을 보고,
나의 감정이 좋았다가 싫었다가 슬펐다가 화를 냈다가 변동하고
내 생각대로 내 의지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슬퍼하고 분노합니다.
2. 오온의 폭력
우리는 '오온은 내 것이다.',
'오온은 내 마음대로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온은 내가 아니며,
내 마음대로 할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오온은 변화 라는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근심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번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온의 변화가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할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내 마음에 맞게, 내 기분에 흡족하게 달라질 때도 있다고 반문할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오온의 변화는 무자비하게 다가옵니다.
인정사정 보지 않고 '생노병사' 라는 회오리 속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체 왜 이래?
누구 맘대로 달라지는 거야?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아냐?”
이와 같이 서운해 하고
불안해해도 소용 없습니다.
백유경의 이 비유에 나오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섯 사람이 돈을 모아서 계집종 한 명을 고용했습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사람이 하녀에게 명령했습니다.
“빨리 내 옷을 깨끗하게 빨아라.”
하녀가 그 옷을 채 빨기도 전에 두 번째 사람이 명했습니다.
“내 옷을 빨아라. 어서!”
두 번째 사람이 이렇게 말하기가 무섭게
세 번째 사람, 네 번째 사람, 다섯 번째 사람도
각기 자기 옷을 먼저 빨라고 명했습니다.
다섯 사람의 독촉을 받자 하녀가 대답했습니다.
“차례대로 옷을 빨아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다섯 사람이 일제히 하녀에게 주먹질을 해댔습니다.
“우리 모두 똑같이 거금을 내서 너를 고용했는데,
대체 누구 옷을 먼저 빨고 누구 옷은 나중에 빤다는 거냐?”
주먹을 휘두르는 무시무시한 다섯 사람은
바로 ‘나’를 이루고 있는 다섯 가지 바탕(오온)이요,
그 다섯 사람의 폭력을 고스란히 당해낼 수밖에 없는 계집종은
바로 늙거나 병들거나 죽음이라는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의 모습입니다.
즉, 색수상행식의 오온이 항상 생, 노, 병, 사의 한량없는 고뇌로
중생인 우리들에게 매질하며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야심경에서는
'오온개공(오온은 공(空)하다)'을 설합니다.
오온개공의 가르침을 수용하여 오온은 실체가 없으며,
'나'라고 할만한 것이 없으며, 오온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폭력을 당하는 계집종의 처량한 신세에서 자유로워질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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