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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기행(7) - 평상심이 도(道), 교토 료안지(龍安寺)

by 아미타온 2024. 2. 23.

<일본 불교 사찰 기행(7) - 평상심이 도(道), 교토 료안지(龍安寺)>

 

 

1. 임제종 선종 도량, 료안지

 

료안지(龍安寺).

 

료안지는 '용이 편안히 사는 절'이라는 뜻의 선종 사찰입니다.

중국 임제 선사 가풍을 이어받은 임제종 도량입니다.

 

일본 막부 시대 때 어느 유력 가문의 무사가

귀족의 별장을 양도받아 출가하여 선종 사찰로 조성한 사찰입니다.

 

료안지는 금각사 바로 옆에 있어 금각사와 함께 보면 더욱 좋습니다.

 

뒤에는 나지막한 산들이 있고,

앞으로는 큰 연못이 자리잡고 있는 배산임수형 가람입니다.

 

 

 

료안지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시원한 연못이 있습니다.

 

산과 물이 어울어진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료안지에서 가장 유명한 정원은 석정 정원이지만,

연못을 따라 걸어가는 산책로도 참 예쁩니다.

 

푸른 이끼와 큰 나무들이 어울어져 생명력이 가득 느껴집니다.

 

 

2. 방장

 

산책로를 지나면 료안지에게 가장 유명한 방장 정원이 나옵니다.

 

방장(方丈)은 선종의 가장 큰 스승이 사는 방입니다. 

 

 

 

료안지 방장실에는 '와룡매(臥龍梅)'라는 장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매화가 용이 꿈틀거리듯 누운 채 하얀 매화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같은 매화라도 참으로 멋지게 그려놓았습니다.

 

 

산수화가 그려진 다다미 방도 예술입니다.

 

그 중에서 우리 나라 금강산을 그려놓은 산수화도 있습니다.

 

 

3. 석정

 

방장실 마루 앞에는 석정(石庭)이 펼쳐집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양 문화의 정수"라고

극찬을 했다는 그 유명한 석정(石庭)입니다.

 

고색창연한 낮은 담장 안 직사각형의 석정 안에는

하얀 자갈 모래, 15개의 큰 돌과 이끼만이 있습니다.

 

 

그리고, 담 바깥으로는 푸른 신록의 나무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아주 단순한 석정이지만, 평화로운 느낌을 줍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이 석정을 만든 이유가

사람들에게 선(禪)의 깨달음에 대해

보여 주기 위해서라는데, 그 깨달음은 무엇일까요?

 

 

이 석정은 어디에서 보아도 돌이 14개로 보인다고 합니다.

오직 방장실 정중앙의 방장석에서 볼 때만 돌이 15개로 보인다고 합니다.

 

료안지도 수학 여행 온 아이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은 석정을 보자 마자 까르르 웃으며 돌 숫자 세기 바쁩니다.

 

"이치, 니, 상, 용.... 주 용"

 

"어 진짜 14개네!!"

 

"12갠데!!!"

 

아이들의 대화 속에서 천진스러움과 귀여움이 느껴집니다.

 

 

4. 평상심이 도(道)

 

석정은 단순하지만, 세계를 담고 있습니다.

 

하얀 자갈 물결과 간간히 있는 몇개의 돌과 이끼만으로

바다가 되고 파도가 되고 섬이 되고 산이 됩니다.

 

 

 

담장 안이 내 마음이라면

담장 밖의 갖가지 나무와 하늘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처럼 느껴집니다.

 

고색창연하고 나지막한 담장이 그 경계인데,

이 경계도 고즈넉하고 낮아서 불분명합니다.

 

 

 

담장 안의 나와

담장 밖의 세상이 어울어져

담장 안의 나에게 보다 생명력을 주는 것 같고

담장 밖의 세상과의 교감을 더욱 잘 느끼게 해 줍니다.

 

 

 

동양인, 서양인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이 마루에 앉아

이 정원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느끼고 있습니다.

 

별로 필이 없는 사람은 돌 갯수라도 세고 있습니다.

 

이 정원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선의 진수가 무엇인지를 고뇌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이 정원을 만든 선승의 퍼포먼스는 대성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상심이 도(道)'라는 선의 가르침을 

단순한 석정을 통해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5. 이끼 정원

 

석정 오른편에는 푸른 생명력 가득한 이끼 정원이 펼쳐져 있습니다.

 

석정과 이끼 정원이 서로 대비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방장실 뒤에는 특이하게 생긴 작은 물통이 있습니다.

 

둥근 돌에 가운데 네모입니다.

마치 굵은 엽전처럼 생긴 물통입니다.

 

일본 선종은 차를 마시는 다도가 발달해서

차를 마시기 전에 손과 얼굴을

깨끗히 씻는 세수의 용도로 만든 물통입니다.

 

 

6. 오유지족 (吾唯知足)

 

차를 마시기 위해 세수(洗手)를 하면서

결계를 하고 마음을 씻는 세심(洗心)의 용도인 것입니다.

 

이 물통의 바위면 4면에 한자가 씌여져 있습니다.

 

가운데 입 구(口)자를 더하면

"오유지족(吾唯知足)"이 되도록

센스 있게 글자를 새겨 놓았습니다.

 

"나는 오직 만족함을 알 뿐이다."

 

 

7. 지금 여기

 

선가에서 욕심과 의도를 버린 담백함의 상태에서

'지금 여기'에 온전히 만족하고 집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흔히 '무위(無爲, 무의도)의 가르침'이라고 하는데,

료안지의 석정을 통해 그 무위의 가르침을

선의 퍼포먼스로 나타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료안지 석정에서 선(禪)의 스승이

대중들에게 깨닫기를 원하는 의미가

이 작은 물통의 글자 속에 수수께끼처럼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