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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여행(9) - 맑은 물의 청수사(기요미즈데라)

by 아미타온 2024. 3. 3.

<일본 불교 사찰 여행(9) - 맑은 물의 청수사(기요미즈데라)>

 

 

1. 관음도량, 청수사

 

기요미즈데라.

 

우리 말로 하면 '맑은 물의 절'이라는 뜻의 청수사(淸水寺)입니다.

 

교토 여행에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절 중 하나입니다.

 

청수가는 원래 나라 고후쿠지(興福寺) 법상종 계통의 사찰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독립해서 '일본 북(北)법상종'이라는 종파의 총본산입니다. 

 

원래는 천수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절이라서 '관음사'였는데,

산 속에 흐르는 맑은 물 때문에 절 이름을 '청수사(淸水寺)'라고 했습니다. 

 

 

2. 인왕문

 

청수사 입구인 인왕문.

 

신사풍의 붉은 2층 건물입니다.

 

기모노를 입은 여자 아이들,

수학 여행 온 어린 학생들로 절 입구는 만원입니다.

 

교토 여행의 단골 관광지라서 사람들이 엄청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찰 입구는 사찰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주로 모십니다.

그러나, 일본 사찰은 우람한 근육의 금강역사인 인왕이 많습니다. 

 

천왕과 인왕은 불법과 도량을 수호하는 보살님이므로

천왕문과 인왕문을 통과할 때에는 몸과 마음을 정갈히 가져야 합니다.

 

인왕문을 지나면 수구당(隨求堂)이 나옵니다.

중생들이 구하는 것를 수순하여 들어주는 수구(隨求) 보살을 모신 전각입니다.

 

100엔을 내면 수구 보살의 태내(胎內)로 들어갈수 있습니다.

 

캄캄한 수구당을 들어가서 수구보살의 배꼽에 있는

범어 글씨가 새겨진 바위석을 만지면 소원 성취한다고 합니다.

 

재미있습니다.

 

 

3. 청수사 무대와 본당

 

청수사 본당입니다.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하고 전망 좋은 본당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을 모시고 있는 청수사 본당은

산 기슭에 세워져 여러 층의 목재로 본당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건물을 '무대(舞臺)'라고 부릅니다.

청수사 무대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장쾌한 무대로 이름높습니다.

 

옛날에는 저 무대에서 춤도 추고 공연도 하고 했습니다.

 

일본 속담에 죽을 각오로 행하기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을

"청수사 무대에서 뛰어 내리는 심정으로"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실제로 청수사 무대는 자살의 성지로서

역사상 기록된 것만 해도 수백명이 뛰어내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저 밑으로 뛰어내려 죽은 사람은 

약 15% 정도 된다고 합니다.

 

85%는 살았다는 이야기인데,

관세음보살님의 가피 덕분일까요?

 

 

 

무대에서 교토 시내를 바라봅니다.

 

녹음진 수풀 사이로

쿄토 역 옆의 코토 타워도 보이고,

아기자기한 쿄토 시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좋습니다.

 

 

4. 자비

 

청수사 본당 내부입니다.

 

중앙에 관세음보살님을 본존으로

왼쪽에는 지장보살님, 오른쪽에 비사문천(4천왕 중 한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비불(秘佛)이라서 33년만에 한번만 그 모습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관세음 보살님들을 호위하는 호법신중들의 모습은 볼 수 있어 다행입니다.

호법 신중께 인사하고 비불로 공개하지 않는 관세음보살님께도 인사드립니다.

 

수많은 관람객들로 어수선한 본당의 관세음보살 비불 앞에서

한 청년이 앉아 눈을 감고 염불하면서 무언가를 간절히 빌고 있었습니다.

 

기도의 본질은 간절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안시중생  복취해무량"라는 현판입니다.

 

'자비로운 눈으로 중생을 바라보면

얻는 복덕이 바다와 같이 무량하다'는 뜻입니다.

 

자비는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고,

너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저 말씀처럼 자비를 잊지 말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5. 지주 신사

 

본당 위로는 신사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절 안에 신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를 불교가 습합한 형태입니다.

 

청수사 안에 있는 지주 신사는

간절히 기도하면 좋은 인연이 이루어지는 신사랍니다.

 

붉은 글씨로 된 "인연 연(緣)"자가 눈에 크게 들어옵니다.

 

 

좋은 인연이 이루어지는 신사답게

청춘 남녀들이 많아 활기찬 신사였습니다.

 

부적이나 점을 보는 젊은이들이 많았는데,

좋은 점이 나왔는지 점쾌를 보고 기뻐하는 사람이 많이 보였습니다.

 

 

'다 잘 되거야~'라는 기원과 믿음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가 넘쳐 흘러 좋았습니다.

 

 

6. 약수

 

본당 밑에는 3갈레로 흐르는 약수터가 나옵니다.

 

맑은 청수의 '청수사' 유래가 된 세 줄기 약수터입니다.

 

이 3 갈레 물  중 어느 한 갈레 물을 마시면

건강, 미용, 출세의 3가지 소원 중 하나가 이루어진답니다.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원하십니까?

 

 

 

7. 성지 순례 할아버지

 

청수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일본 전통 검은 승복을 입고

 성지 순례하는 70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검은 승복을 고쳐 입고

땀을 닦으면서 쿄토 시내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본은 에도 시대 때부터 서민들의

 성지 순례 문화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 밀교의 창시자인 홍법대사 쿠카이 스님을 추앙하는

시코쿠 88개소 순례가 제일 유명합니다.

 

이와 함께 일본 관서(간사이) 지방  관음성지 33개소

성지 순례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청수사가 바로 일본 간사이 지방 관음성지 33개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관음행자로서 관음성지를 순례하는 할아버지인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인생 말년을 관음성지 순례로서 보냅니다.

 

마치 인도 브라만 계급이 인생의 4주기 중 마지막을

세속을 떠나 유행하는 유행기로서 삶을 정리하는 것처럼

일본 열도 관세음 보살님을 친견하며 삶을 돌아보는 것입니다.

 

멋진 할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들어 죽음이 멀지 않았지만 

자신이 믿는 관음 신앙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한 여름 무더운 날씨에도 긴 검은 승복을 입고 땀을 닦으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자신의 신앙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모습입니다.

 

청수사의 맑은 물보다

더 청량한 감동의 맑은 물을 선사하는

청수사의 검은 관음행자 노 수행자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