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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29) 상카락키따 스님의 조카 비구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2. 29.

<법구경(29) 상카락키따 스님의 조카 비구 이야기>

 

<경주 국립 박물관 금강역사 상>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상카락키따 스님의 조카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37번을 설법하셨다.

 

상카락키따 스님의 여동생은 사왓티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결혼하여 아들을 낳자 평소 존경하던 오빠의 이름을 따서

아들의 이름을 "상카락키따"라고 지었다.

 

이 어린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

본인의 결심을 따라 외삼촌인 상카락키따 스님의 제자로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다.

 

조카 상키락키따는 부처님으로부터

좌선 수행에 관한 법문을 들은 다음

수행 주제를 받아 어느 마을에 있는 수도원에 들어갔다.

 

그는 우기 석 달 동안 그곳에서 수행하면서

신자들로부터 가사 두 벌을 받았다.

 

마침 수행기간 동안 자신의 가사가

낡아 해어졌으므로 그는 한 벌은 자신이 입고,

나머지 한 벌은 스승이자 외삼촌인 상카락끼따 스님께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우기가 끝나자 그는 지체하지 않고 외삼촌이 계시는 수도원으로 갔다.

 

그는 수도원에 도착하여 청소를 하고 자리를 정돈한 다음

외삼촌 스님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외삼촌 스님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그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까지 나가  맞이했다.

 

그리고 나서 외삼촌 스님을 자리에 모셔서

앉게 해 드린 다음 인사를 올리고 발을 씻어드렸다.

 

<금강역사>

 

그 다음 그는 가지고 온 가사를 외삼촌 스님의 발 아래에 놓고는 청하였다.

 

“존경하는 스승님,

이 가사를 받아 주십시오.”

 

그러자 외삼촌 스님은 대답했다.

 

“나는 이미 다른 신자로부터 받은 가사가 있으니

그것은 네가 입도록 하여라.”

 

그래서 조카는 당황했으나 한 번 결심한 것이므로 다시 권했다.

 

“이것은 저의 처음부터의 결심이었습니다.

제발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괜찮다, 상카락키따여.

내게는 이미 가사가 있으니 그것은 네가 사용하도록 하여라.”


조카인 상카락키따는

그 가사를 덕 높은 스승에게 바침으로써

자기에게 크나큰 공덕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랬으므로 아무리 스승이 자기 공양을 사양하더라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몇 번에 걸쳐 가사를 받아주십사고 외삼촌 스님께 청했다.

그렇지만 스승은 끝내 자기의 청을 받아 주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상카락키따는 스승을 옆에서 모시면서

스승에게 부채질을 해주면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조금 전의 일이 마음에 어른거려서 몸은 부채질을 하면서도 마음은 딴 데 가 있었다.

 

<금강 역사>

 

그는 생각했다.

 

‘나는 이분의 조카이며, 또 이분의 제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분은 내 공양을 받으려고 하시지 않는구나.

이렇게 나와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부족하신 분과

평생을 보내기는 실로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버릴까?’

 

그의 상념은 계속되었다.

 

'스승이 받지 않으시는 이 가사를 시장에 내다 판다면

아마도 암염소 한 마리 정도는 살 수가 있을 것이다.

그 암염소를 키우면 곧 새끼들을 낳겠지.

그러면 그 새끼들은 키워 팔아서 여러 마리 암염소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늘려가다 보면 머지않아 나는 많은 염소를 키우는 부자가 되겠지.

그렇게 돈을 번 다음에 나는 결혼을 해서 아내를 맞이하자.

아내가 아들을 낳으면 나는 아들의 이름을 외삼촌 이름을 따서 상카락키따라고 짓고,

아내와 함께 아들을 데리고 수도원에 와서 외삼촌에게 인사를 올릴 수도 있으리라.

 

나는 수도원에 가는 동안에 아내에게 말할 것이다.

“여보, 아이는 내가 안고 가리다.”

그러면 아내는

“아니에요. 아이는 제가 안고 갈 거에요.

당신은 마차나 잘 몰도록 하세요.”

하며 아이를 꼭 껴안겠지. 그래서 실랑이를 하게 되고,

아내는 어린 아이를 놓쳐 떨어진 아이 위로 수레바퀴가 지나가고 말 것이다.

그러면 나는

“제 자식을 안고 간다면서 아이를 지키지도 못한단 말인가!

네가 나를 망쳤구나.”

하고 소리치면서 아내를 채찍으로 내리칠 것이다.

