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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기행(8) - 푸른 극락 정원, 오하라 산젠인

by 아미타온 2024. 2. 28.

<일본 불교 사찰 기행(8) - 푸른 극락 정원, 오하라 산젠인>

 

<산젠인 정문>

1. 오하라 산젠인

 

산젠인(三千院)

 

일본말로는 '산젠인'으로 부르지만,

우리 나라 말로는 '삼천원(三千院)'입니다.

 

재미있는 이름이죠.

 

왜 '삼천원'인지는 좀 있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교토 교외의 시골 마을 오하라>

 

산젠인은 교토 역에서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가야 하는 교토 교외의 산골 마을 '오하라(大原)'에 있습니다.

 

교토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일본 천태종 총본산 히에이산(비예산, 比叡山)

북쪽 기슭 아래 자리 잡은 산골 마을이 바로 오하라입니다.

 

예로부터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하여 

귀족들의 별장이나 은신처로 유명한 곳입니다.

 

<땔감을 이고 있는 오하라의 여인 인형>

 

2. 생활력 끝판왕, 오하라의 여인들

 

오하라 버스 정류장에서 산젠인을 올라가면

오하라의 여인들과 관련된 인형과 포스터가 많이 보입니다.

 

오하라 여인들은 생활력이 강해서

오하라에서 재배한 야채나 땔감을 머리에 지고

40리나 떨어진 교토 시내에 가서 팔았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생활력의 끝판왕' 이 바로 오하라의 여인들입니다.

 

<산젠인 올라가는 길>

 

3. 오하라 계곡길

 

산젠인 올라가는 길은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계곡물이 흐르는 한적한 길인데, 운치 있고 좋습니다.

 

<오하라 계곡>

 

특히, 계곡물 소리가 좋습니다.

 

교토의 절들은 많은 절들이 도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산사의 정취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산젠인 올라가는 계곡길을 걸으면

우리 나라 산사를 찾는 듯한 여유와 즐거움이 있습니다.

 

<산젠인 정문>

4. 몬세키 사원

 

산젠인 정문입니다.

 

산젠인은 일본 천태종 총본산인

히에이산 엔랴쿠지를 창건한 사이쵸가 세운 천태종 사찰입니다.

 

<일본 왕실 사찰을 의미하는 국화 문양>

 

일본 왕족이 출가하여 주지를 맡았던 절을

'몬제키(門跡​) 사원'이라고 합니다.

 

산젠인도 교토의 유명한 몬제키 사원 중 하나입니다.

 

<산젠인의 석불 아미타 부처님>

 

5. 일본 천태종과 음악 염불 

 

천태종은 법화경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 종파입니다.

 

그런데, 일본 천태종은 단순히 법화경만 공부하는 종파가 아니라,

법화경을 중심으로 밀교, 염불, 선(禪), 참회(계율)가 혼합된 종합 불교 종파입니다.

 

<오하라 승림원 아미타 부처님>

 

특히, 오하라는 천태종의 염불 삼매를 수행하기 위해 

음악적 곡조에 맞추어 염불하는 '성명(聲明) 염불'이라는

독특한 음악 염불의 발상지로 유명합니다.

 

<산젠인의 고승 스님상>

 

일본 천태종 3대 좌주(주지)로

우리나라 장보고 장군의 도움을 받아

중국 당나라에 유학한 엔닌(圓仁, 794~864) 스님이 있었습니다.

 

엔닌 스님은 중국 어산(魚山)에서 승려들이 

음악 곡조의 아름다운 음율에 맞추어 부르는

'나무아미타불' 찬불과 염불 수행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끼 정원의 동자상>

 

엔닌 스님은 일본에 돌아와 아름다운 음악 곡조에 맞추어 

대중들과 함께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염불 삼매를 수행했습니다.

 

이 염불을 산에서 부르는 아름다운  염불이라고 해서 '산(山)의 염불',

또는 천태종의 음악 염불이라고 해서 '성명(聲明) 염불'이라고 부릅니다.

 

<산젠인 정원 다실>

 

성명 염불은 음악성이 가미된 아름다운 운율의  염불이었기 때문에

헤이안 시대의 귀족들 뿐 아니라 민중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히에이산 북쪽 기슭의 오하라는 천태 성명 염불의 중심지로서

산젠인에서는 염불 삼매를 닦는 장엄한 염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염불 동자 스님상>

 

특히, 천태종 승려인 료린(良忍, 1073~1132)이 산젠인에 주석하면서

아름다운 곡조의 '성명 염불'을 집대성하여 대중들에게 널리 보급했습니다.

