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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 사찰 기행

일본 불교 사찰 기행(12) - 일본 국보1호, 교토 고류지(광륭사)

by 아미타온 2024. 4. 4.

<일본 불교 사찰 기행(12) - 일본 국보1호, 교토 고류지(광륭사)>

 

 

1. 고류지 정문과 금강역사

 

교토에 있는 고류지(광륭사, 廣隆寺).

 

고류지는 일본 불상 국보 제 1호

미륵 보살 반가사유상이 있는 도량입니다.

 

고류지 정문에는 두 금강 역사가

도량을 수호하고 있습니다.

 

 

입을 벌린 옴 금강.

 

 

입을 닫은 훔 금강.

 

그 표정이 리얼하게 느껴집니다.

 

150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고류지 도량을 수호하느라고

노고가 많은 두 금강역사님입니다.

 

두 분의 금강역사처럼

눈 크게 뜨고

힘차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신라계 도래인 진하승이 세운 고류지

 

고색창연한 두 금강 역사님께 인사드리며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갖고 도량에 들어갑니다.

 

고류지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입니다.

 

6세기 우리 나라 신라계의 일본 도래인인 '진하승'이

쇼토쿠 태자와 함께 교토를 새롭게 건설할 때

'불법을 널리 융성하게 한다'는 뜻의

고류지(廣隆寺)를 세우고 부처님을 모신 이래

1500년의 역사 속에 모셔진 많은 불보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불상이 

바로 일본 국보1호인 목조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입니다.

 

 

 

3. 고류지 연리지

 

일본은 우리 나라보다 따뜻한 나라라서

3월 초순인데 푸른 이끼를 볼수 있습니다.

 

고류지 입구에는 푸른 이끼와 함께

세 그루 나무 뿌리가 이어진 특별한 연리지가 있습니다.

 

미륵보살의 미륵(Maitra)은

'자애', '사랑', '친절'의 의미입니다.

 

사랑이 영원토록 이어지라는 의미의 연리지가

미륵 보살님 도량에 있다는 것이 큰 인연처럼 느껴집니다.

 

 

4. 쇼토쿠 태자

 

고류지는 일본에 불교를 공인한

쇼토쿠(聖德) 태자를 모신 큰 전각이 있습니다.

 

 

'대승 일본' 이라는 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 교토는 중국 장안과 낙양을 모델로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옛날 교토의 서쪽은 장안, 교토의 동쪽은 낙양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장안은 가쓰라 강의 잦은 침수로 쇠락하고,

동쪽인 낙양은 번성했습니다.

 

일본에 불교를 공인한 쇼토쿠 태자가 교토를 개발할 때

서쪽인 장안 쪽을 먼저 개발했고,

교토에 제일 먼저 세운 절이 고류지(光隆寺)입니다.

 

 

쇼토쿠 태자는 고구려 혜자 스님과

백제 관륵 스님에게 불법을 배웠고,

법화경, 유마경, 승만경을 주석한 '삼경의소'를 지었습니다.

 

법화경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삼고

남자 보살인 유마 거사의 가르침을 담은 유마경,

여자 보살인 승만 부인의 가르침을 담은 승만경을 중심으로

일본인들에게 대승 불교를 널리 전했기 때문에 '대승 일본'이라고 한 것입니다.

 

경주에 가면 많은 불교 유적을 볼수 있습니다.

 

신라의 법흥왕, 진흥왕, 진평왕, 선덕여왕 등이

불법을 바탕으로 국가를 다스리려고 했던 것처럼

일본 또한 쇼토쿠 태자 이후로 불법에 바탕을 두고

백성을 교화하고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5. 10선계과 미륵 정토 도솔천

 

고류지 영보관(靈寶館)입니다.

 

일본 국보 1호 미륵 보살 반가사유상이 있는 전각입니다.

 

 

 

영보관 입구에 <10선계>가 있습니다.

 

미륵 보살님의 정토인 도솔천에 왕생하기 위해

닦아야 하는 10가지 착한 계율입니다.

 

1. 불살생(생명을 죽이지 말라),

2. 불투도(남의 물건을 도둑질하지 말라)

3. 불사음(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4. 불망어(망령된 거짓말을 하지 말라)

5. 불기어(진실하지 않는 교묘하게 꾸미는 말을 하지 말라)

6. 불악구(욕설이나 남을 험담하는 말을 하지 말라)

7. 불양설(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말라)

8. 불간탐(인색하고 탐욕스러운 행동을 내지 말라)

9. 불진에(남에게 성내지 말라)

10. 불사견(어리석은 사견을 갖지 말고 지혜를 길러라)입니다.

 

 

6. 불간탐

 

그런데, 우리 나라와 일본의 10선계는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8계가 '불탐애(탐욕과 애착하지 말라)인데,

일본은 '불간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제10계가 '불치암(어리석고 어둡지 말라)인데,

일본은 '불사견'입니다.

 

재미있습니다.

 

 

'간탐'의 '간(慳)'은 '비루하게 아끼고 인색한 것'을 말합니다.

 

돈을 쓸 때나 베풀 때에도 천하고 비루하게 아끼고 인색한 마음으로

돈을 쓰지 못하거나 베풀지 않는 번뇌가 '간(慳)'입니다.

 

따라서, 간탐은 지나친 인색과 지나친 탐욕의 두 가지를 함께 말합니다.

 

자애와 친절의 미륵 부처님 정토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지나친 인색함과 지나친 탐욕을 멀리하고 

친절하게 잘 베풀라는 계율이 제8 불간탐입니다.

