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37) 여행을 다녀온 오백 비구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머무시던 어느 때,
오백 명의 비구들과 관련하여 게송 44번과 45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날 저녁 때 부처님을 모시고
지방을 여행하고 돌아온 오백 비구들이
법당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각기 자기들이 지나온
마을과 길에서 보고 경험했던 것들을 놓고,
마을마다 무엇이 어떻게 달랐으며,
재배하는 농작물들이 지방의 토질에 따라
어떻게 달랐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길들이 어떻게 부드러웠고, 어떻게 거칠었으며,
어떻게 넓었고, 어떻게 좁았는지도 말했다.
비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 오셔서 물으셨다.
"비구들이여!
이곳에 모여 무엇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느냐?"
비구들이 사뢰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이 지금 나누고 있는 것들은
단지 토질과 길의 겉의 이야기에 불과하니라.
너희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보다는
몸 안의 토질과 길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그것들을 청정하게 하기 위해 힘써야 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셨다.
어느 누가 있어 이 흙의 요소*1)를
지옥과 인간과 천상 세계를 바르게 이해할 것인가?
어느 누가 있어 잘 설해진 드높은 불법의 진리를
잘 실천하여 분별할 것인가?
마치 꽃을 따는 사람이 꽃을 고르듯이.
잘 수행하는 제자는 이 흙의 요소를,
지옥과 인간과 천상 세계를 바르게 이해하리라.
잘 수행하는 제자는 잘 설해진
드높은 담마를 잘 실천하고 분별하리라.
마치 꽃을 따는 사람이 꽃을 고르듯이.
* 흙의 요소 : 육신을 가르킴.
불교에서는 인간의 육신을 흙의 요소(地大:지대),물의 요소(水大:수대),
불의 요소(火大:화대), 바람의 요소(風大:풍대) 등 네 가지 요소(四大)로 나눈다.
이 중 흙의 요소는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비교적 견고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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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과 공부
오백 비구는 "오백" 은 숫자가 아니라,
여럿 모인 비구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여러 비구들이 자신이 수행하기 위해
여행했던 여러 곳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 지방에는 어떠한 토양, 작물, 길, 사람, 풍속이 있었는지 등
여행지에서 보고 느꼈던 여행담을 서로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 비구들이 수행을 위해 먼 여행길을 다녀온만큼
자신이 얻은 수행의 결실과 공부의 성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여행지의 시시콜콜한 정보만 나누는 모습이 안타까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여행지의 토양, 길, 사람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시고
이들에게 좋은 공부의 모티브를 제공해 주고 싶어셨던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은 여행지의 어떤 토양에서
어떤 작물이 자라는지를 알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은 흙의 요소로 이루어져있고,
자신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죽어서 자신의 업의 과보에 따라 육도 윤회하 것이니
죽는다는 것을 알고 인과와 업의 준엄함을 알아
윤회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치 꽃을 따듯이 공부의 결실을 좀 이루라는 게송입니다.
2. 인식의 확장
우리도 많은 여행을 합니다.
산행, 답사, 해외 여행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여행 경험을 합니다.
여행지에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즐기고, 어디서 잤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자신의 인식의 폭이 확장되고 공부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을 통해 불법에 대한 문제 의식과 인식을 더욱 깊고 높게 하라는
부처님의 제자 사랑과 수행의 향상을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게송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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