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39) 파세다닛왕의 아들 위두다바와 석가족의 멸망(2)>
위두다바는 이 말을 별로 의심하지 않고,
얼마 더 머물다가 카필라 성을 떠났다.
위두다바가 그렇게 떠나고 나서
그가 묵었던 방을 청소하던 궁녀들은 기분이 나빴다.
그녀들은 여기가 노예의 아들이 묵었던 곳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우유와 물로 방을 닦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위두다바의 일행 중의 한 사람이 그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는 위두다바의 친위대에 속한 사람으로 마침 놓고 간
소지품을 찾으려 왔다가 무심코 그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그는 놀라서 궁녀에게 되물었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소?”
궁녀가 지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노예의 자식이 앉았다 간 곳을 청소한다고 했소이다.”
"그러면 우리 왕자님의 어머니가 노예였단 말이오?"
"그러고 말고요.
마하나마 왕과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와사바캇끼야니까요.“
이 말에 기겁을 한 그 병사는 그 이야기를 곧 위두다바에게 전했다.
위두다바는 놀라고 흥분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소리쳤다.
“더러운 석가족 놈들!
내가 만약 왕권을 잡으면 사끼야족 놈들을 모두 말살하고
그 놈들의 피로 내가 앉았던 그 자리를 씻으리라!”
위두다바는 이렇게 사왓티에 돌아왔고,
이 사실은 왕자를 호위했던 대신을 통하여 파세나딧 왕에게도 전해졌다.
왕도 석가족에 대해 대단히 화를 냈고,
왕비와 위두다바의 지위를 박탈하여 노예로 삼아 버렸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다음 부처님께서는 왕실을 방문하시게 되었다.
왕은 멀리까지 나와서 부처님을 매우 공손하게 마중하여
궁전 내의 아주 높은 자리에 앉으시게 한 뒤 세 번 절을 올렸다.
왕은 저간의 사정을 모두 부처님께 사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대왕이여, 석가 족이 왕에게 한 행위는 참으로 옳지 않은 것이었소.
그들이 왕에게 딸을 시집보내려면 대왕의 신분에 맞는 배필을 보냈어야 마땅했소.
그러나 대왕이여, 여래는 와사바캇띠야가 분명 마하나마 왕의 딸이기도 한 만큼
귀족의 피를 받은 여인이라고 말하고 싶소.
그의 어머니 쪽이 누구였든 간에 아버지 쪽은 왕족이 아니오.
그리고, 위두다바로 말하더라도 또한 왕의 아들임이 분명하오.
자식들의 혈통은 아버지로부터 이어지는 것이 아니겠소?
대왕이여, 예전의 왕들은 길거리에서 나무를 줍는 가엾은 여인을 왕비로 삼기도 했는데,
그녀는 미린나레스우 왕의 왕비로서 강대국을 건설했던 깟타와나 왕이 그녀의 아들이었소.
그러니 그들의 신분을 노예로 만든 것은 재고해야 할 것이오.”
이에 파세나딧 왕은 자기가 가장 존경하는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
와사바캇띠야와 위두다바의 신분을 예전대로 회복시켜 주었다.
한편, 이즈음 꾸시나라 국의 말리카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코살라 국의 군 최고사령관인 반둘라의 부인이었는데,
결혼 초기에 한동안 아이를 가지지 못해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자 반둘라는 아내를 친정으로 보냈다.
그래서 말리까는 친정으로 가던 길에 먼저 부처님을 뵈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셨고,
그녀가 대답했다.
"제 남편이 저를 친정으로 보냈으므로 저는 친정으로 갑니다.”
“그건 무슨 까닭에서인가?”
"제가 아기를 낳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되돌아가라.”
그래서 말리카 부인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남편은 왜 돌아왔느냐고 물었다.
말리카는 부처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고 대답했는데, 남편은
“먼 미래를 내다보시는 여래께서 하신 말씀이니 반드시 까닭이 있겠지.”
하고 그녀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 말리카는 아이를 열여섯 쌍이나 낳았다.
그래서 자녀가 모두 서른두 명이나 되었는데,
모두들 건강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주가 있었고 무술에도 뛰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아들에게는 많은 추종자들이 따랐다.
그러던 어느 때 법정에서 상대방의 허위 문서 때문에
재판에서 패한 시민 한 사람이 반둘라를 찾아와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의협심이 남달랐던 반둘라는 곧 그를 따라 재판정에 나가서
자신이 직접 재판을 지휘하여 그의 정당함을 증명해 주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잃어버렸던 재산을 되찾을 수가 있었다.
이때 그 경과를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모두 박수로써
반둘라를 칭찬해 주는 바람에 법정은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이때 파세나닛 왕은 법정 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런 소리에 무슨 까닭인지를 알아보게 했다.
왕은 곧 반둘라의 정의로운 판결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크게 감탄하여 반둘라를 곧 판사에 임명하고 다른 판사들을 해고시켜 버렸다.
이렇게 되자 해고된 판사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되어
반둘라를 모함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왕족들에게 반둘라가 왕권을 탐내는 사람이라고 모함했다.
그래서 반둘라에게 불리한 소문이 파세나딧 왕에게도 전해졌다.
왕은 불같이 노하여 반둘라를 처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를 처형하면 그를 신망하는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을 두려워하여 계략을 꾸몄다.
왕은 국경 근처에 반란이 일어난 것처럼
가짜 반란군을 조작한 뒤에
반둘라로 하여금 그를 진압하라고 명령한 다음
그가 돌아오는 길에 그를 처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여 곧 조작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하여 반둘라는 국경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마자 조작된 반란군은 흩어져 버렸다.
그래서 반둘라는 싸울 필요도 없이 군대를 돌렸다.
