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31) 오백 비구와 자비경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오백 비구들과 관련하여 게송 40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오백 명의 비구들이 부처님께 좌선 수행에 관한 설법을 듣고
수행 주제를 받아 적합한 장소를 찾다가 넓고 깊은 숲에 도착했다.
이 숲에는 신들이 나무에 머물러 살고 있었는데,
비구들이 이 숲을 수행 장소로 정하자 나무에 있던 신들은 불만이 많았다.
왜냐하면 비구들이 자기들 아래에 있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기들도 땅에 내려와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들은 이 비구들이 머지않아
곧 떠나려니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러나 비구들은 숲을 떠나지 않고 계속 그곳에 머물렀고,
그렇게 보름이 지났다.
그러자, 나무에 있던 신들은 비구들이 여름 안거를
이곳에서 보내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만일 그런 생각이라면 그들은 별 수 없이
우기 동안 흙바닥에서 지내야만 했으므로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신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해 비구들을 이곳에서 쫓아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들은 밤마다 흉측한 모습으로 나타나 비구들을 놀라게 했다.
예를 들면, 머리는 있으나 몸은 없다든지,
몸은 있어도 머리는 없는 모습 따위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들은 이상한 소리를 질러 대어 주위를 매우 으스스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비구들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곧 수행력으로써 이를 극복하기로 했다.
그들은 현상 관찰의 힘으로 귀신들에 대한
불안, 공포, 놀람 따위를 이겨 보려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실패하게 되어 결국 부처님을 찾아뵙고
이 같은 어려움을 사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 겪은 일을 자세하게 들으시더니,
그것은 비구들이 알맞은 무기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며,
알맞은 무기를 가지고 가면 괜찮으리라고 말씀하시었다.
그 무기란 자비의 마음으로써,
자비는 모든 두려움을 이기는 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위하여
자비 삼매경을 설법해 주시었다.
그 경의 첫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착한 일을 능숙하게 실천하고
진정한 평화에 이르고자 한다면
누구든지 이 경을 수지(受持) 독송하라.
모름지기 수행인은 매사에 유능하고 정직하며
부드럽고 사납지 않고 겸손하여야 하나니.
비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자비 삼매경을 배워
숲 어귀에 들어서면서부터 경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경을 들은 신들은 비구들에게
더 이상 적대감을 갖지 않게 되었고 비구들을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숲 속에서 신들의 장난이 사라졌다.
그래서, 비구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서른 두 가지 몸의 각 부분에 진행되는 과정을
분석 관찰하는 수행에 전념하여 마침내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왓티의 기원정사에 계시면서
비구들의 수행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살펴보시고,
그들에게 광명을 보내시어 마치 부처님께서
그들 앞에 계신 듯이 모습을 나투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이 깨달은 육체의 허망함은 진실이니라.
육신이란 진실로 질그릇처럼 부서지기 쉽고
영원하지 않은 것이니 집착할 것이 못 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육신의 허무함이 마치 질그릇 같음을 깨달은 사람은
마음을 잘 다스려 튼튼한 성곽처럼 만든다.
그는 이렇게 마라를 정복하고 마음을 잘 보호하여
더 이상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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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비경
<자비경>이라는 불교 경전이 있습니다.
자비심이 어떠한 마음이고,
자비심을 어떻게 계발하는지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자비경>이 나오게 된 배경 이야기가 바로 이번 법구경 이야기입니다.
본문에는 자비경의 첫 대목만 나왔는데,
<자비경> 본문 전체를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완전한 평정 상태를 언뜻 맛보고서
더욱 더 향상을 이루고자 애쓰는 사람은
유능하고, 정직하고, 고결하고,
말이 점잖으며, 온유하고, 거만하지 않아야 한다.
2. 만족할 줄 알아서, 남들이 공양하기 쉬워야 하며
분주하지 않고, 생활이 간소하며,
감관은 고요하고, 사려 깊을지니,
속인들에겐 뻔뻔스러워서도 알랑대서도 안되리.
