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30) 찟따핫타 비구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찟따핫타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38번과 39번을 설법하셨다.
사왓티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느라고 숲 속을 헤매다가
수도원에 가서 비구들이 탁발해 온 음식을 얻어 먹게 되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처럼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비구가 되면 참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수도원의 책임을 맡은 비구에게 간청하여 비구로 출가했다.
비구가 된 그는 마음 놓고 음식을 먹었고,
결국 그의 체중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러자, 그는 매일같이 아침마다 탁발 나가는 것이 싫어졌고,
또한 체중 때문에 쉽게 피곤해지는 것도 싫어서 가정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그렇지만 세속 일도 편하지 않았다.
아주 힘이 들었고,
또 일상적인 일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여간 따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수도원으로 들어가 비구가 되었다.
그러나 또 얼마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그것이 불만족스러워져서 두 번째로 다시 가정으로 되돌아왔다.
이렇게 그는 가정과 수도원을 왕복하기를
자그만치 여섯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는 올바른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수도원에서는 물론 세속에서도 잘 견뎌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처럼 자신의 게으른 마음에 따라 행동할 뿐으로
자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찟따핫타"라고 불렀다.
찟따핫타가 이같이 수도원과 가정을 왕래하는 동안
그의 아내는 임신을 했다.
그러던 어느 때 그는 아내가 잠자고 있는
침실로 들어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기 아내가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잠들어 있는 추악한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의 아내는 코를 골고 있었는데,
입에는 침이 흐르고 있었고,
배는 두꺼비처럼 불러 있었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잠꼬대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짯타핫타는
그 동안 수도원에서 수도 없이 반복하여 들었던 가르침,
즉, 몸은 무상한 것이며, 깨끗하지 못한 것이요,
사람들은 이 더러운 것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착각하고
집착하여 살아감으로써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그는 이같은 진실을 곧 받아드렸다.
그리고 그는 중얼거렸다.
“내가 여러 차례 비구가 되었다가
다시 환속한 것은 이 여인에 대한 애착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수도 생활에 실패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곧 보관하고 있는 노란색 가사를 거머쥐고
일곱 번째 출가를 하려고 수도원으로 뛰어가면서
연신 무상(無常)과 고(苦)를 외웠다.
그러는 동안에 그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그가 수도원에 도착하여 다시 비구가 되겠다고 하자
수도원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장로 비구는 그의 청을 거절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비구로 받아들일 수 없소.
당신은 너무나도 자주 머리를 길렀다 깎았다 했기 때문에
이젠 칼 가는 숫돌조차 다 닳게 될 정도요.”
이에 당황한 찟타핫타는 자기 마음이 예전과는 다르다면서 사정했다.
그리하여 결국 책임을 맡은 비구는 마지못해 그의 청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일곱 번째로 비구가 된 찟따핫타는
자기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끈기 있게 관찰 수행하여 며칠 사이에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찟따핫타의 비구 생활이 예전과는 다르게 오래 계속되자
다른 비구들은 이 일을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찟따핫타에게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수도원에만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찟따핫타는 대답했다.
“내가 전에 가정으로 돌아간 것은
아직도 가족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가족에 대한 애착과 미련을 완전히 끊었습니다.
나는 이제 다시는 가정으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비구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이 사실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찟따핫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느니라.
그가 과거에 집과 수도원을 왕래할 때는
그의 마음이 만족을 몰랐기 때문에
가정에 있을 때는 수도원이 좋아 보였고,
수도원에 있을 때에는 가정이 좋아 보였느니라.
그러나, 그것은 그가 담마(법)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지 못했지 때문이며,
이제 아라한이 된 그는 좋고 싫음을
다 초월하였으므로 흔들림이 없어진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그의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고
담마(법)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으며
그의 신심이 확고하지 못하면
그런 사람의 지혜는 완전할 수 없다.
그의 마음이 탐욕으로부터 벗어났고
증오와 성냄으로부터도 벗어났으며
선과 악을 모두 초월하여
경각심에 차 있는 사람에게는 어떤 위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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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량 비구
아주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법구경> 이야기입니다.
찟따핫따 비구는 수행에 성실하지 않고 게을렀던 불량 비구였습니다.
출가 동기가 일하지 않고 편하게 먹고 살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출가 후 수행에 대한 의지와 신심이 확고할 리가 없었습니다.
출가의 몸일 때는 출가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세속을 그리워했습니다.
세속에 있을 때는 출가 생활을 그리워하며 6번이나 출가와 환속을 반복했습니다.
게으르고 인내력 없던 비구였으나,
포기와 행동이 빨랐던 비구였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7번째 출가했을 때도 수도원을 관리하는
장로 스님이 머리 깍을 칼을 가는 숫돌이 닳을 지경이라는 농담하며
다시 받아줄 정도였으면 그렇게 밉상 비구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비구가 성자의 첫 단계라고 하는 수다원 과를 증득했습니다.
환속하여 살고 있는데 임신한 자기 아내가 아무렇게나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수도원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무상'과 '고'의 진실을 받아들임에 의해서 말입니다.
2. 수다원
수다원은 3가지에 대한 바른 견해를 받아들인 성자(聖者)입니다.
첫째, 자아(몸과 영혼)가 영원하지 않다는 유신견에서 벗어남입니다.
그는 자신이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아내의 몸이 더럽고 무상한 것임을 보고
몸과 영혼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유신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둘째가 사성제와 연기법에 대해 확고한 믿음입니다.
그는 자신이 집착하고 있던 아내의 몸의 실상을 보고는
내가 아내의 몸에 대한 갈애과 집착으로 고에 빠져 왔다리갔다리 했다는
고성제과 집성제에 대한 자각과 수행의 필요성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세번째는 미신이나 제사가
자신에게 복락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찟따핫따는 게으르고 인내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머리가 우둔하지 않고 영리한 편이어서
당시 사람들이 행하는 미신이나 그릇된 신앙 행위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처럼 '고'와 '무상'을 보고
자아가 영원하다는 유신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자신의 '갈애와 집착'을 보고 사성제의 진리를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게으르고 인내력이 없었고,
출가와 환속을 되풀이했던 찟따핫따 비구도 수다원과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수다원과에 오르면 7번만 윤회하면 해탈을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3. 아라한
그러나, 찟따핫따 비구는 더 열심히 정진하여 단 7일만에
탐진치의 삼독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룬 아라한이 될 수 있었습니다.
게으르고 인내력이 없었지만,
아주 담백하고 지성적인 비구였던 것입니다.
수행의 필요성에 대해 자각하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마음챙김,
즉, 위빠사나 수행을 통해 신심을 갖고 정진한 결과 단 7일만에 아라한과에 올랐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러한 찟따핫따 비구를 보고 남기신 게송이 참 인상적입니다.
다르마(무상함, 사성제)에 대한 이해가 있고
불법승 삼보를 마음에 받아들여
신심이 확고하여 마음이 안정된 존재가 바로 수다원입니다.
첫번째 게송은 빨리 수다원의 경지에 오르라는 게송입니다.
두번째 게송은 더 이상 윤회에 빠질
위험이 없는 아라한에 오르라는 게송입니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자신을 살필수 있고
탐욕과 분노에서 벗어나 있으며
아상과 교만에 사로 잡혀 '좋다 싫다'는 견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수행의 성취를 이룬 아라한에게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출가와 세속 사이에서 방황했고
안정을 찾지 못했던 찟따핫따 비구가
수다원을 넘어 아라한에 오른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큰 희망을 주는 메세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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