 

그가 이런 상념에 젖어 있을 때

그의 손은 그의 생각을 따라 움직여

그는 들고 있던 부채로 외삼촌 스님의 머리를 때리고 말았다.

 

<천왕>

 

외삼촌 스님은 곧 젊은 조카가

왜 자기의 머리를 때리게 되었는지를 알아챘다.

그는 말했다.

 

“너는 네 아내 대신 이 늙은 비구를 때리는구나.”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상카락키따는 크게 당황했다.

그는 외삼촌의 말에 공포감을 느끼고 밖으로 나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때 수도원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이상하게 여겨

그를 붙잡아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데리고 갔다.

부처님께서는 그간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마음이라는 것은 가까운 것은 물론

먼 것까지도 능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수행자는 마음을 잘 다스려

멀리 떠나가지 않도록 해야만 하느니라.

수행자는 항상 열성적으로

음의 자연적인 성품을 관찰하고 있어야만 하나니,

그리하여 그는 마음으로부터 일어나는

가지 장애에서 벗어나 해탈을 성취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마음은 끝없이 방황하고 홀로 움직이며

물질이 아니면서도 물질 속에 숨는다.

어느 누구든 간에 그것을 잘 다스리는 사람은

염마(죽음의 왕, 마라) 사자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리.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젊은 상카락키타 비구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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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

 

1. 조신지몽 이야기

 

<삼국유사>에 "조신지몽"의 꿈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님이었던 조신은 여인을 멀리 해야 하는 몸임에도 불구하고

절에 시주를 하러 온 한 아름답고 귀족 출신인 태수의 딸을 사랑하게 됩니다.

 

계율과 욕망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조신은

관세음보살께 그녀와 결혼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신은 기회를 보아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하게 되고

서로 사랑하게 된 두 사람은 도망을 가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그러나, 사랑만으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곤궁한 살림과 팍팍한 삶, 많은 아이들 속에서 10년, 20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힘겹고 지쳐갔습니다.

 

특히, 궁핍한 살림을 참지 못한 아내는 참지 못하고 조신을 떠나버리고 맙니다.

 

조신은 괴로워 하며 "여보! 여보!"하며 아내를 부르는데,

그것이 버드나무 아래 졸고 있던 한 순간의 꿈이었습니다.

 

순간의 꿈 속에서 수십년을 산 조신은

"인생무상"을 깨닫고 수행에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외삼촌이자 스승이

자신이 보시한 가사를 받아주지 않자 불쾌한 감정에 잡혀 버렸습니다.

 

그리고, 계속 안 좋은 생각을 이어 나가게 됩니다.

 

가사를 팔아 암소를 사고 아내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다가 자식까지 낳고

아내의 부주의로 자식을 잃게 되자 아내를 때리는 망상에 망상을 이어나갑니다.

 

<금강역사>

 

2. '깨어 있슴'의 중요함

 

망상 속에서 부채로 스승을 때려버린

<법구경>의 이야기는 "조신지몽"과 비슷한 스토리입니다.

 

조신은 여인에 대한 애욕의 감정과 생각에 마음이 사로잡혔습니다.

조카 비구는 스승이 자신의 선물을 받아주지 않은데

불쾌한 감정에 마음이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망상이 망상을 낳아서 한 순간에

팔만사천리를 갔다온 것과 같은 망상 체험을 한 것입니다.

 

어떠한 욕망의 대상이든 분노의 감정이든 

일단 집착하고 한번 걸려들게 되면 헤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여러 가지 망상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잇따라 붙으면서

마치 구름이 이런 저런 모양을 만들면서 푸른 하늘을 가리는 것처럼 됩니다.

 

망상과 감정이 그림을 그리고 장난질로 쳐가며

맑고 깨끗한 마음이 드러나게 놓아주지 않습니다.

 

마음 관찰 수행인 '위빠사나'는 순간순간 깨어있게 하고,

부정적 감정과 망상이 마음에 껌처럼 딱 달라붙는 것을 차단하는 힘을 줍니다.

 

순간을 깨어있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수행자에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순간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어야

부정적 감정과 망상이 순간적으로 끼어들 틈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큰 가르침과 깨달음이 올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므로 수행자는 순간순간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순간을 깨어있지 못해

망상과 감정의 놀음에 마음이 잡히면

평생을 허망하게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줍니다.

 

수행자가 순간의 중요함을 자각하는 것과

순간을 깨어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노력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통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