 

잘 명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7. 불사견

 

제10번째 계율도 '불치암' 즉 '어리석고 어둡지 말라'는 개념보다

'불사견', 즉 '불법에 어긋나는 사견을 갖지 말라'는 것이

더 구체적이고 마음에 와 닿는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에서 성자의 첫번째 단계인 수다원은

첫번째, 유신견이라는 그릇된 견해, 

두번째, 사성제와 인과법을 부정하는 그릇된 견해,

세번째, 잘못된 금기와 터부인 '계금취견'이라는 그릇된 견해 의

3가지 사견에서 벗어나 불법의 정견에 오롯이 서 있는 존재를 말한다.

 

'불치암'을 '불사견'으로 바라보고

불법에 바탕한 바른 견해를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 영보관 

 

영보관 입구입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절인 고류지는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들이 있습니다.

 

19세기 메이지 시대 때 일본은 군국주의를 강화하며

신도를 장려하고 불교를 탄압하는 폐불훼석의 법란이 있었습니다.

 

그 때 교토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량이 고류지라고 합니다.

 

그 폐불훼석 때 법당을 철거할 때

모아둔 불상으로 영보관(박물관)을 만든 것입니다.

 

'신령스런 보물관' 이라는 이름처럼

고류지 영보관은 여느 박물관과는 다른

신령스럽고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합니다.

 

1,000년에 넘는 세월 동안

조성된 수많은 불보살님께 신앙한

많은 사람들의 응축된 기원의 기운이 모여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보관 입구에 들어서면

약사 여래 부처님을 모시는 12지신상을 비롯한

호법 신장들의 엄숙한 기운과 함께 어두운 조명으로 인해 신령스럽습니다.

 

그리고, 관리인까지 삼엄한 눈길로 관람객을 통제합니다.

하나의 허튼 짓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그리고, 사진 찍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관람자들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 밖에 나지 않는

적막함 속에서 성스러운 불보살님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9. 일본 국보1호 반가사유상

 

영보관 제일 중앙에 모셔진

일본 국보 1호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입니다.

 

목조라서 우리나라 금동 반가사유상보다는

그 사유의 표정이 더 섬세하게 잘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고류지 관련하여 <일본 서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고 합니다.

 

".. 가을 7월에 신라가 대사 나말 지세이(智洗爾)를,

임나가 달솔 나말(達率 奈末)을 파견하여 함께 내조하였다.

그리고 불상 1구와 금탑과 사리를 바쳤다.....

 불상은 갈야(葛野. 카도노)의 진사(秦寺. 우츠마사테라)에 안치 시켰다."

(일본서기 권 제 22 추고천황 -스이코 덴노- 31년)

진사(秦寺)가 바로 고류지(廣隆寺)이며,

고류지를 창건한 사람이 신라계 도래인인 진하승(秦河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고류지를 '우츠마사(太秦) 고류지'라고 부릅니다. 

 

반가사유상의 적송(赤松)은 일본에는 없는

우리나라 경상도에만 자생하는 소나무이므로

신라에서 만들어 보내주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아무튼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이 때까지 자신이 본 수많은 신상, 불상 중에서

'가장 평화로운 얼굴'이라고 했던 그 상호를 차분히 느껴봅니다.

 

평화롭습니다.

 

미륵 보살님의 마음 세계는 저 상호처럼

평화로움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나라 국립 중앙 박물관에 모셔진

금동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입니다.

 

우리 나라 장인들도

금동으로 저렇게 섬세한 사유를 하는

두 보살님을 묘사하다니 참으로 대단합니다.

 

아무튼 일본 고류지 미륵 보살 반가사유상과

우리나라 금동 미륵 보살 반가 사유상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미륵 보살님의 도솔천의 평화가

계율이라는 정법을 잘 지켜냄으로서

온다는 것을 잘 명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 영보관의 불상들

 

목조 미륵 반가 사유상 옆에는

또 한 분의 미륵 보살님이 계십니다.

 

일본 국보 1호 미륵보살님보다는

투박해 보이지만,

훨씬 인간적인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미륵 불보살님 뒤로는

세 분의 관세음보살님이 계십니다.

 

밀교적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는

십일면관음, 불공견삭관음 등의

다양한 불구와 위신력의 관세음보살님을 신앙합니다.

 

다른 여러 손은 스러졌어도

합장한 손 하나는 그대로 유지하고 계십니다.

 

부처님에 대한 깊은 공경을 상징하는

관세음 보살님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불공견삭관음.

 

불공(不空)은 '헛되지 않다', '진실하다'는 뜻입니다.

견삭은 밧줄과 그물이다.

 

마치 물고기나 새를 잡는 밧줄과 그물로서

중생들을 단단하게 포획하여 구제해 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의 진실한 대자비심을 상징하는 지물입니다.

 

중생들을 구제하시는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와 위신력이 느껴지는 멋진 불상입니다.

 

 

고류지 영보관을 나오면

전각과 함께 작은 연못 정원이 있습니다.

 

3월 초순의 쌀쌀한 추위에 약간 얼은 듯 하면서도

노란 꽃의 기운을 통해 봄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교토 최초의 사찰 고류지!

 

우리 신라계 도래인의 향기가 남아 있는 도량이면서

일본 국보1호 미륵 보살 반가사유상을 볼수 있는 특별한 도량입니다.

 

평화로우면서도 성스러운 불상의 향기를 느낄수 있는 좋은 도량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