3. 또한 현자의 질책을 살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할지라.
그런 다음에 이와 같은 생각을 기를지니
모두가 탈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4. 살아 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하나 예외없이,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길건 크건 아니면 중간치건
또는 짧건, 미세하건 또는 거대하건,
5. 눈에 보이는 것이건,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건,
또 멀리 살건, 가까이 살건,
태어났건, 태어나려 하고 있건,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6. 누구도 자기 동반을, 그것이 어디에 있든 간에
속이거나 헐뜯는 일이 없게 하라.
누구도 남들이 잘못되기를 바라지 말라.
원한에서든, 증오에서든.
7.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하나뿐인 자식을
목숨 바쳐 위해로부터 구해내듯
만 중생을 향한 일체 포용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지켜내라.
8. 전 우주를, 그 높은 곳, 그 깊은 곳, 그 넓은 곳
끝까지 모두를 감싸는 사랑의 마음을 키워라.
미움도 적의도 넘어선
잔잔한 그 사랑을.
9. 서거나 걷거나 앉거나 누웠거나
깨어있는 한 이 자비의 염을
놓치지 않도록 전심전력하라.
세상에서 말하는 `거룩한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10. 그릇된 생각에 더 이상 매이지 않고,
계행과 구경의 지견을 갖추었으며,
모든 감관적 욕망을 이겨냈기에
그는 다시는 모태(母胎)에 들지 않으리
간결하지만, 참으로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2. 자비심의 계발
미움과 적의를 넘어서서
모두가 탈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비심을 계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5백 비구들은 목신(나무의 신)들의 미움을 샀기 때문에
모처럼 만난 좋은 수행 환경에서 계속 지내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자비로운 가르침으로
<자비경>을 독송하고 명상하며 가호를 받게 되자
목신들의 적개심은 사라지고 정겨운 마음으로 비구들을 환대했습니다.
그래서, 5백 비구들은 수행의 완성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미움과 적의를 넘어선 잔잔한 사랑의 마음인 자비심은
자신과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고 평안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두려움과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훌륭한 길이며
자비의 마음을 넓고 깊게 수행하면 거룩한 해탈에 이를 수 있습니다.
대승 불교에서만 자비심이 강조된 것이 아니라,
부처님 당시부터 자비심은 수행자가 닦아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었슴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을 닦으려는
수행자는 준비를 갖추라고 하셨습니다.
더욱 더 향상을 이루고자 마음을 내는 수행자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능함을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유능하면 자신보다 모자란
남을 업신여기고 거만해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유능하면서도 정직하고 온유하고
고결하고 거만하지 않은 덕성을 갖추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수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
분주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사려 깊음을 갖추고
예의에서 어긋난 뻔뻔함과 알랑댐을 삼가하라고 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준비 속에서 자신의 주변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비의 마음을 확장하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생명들이 미움과 적의에서 벗어나
항상 행복하기를 바라는 따뜻한 자비의 마음을
관하고 염하며 수행해 나간다면 자비의 완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즉, 욕망, 분노, 원한 등의 그릇된 생각에 매이지 않고,
윤회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자비의 반야심경
<자비경>은 이해하기 쉽고 짧은 가르침입니다.
자비심이 어떠한 마음이며,
자비심을 닦기 위해 어떤 준비와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지,
자비심을 어떻게 닦아나가야 하는지,
자비심을 함양하면 어떠한 유익함이 있는지를 일깨워 주는 가르침입니다.
삼장 법사로 유명한 당나라 현장 법사도 인도 구법 여행시에
<반야심경>을 수지 독송하는 것이
구법 여행의 고난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자비경은 자비로운 마음을 닦고자 하는 수행자들에게
자비의 <반야심경>과 같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비경>은 어떠한 호신의 주문보다도 잔잔하게
가슴을 적시는 자비의 감로수와 같은 게송입니다.
자주 암송하고 되새기며 수행의 자세와 자비심을 함양하는
자비의 반야심경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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