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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32) 고약한 냄새가 나는 띳사 비구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3. 8.

<법구경(32) 고약한 냄새가 나는 띳사 비구 이야기>

 

<청양 장곡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띳사 비구가 몸에서 나오는 피고름이 썩는 냄새 때문에

홀로 떨어져 누워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게송 41번을 설법하셨다.

 

사밧티의 한 젊은이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 가정을 정리하고 승가에 들어와 비구가 되었다.

 

그런데, 좌선 수행 중 그의 몸에 부스럼이 생기더니

그것이 점점 커져서 몸 전체로 번져 갔다.

 

그리고, 그 종기는 마침내 피고름이 되면서 터져서

윗 가사와 안 가사를 모두 적셨고,

그것이 말라붙자 거기서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그 비구는 "뿟띠갓따 띳사(냄새나는 띳사)"라고 불리었다.

 

그런데, 뿟띠갓따 띳사 빅쿠의 병은 점점 더 심해져서

뼈의 마디마디가 풀려 움직일 수 없게까지 되어,

그는 피고름 위에 홀로 뒹굴면서

대소변조차도 스스로 가릴 수가 없게끔 되었다.

 

이렇게 되자 비구들은

그를 간호하는 것을 그치고

아무도 뒷바라지를 해주지 않았고,

결국 그는 헛간 땅바닥에 버려졌다.

 

그럴 즈음 부처님께서는 아침 일찍이 신통력으로써

시방세계를 두루 살펴보시다가 헛간에 버려진 뿟띠갓따 띳사 비구를 보셨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법을 깨달을 때가 왔음을 아시고

간다꾸띠(부처님께서 머무시는 방)에서 나오시어 건물 주위를 거니셨다.

 

그리고, 물그릇을 준비하시어 모닥불에 얹어 데우셨다.

 

그리하여 물이 데워지자 부처님께서는 그 물을 가지고

환자 비구가 있는 헛간으로 가시어 병들은 비구를 치료하셨다.

 

그런데, 그때야 사실이 알려지자 주변 방사에서 비구들이 달려 나왔다.

 

그들은 한결같이

“부처님, 저희들이 이 비구를 치료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부처님이 들고 계신 물을 받아서 환자 비구에게 다가갔다.

 

부처님께서는 직접 그 물을 비구의 몸에 뿌리시고

환자의 몸을 움직여서 윗 가사가 몸과 분리되게 하셨다.

 

그런 다음 피고름이 묻어 냄새가 나는 가사를

손수 빨래하시어 햇볕에 널으셨다.

 

그리고 나서 햇빛 아래로 비구를 나와 앉게 하시고

환자에게 직접 물을 끼얹어 목욕을 시키셨다.

그렇게 환자를 목욕시키시는 동안 가사는 햇볕에 다 말랐다.

 

그 동안 부처님께서는

환자의 몸을 닦아 내시고 윗 가사를 입히신 다음

아랫 가사를 벗기시어 역시 세탁을 하여 햇볕에 말리셨다.

 

그 사이 목욕을 하게 되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 비구는

매우 침착하고 안정된 마음으로 조용히 침상에 누웠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 침상 곁에 서서 이렇게 설법하셨다.

 

“비구들이여, 너의 마음이 몸을 떠나게 되면

너희의 육신은 아무 쓸모가 없어

마치 나무토막과 같이 흙바닥에 뒹굴게 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오래지 않아 이 몸 흙바닥에 버려지고

마음 또한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리.

그때 덧없는 이 몸은 실로

다 타버린 나무토막보다도 소용없으리.

 

부처님의 이 게송 끝에 띳사 비구는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고, 곧 열반에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그의 장례를 직접 주재하신 뒤

유골을 수습하여 안치하라고 지시하셨다.

 

이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띳사 비구는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그는 열반에 들었느니라.”

 

“그렇다면 부처님이시여,

아라한 과를 성취하여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그 비구는 어찌하여 그같이 심한 고통을 겪은 다음에야 열반에 들 수가 있었습니까?”

 

“비구들이여,

그것은 그 비구가 저지른 과거 전생의 행위 때문이니라.”

 

<청양 장곡사 약사여래 부처님>

 

<뿟띠갓따 띳사 비구의 과거생 이야기>

 

과거불이신 카사파 부처님 당시에

띳사는 새 덫을 놓아 새를 잡는 사람이었다.

 

그는 새를 잡아서 왕실에 바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새를 모두 왕실에 바치지 않고,

왕실을 속여 많은 새를 잡았는데 내다 팔아 이익을 챙겼다.