이때 왕이 보낸 용맹한 친위대가 나타나
그의 아들 서른두 명과 함께 그를 참살해 버렸다.
바로 이날 반둘라의 아내 말리카는 부처님의 으뜸가는 두 제자인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
그리고 다른 오백 명의 비구들을 자기 집에 초청하여 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이때 심부름꾼이 도착하여 그녀에게 편지 하나를 전했다.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부인의 남편과 아들 서른두 명의 목이 모두 잘리는 참변이
지금 막 성 밖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그 편지를 읽더니 그것을 접어 말없이 옷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던 일을 계속했다.
그런 뒤 말리카 부인의 심부름하는 시녀가 기름 항아리를 옮기다가
사리불 존자 앞에서 항아리를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다.
사리불 존자는 침착하게 말했다.
"재가 신자여,
항아리란 본래부터 깨어지는 것으로
만들어진 것인만큼 신경 쓰지 마시오."
그러자 말리카 부인은 품 안에서 편지를 꺼내어
사리불 존자에게 보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방금 이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편지에는 제 남편과 아들 서른두 명이
모두 머리를 잘리는 참변을 당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별로 그 일에 마음이 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거늘 하물며 단지 하나가 깨진 것에 무슨 신경을 쓰겠습니까?"
사람들은 말리카 부인의 태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사리불 존자도 공양이 끝나자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허무하며,
또 사람은 이 세상에서 언제, 어떻게 떠날지 아무런 표시도 없고
그때도 알 수 없다는 내용의 설법을 함으로써 말리카 부인을 위로했다.
말리카는 비구들이 돌아가고 난 다음에
서른두 명의 며느리들을 불러들여 이렇게 말했다.
"너희 남편들에게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그들이 과거 전생에 심은 불선업이 오늘날 이러한 결과를 불렀을 것이다.
너희들도 너무 슬퍼하지 말고, 비탄에 빠지지도 말라.
너희는 너희 남편들을 살해한 국왕에게 대해 결코 원한심은 갖지 말아야 한다."
이때 마침 국왕 파세나딧 왕은 첩자를 보내어 반둘라의 집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첩자는 말리까 부인이 며느리들에게 대해 한 말을 왕에게 보고했다.
국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양심의 가책을 받아 감정이 복받쳐 올랐고,
더 이상 왕실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당장에 말리카 부인과 그 며느리들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부인과 며느리에게 백배 용서를 빌고,
어떠한 보상이라도 하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러자 말리카 부인은 왕의 사죄를 받아들였다.
왕을 보낸 뒤 말리카 부인은 남편과 아들들의 장례식을 치렀다.
그리고 나서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린 다음 왕을 찾아가 이렇게 부탁했다.
"대왕께서는 저희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신 바 있습니다만,
저희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저와 서른두 명의 며느리들은 제 친정 나라로 가고 싶을 뿐입니다."
왕은 이를 허락했고, 그녀들은 꾸시나라 국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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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두다바 왕자
자신의 출생 비밀과 궁녀들의 모욕을 듣고 원한을 품고
그 개인적 원한을 석가족 전체에 대한 원한으로 확대하며 분노를 품는 위두다바!
억울하게 왕에게 죽음을 당한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들의 비보를 듣고도 인과로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왕에게 원한을 품지도 않고 며느리들에게 원한을 품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말리까 부인!
정말 중생과 성인의 마음 세계와 마인드가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어릴 때 위두다바와 같은 일을 당하면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 세계와 마인드에 따라 대응하는 모습은 다를 수 있습니다.
위두다바의 마음 세계가 보다 선하고 쿨했다면
석가족 왕가나 자신을 모욕한 궁녀에 대해서만 원한을 품고
다시 카필라성으로 돌아가 궁녀를 몇 대 때려주고
마하나마왕을 찾아가 따지는 수준에서 멈추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위두다바의 마음 세계가 훨씬 더 선하고 자비로왔다면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해 슬픔을 느끼고
그동안 고통받았을 어머니나 약소국의 비애로
이런 선택을 했던 석가족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어머니 품에서 엉엉 울면서 풀든지 하면서
원한을 키우는 방향을 나가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극악한 마음을 가졌던 위두다바는
개인적 원한을 석가족 전체에 대한 원한으로 계속 키웠고,
그 속에서 자신도 크게 괴로웠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석가족 전체에 재앙을 가져오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2. 말라카 부인
이에 반해 말라카 부인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한 위빠사나와
마음 평정이 얼마나 잘 되어 있었으면
그러한 비보를 듣고도 큰 고통과 원한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인과에 대한 이해와 원한을 원한으로 갚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에 대한 지성적 이해가 얼마나 확고하면
남편과 자식들의 비명횡사를 과거 전생의 불선업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나쁜 업보를 수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얼마나 큰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들을 죽인 나쁜 왕을 용서하고
자신들의 며느리들에게까지 왕에게 원한을 가지지 말라고
따뜻하게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첫번째 화살을 맞았어도
두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시스템에서 완전히 벗어나
고통스런 윤회의 흐름에 빠지지 않는 아라한의 모습이 바로 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3. 원한
경전에서는 원한을 원한으로 풀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어떻게 원한을 원한으로 풀지 않는 시스템으로 갈 수 있을까요?
말라까 부인의 이야기 속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챙김의 수행, 인과에 대한 지성적 이해,
큰 자비심으로 향하는 마음 세계와 마인드가
그에게 갖추어져 있다면 원한을 결코 원한으로 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원한이든 큰 원한이든 원한을 원한으로 풀고,
고통이 고통을 낳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말라카 부인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자신의 마음 세계와 마인드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깊이 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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