 

<극락의 천인>

 

료린의 성명 염불은 대중이 함께 합창하던 기존의 염불 방식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독창과 대중의 합창이 서로 주고 받으면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합창의 장엄함과 독창의 절절하고 애잔함이 결합되어

종교적 일치감을 고취할 수 있고 염불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전통 속에 천태종 사찰이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의 성지가 바로 오하라 산젠인입니다.

 

<어참법강>

 

6. 법화 참회와 청정심

 

산젠인에는 "어참법강"라는 액자가 있습니다.

 

'법화 참회법'에 대해 강설하던 곳이라는 뜻입니다.

 

참회는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어긴 것을

부처님께 그 잘못을 비는 행위입니다.

 

이 곳은 산젠인에서 참회 의식을 행하던 곳입니다.

 

<강진 백련사>

 

우리 나라 전라남도 강진 만덕산에 백련사가 있습니다.

 

백련사에는 고려 시대 때 우리 나라의 염불 결사(모임)인

'백련 결사'를 일으켰던 원묘국사 요세 스님이 있었습니다.

 

요세 스님도 고려 시대 천태종 승려였는데,

얼마나 참회를 열심히 했던지 별명이 '서 참회'였다고 합니다.

(원묘 국사 요세 스님의 속가 성이 '서'씨였습니다.)

 

<참회로 마음을 씻어 청정한 마음을 회복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청정수>

 

우리 나라 백련사의 요세 스님도

천태종 스님이면서 염불과 참회를

양 축으로 하는 수행 전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천태종의 산젠인도

우리 나라 요세 스님의 백련 결사와

비슷한 수행 전통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참회를 통해 자신의 잘못에서 벗어나 깨끗하게 마음을 씻고

아미타 부처님을 향한 극락 왕생의 염불의 길을 가겠다는 자기 정화였던 것입니다.

 

<천태종의 좌선 수행을 하는 사이초 스님>

 

7.  사이초 스님과 일념 삼천

 

일본 천태종의 개조인 전교(傳敎) 대사

사이초(최징, 最澄) 스님의 초상입니다.

 

지관(참선) 수행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천태종의 가르침 중에 '일념삼천(一念三千)'이 있습니다.

일념이라 하는 것은, 우리의 '찰나(순간)'의 마음을 말합니다.

 

<밀교 만다라>

 

'일념삼천'은 우리의 그 일념에

'삼천 세계(우주)'가 다 들어있다는 말입니다. 

 

'삼천 세계'란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관을 말하는데요.

삼천 세계가 성립되려면 불교가 말하는 세계관인 십계(十界)부터 알아야 합니다.

 

<마음의 파동과 같은 동심원>

 

십계는 만물의 상태를 10가지로 분류해놓은 개념입니다.

 

즉, 미혹의 세계인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6취,

깨달음을 지향하는 성문, 연각, 보살의 3승,

그리고 부처님의 세계인 불계(佛界)를 더해서 십계입니다.

 

<극락의 보살님>

 

천태종에서는 이런 10계 속에 각각 10계가 있어 100계가 되고,

그 100계가 또 각각 열가지의 세계로 나누어지니 1000계가 됩니다.

 

그리고, 1000계는 오온세간(다섯가지 생명의 작용), 유정세간(모든 생명의 생멸변화),

국토세간(중생을 둘러싼 환경)의 셋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래서 삼천 세계라고 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겪는 모든 세계들을 다 합해놓은 게 삼천세계입니다.

 

그 삼천세계가 어디에 들어있는가요?

 

바로 우리의 찰나의 마음인 '일념'에 들어 있다는 게 일념삼천의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마음>

 

즉, 일념삼천은 결국 일념과 삼천 사이의 분별을 없애고,

생멸하는 세계가 곧 영원 보편의 세계임을 천명하는 것입니다.

 

바로 일념삼천의 일심의 마음 세계를 수행하는 참선 수행이

천태종의 좌선입니다.

 

이 일념삼천에서 산젠인(삼천원)이라는 절 이름이 나왔습니다.

 

<왕희지의 글씨, 아>

 

8. 주지 스님 침전과 왕희지 글씨

 

산젠인에서 가장 높은 주지 스님이 주석하던 방(침전)입니다.

 

그 곳에는 중국의 유명한 명필 왕희지의 글씨체입니다.

'아(鴉)'라는 글씨입니다.