 

그는 한번에 많은 새를 잡았을 때,

한꺼번에 다 내다 팔지 않고 조금씩 내다 팔았는데

그 동안에 새를 보관해 둘 일이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새의 다리를 꺾고 날개 죽지를 부러뜨려서

도망가지 못하게 해놓고 일정한 양만큼만 내다 팔곤 했다.

 

그리고 얼마는 직접 죽여서 요리를 해먹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새 요리를 해 놓고

막 먹으려는 참인데 때마침 아라한 비구가 탁발을 왔다.

 

띳사는 수행이 높은 그 비구를 보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그 동안 많은 생명을 죽였고, 그것들을 먹어 왔다.

그런데 이제 저 성자께서 내 앞에 와서 서 계신다.

그리고 지금 내게는 많은 음식이 있다.

그러니 나는 이 음식을 저분에게 공양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한 그는 곧 음식을 아라한 비구에게 공양한 다음

흙바닥에 엎드려 세 번 절을 올리고 합장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님, 제가 오늘 스님께 올린 공양 공덕으로

저 또한 스님이 성취하신 것과 같은

위 없는 진리를 성취할 수 있도록 발원합니다.”

 

이에 아라한 비구는 그의 공양 공덕을 찬탄해 주고 나서

“그와 같이 될지어다!” 하고 그의 발원을 받아들여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같은 띳사 비구의

전생 이야기를 해주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의 이같은 착한 결심과 공양 공덕으로

그는 금생에 아라한이 된 것이니라.

그러나 그가 저지른 악행은

그 같은 질병이 되어 그를 괴롭힌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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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장곡사>

 

1. 부처님의 자비

 

몸에 피고름이 흐르는 병에 걸려

 대소변도 못가린데다 동료 비구들에게 버림받은 띳사 비구였습니다.

 

병고로 인한 고통도 고통이거니와 

간호받지 못하고 버림받은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병들고 외로운 비구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부처님께서는 친히 가셔서 빨래도 하고 손수 목욕도 시키시며 간호하십니다.

자비롭게 보살펴 주시고 해탈로 인도하는 소중한 가르침까지 주시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끝없는 자비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띳사 비구에게 부처님이야말로 깨달음의 길을

열어주는 최고의 도반이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천안 제일 아나율 존자가 실명이 되어서 바늘에

실을 꿰지 못할 때도 부처님께서는 도와 주셨습니다.

부처님은 친히 바늘귀에 실을 꿰어 주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착한 마음으로

복을 얻고자 나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여섯 가지 일에는 게으르지 않는다.

 

첫째는 남에게 착한 마음으로 아낌없이 잘 베푸어 주는 일이다.

둘째는 다른 사람을 바르게 잘 가르치는 일이다.

셋째는 억울한 일을 참아서 잘 견디어내는 것이다.

넷째는 올바른 계율을 잘 지켜나가는 것이다.

다섯째는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자비롭게 감싸고 보호하는 일이다.

여섯째는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일이다.

 

나는 이 여섯 가지 일에는 게으르지 않고 항상 힘써 행한다."

 

부처님과 같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복을 얻고자

열심히 노력하는 수행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장곡사 대웅전>

 

2. 아라한

 

몸에 냄새나는 띳사 비구는

어떻게 아라한 과에 오를 수 있었는가요?

 

부처님은 몸의 병고로 인해 

몸의 무상함과 고통을 가장 잘 절감하고 있는 띳사 비구에게

덧없는 이 몸이 죽게 되면 타 버린 나무 토막과도 같이 될 것이라는 

죽음의 실상에 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이 가르침을 통해 띳사 비구는 몸의 무상함과

고(苦)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납득을 통해

마음의 탐진치까지 도미노처럼 쓰러뜨리고

죽음의 순간에 닦음 없이도 아라한 과를 증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아느냐?

정말 이해했느냐?"

 

이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닦음 없이도 수행의 과위를 증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각성, 자신의 앎을

확고히 가지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아라한에 오른 후

열반한 띳사 비구의 전생담을 알려주십니다.

 

아라한 과에 오를 정도의 수행자가

이렇게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부처님은 전생에 살생한 업의 과보임을 말씀하십니다.

 

인과의 법은 아라한도 피할 수 없는 준엄함을 말씀하시지만,

살생한 사람도 각성에 의해 수행의 과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띳사 비구는 전생에 아라한에 대한 공양과

해탈에 대한 발원이 씨앗이 되었고,

부처님의 법을 만나 법에 대한 이해와 자각을 통해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고통, 갈애,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법에 대한 확고한 이해와 납득이야말로

수행의 과위를 증득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