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33) 목동 난다 이야기>
부처님께서 코살라 국의 한 마을에 머무시던 어느 때,
소치는 목동 난다와 관련하여 게송 42번을 설법하시었다.
난다는 사왓티의 부호인 수닷타 장자의 소를 키우는 목동이었다.
그는 비록 남의 소를 쳐주는 목동이긴 했지만,
실은 재산도 상당한 사람이었다.
난다는 가끔씩 기회 있을 때마다 수닷타 장자의 집에 들러
그곳을 방문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곤 했다.
그러다가 신심이 난 그는 어느 때 부처님을 자기 집으로 초청했는데,
부처님께서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하시면서 그의 청을 거절하셨다.
그로부터 얼마의 세월이 흐른 뒤 부처님께서는 이제 난다가
바르게 불법을 받아들일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시고
난다의 집을 스스로 방문하셨다.
난다는 너무나 기뻐 부처님을 반갑게 맞이한 뒤
7일 동안 우유를 비롯하여
목장에서 나는 갖가지 음식으로 부처님을 극진히 공양했다.
부처님께서는 난다의 집에 오신
마지막 날 난다를 위한 설법을 하셨다.
그러자 난다는 곧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그런 다음 부처님께서는 난다의 집을 떠나셨는데,
난다는 부처님의 발우를 받아 들고
부처님을 먼곳까지 배웅해 드린 다음 자기 집으로 향했다.
난다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전생에 난다와 원한 관계를 맺고 태어난
사냥꾼이 난다에게 화살을 쏘아 난다를 죽였다.
그러자 부처님을 뒤따라가며
시중을 들던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난다 재가 신자는 부처님을 잘 공양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을 존경하여 먼 길까지 따라 나와 부처님을 배웅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화살에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만약 부처님께서 그를 찾아가지 않으셨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시었다.
“비구들이여,
여래가 난다를 찾아가든 찾아가지 않든,
또는 그가 동서남북의 어느 곳에 있든,
그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피할 수가 없었느니라.
그리고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그가 행여 타락된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까를 염려하도록 하여라.
도적이나 원수에 의해 죽는 것보다는
타락하고 집착된 마음과 삿된 견해를 가진 채
죽는 것이 더 큰 재앙이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원한과 같은 나쁜 마음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단지 그 대상에게만 피해를 줄 뿐,
그러나 타락되고 집착된 헛된 마음은
자기 자신에게 크나큰 피해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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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빨간 알약, 파란 알약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네오는 기계들의 에너지원으로 양육되는
인큐베이트 안에서 살아가는 매트릭스 체제에서의
인간의 비참한 실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네오에게 모피어스가 2개의 알약을 건네는 장면이 나옵니다.
빨간 약은 매트릭스 체제 하의
인큐베이트에서 벗어나서 진짜 인간의 삶을 살게 되는 알약이고,
파란 약은 매트릭스 내에서의 삶에 안주하며
그냥 사육되어 살아가는 알약으로 어느 알약을 먹을지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빨간 약을 먹으면 허상에서 깨어나
진실의 삶을 살게 되지만 고난의 인생이 되는 것이고,
파란 약을 먹으면 매트릭스 체제의 허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꿈에 취한 것 같은 일상적 삶을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네오는 빨간 알약을 선택하고 인큐베이트를 탈출하여
기계에 대항하는 살아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빨간 알약을 먹는 선택을 통해 네오는
매트릭스 체제 하의 사육 인간이 아니라 참된 인간 네오로 거듭납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를 읽으니 매트릭스 영화가 생각납니다.
빨간 알약을 먹고 매트릭스에서 탈출하여
참된 인간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파란 약을 먹고 허상의 세계 속에서
꿈같은 한평생을 살 것인가 하는 네오의 선택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빨간 알약을 드시겠습니까?"
"파란 약을 드시겠습니까?" 하는 선택의 순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진실된 수행자의 삶의 가치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노래 가사가 있습니다.
노예처럼 굴종과 억압의 삶 속에서 천년을 사느니,
하루를 살아도 인간의 존엄성의 가치를 깨닫고
구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이 말은 불교에서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씀처럼 엄중한 무게의 선언으로 다가옵니다.
수다원이란 존재는 어떤 존재일까요?
메트릭스 영화의 네오처럼 인간답게 사는 삶의 가치를 알고
빨간 알약을 기꺼이 선택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속적 복락에 빠져 안락하게 평생을 사는 것보다
아침에 도를 알고 저녁에 죽어도 수행자의 인생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자신이 정말 자각해서
선언할 수 있는 존재가 수다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너희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그가 행여 타락된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까를 염려하도록 하여라.
도적이나 원수에 의해 죽는 것보다는
타락하고 집착된 마음과 삿된 견해를 가진 채
죽는 것이 더 큰 재앙이기 때문이니라."
참으로 의미 심장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성경의 구절처럼
불교인들에게 인생의 가치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느냐를 묻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저 말씀의 의미를 가슴 깊이 받아들이고
바른 견해와 불법의 진리의 가치와 무게를 안다면
빨간 알약을 먹고 진정한 인간 네오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중생적 삶에서 성인의 길인 수다원으로 전변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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