 

천태종의 개조인 사이초 스님이

중국 유학 중에 천태산 국청사에 머물면서

천태 교학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때 천태산 국청사에 있던

왕희지의 글씨의 탁본을 가져온 것이랍니다.

 

아주 시원하면서도 곧은 기운이 느껴지는 글씨입니다.

저 글씨처럼 시원하고 올곧게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젠인 정원>

9. 지천회유식 정원과 이끼 정원

 

산젠인은 일본에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절을 따라 곳곳을 걸어가면 일본 특유의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집니다.

 

<산젠인 정원>

 

절 초입에는 아름다운 지천회유식 정원이 펼쳐집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합니다.

 

참 평화롭습니다.

 

나무와 돌과 연못이 빛어내는 한 폭의 그림같은 정원입니다.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는 산젠인이지만,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여름의 산젠인도 참 싱그럽습니다.

 

<이끼 정원>

 

주지 스님 침전 쪽을 올라가면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생명력 넘치는 푸른 이끼 정원이 펼쳐집니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이끼 정원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싱그러운 이끼>

 

푸른 이끼 정원을 보면 마음이 참 싱그러워집니다.

 

이 곳이 바로 푸르름 가득한 지상의 극락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 가면 더욱 좋습니다.

 

<이끼 정원 중앙의 왕생극락원>

 

10. 왕생 극락원과 극락 왕생

 

이끼 정원의 가장 중앙에 '왕생 극락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이곳이 극락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겠죠.

 

왕생 극락원에는 극락의 부처님인 아미타 부처님과

아미타 부처님을 협시하는 관세음보살님, 대세지보살님이 계십니다.

 

<왕생극락원 아미타 삼존불>

 

 

특히, 아미타 부처님을 협시하는

대세지 보살님과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두 분 모두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극진한 공경의 표시로 꿇어 앉은 채 

대세지 보살은 합장한 채, 관세음보살은 연화대를 들고 계십니다.

 

<산젠인 대세지 보살님 족자>

 

아미타 부처님에 대한 끝없는 공경의 모습과 함께

극락 내영자를 맞이하기 위해 거룩하게 손을 내미시는 모습입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입니다.

 

죄많고 어리석은 중생들을 극락으로 인도해 주시기 위해

부처님과 보살님께서 직접 오셔서 손 내밀어 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열심히 염불해서 저도 왕생 극락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색 부동당>

 

11. 금색 부동당

 

'금색 부동당'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잘 뵙기 힘들지만,

일본에서는 신앙의 대상으로 많이 숭배되는 금색 부동명왕을 모신 전각입니다.

 

<금색 부동당 휴식소에서 바라본 여름 수국>

 

그리고, 이 곳에는 휴식소가 있는데,

금색 부동차라는 차를 무료로 줍니다.

 

이 차를 마시고

금색 부동명왕에게

신체 강건을 기원하면

몸이 아주 튼튼해 진다는 금색 부동차입니다. 

 

차 이름답게 금가루가 들어 있고,

연한 자주빛이 나는 짭짤한 차입니다.

 

특히, 수국이 피는 여름철에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파란 수국이 예쁩니다.

 

<관음당>

 

12. 관음당

 

산젠인 제일 높은 곳에는 관음당이 있습니다.

 

관음당은 붉은 색의 강렬한 빛깔의 건물입니다. 

 

<자비로운 관세음보살님>

 

관음당에는 자비한 상호의

관세음보살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중생들을 고뇌에서 건지는 감로수를 들고 서 계신

관세음보살님의 거룩한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특히, 관음당 내부는 화사로운 꽃 벽화가 그려져 있어 아름다웠습니다.

 

<25보살 정원>

 

13. 25보살 정원

 

관음당 앞에는 "25보살의 자비로운 눈의 정원"이 있습니다.

 

이 정원은 아미타부처님께서

극락왕생자를 극락으로 인도하기 위해 내영할 때

아미타 부처님과 함께 오시는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을

비롯한 25분의 보살들의 자비를 표현한 정원입니다.

 

바위와 나무가 중생들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25분의 자비로운 보살님들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자연을 통해 보살님들의 자비의 의미를 담은

정말 독특하고 멋진 정원입니다.

 

<극락으로 인도해 주시는 25분의 보살님>

 

이처럼 산젠인은 천태종 사찰이지만,

마치 극락에 온 것처럼 아미타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을 뵙고

극락같이 싱그러운 이끼 정원과 지천회유식 정원을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도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