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46) 아난 존자의 향기에 대한 질문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때,
아난 존자의 질문과 관련하여 게송 54번과 55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날 저녁 아난 존자는 좌선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께서는 가장 훌륭한 향기를 지니고 계신다.
무릇 향기 중의 으뜸은 전단나무 향과 자스민 향과 *따가라의 향기이다.
그런데 이런 물질적 향기들은 바람에 따라가면서 향기를 풍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혹 향기가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풍길 수도 있는 것일까?
혹은 부처님의 향기는 어떨까?'
* 따가라(Tagara) : 남아메리카와 아시아에 서식하는 꽃으로
한국의 영산홍과 비슷함. 그 뿌리를 가공하여 향내를 얻는다.
아난 존자는 이런 생각 끝에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내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부처님께 가서 여쭙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아난 존자는 부처님을 찾아가서 인사를 올린 다음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여기 세 가지의 향기는 바람을 따라 바람과 함께 퍼져 갑니다.
그것들은 곧 전단향과 자스민과 따라가의 향기입니다.
그 향기들은 물질적인 것으로 바람을 따라가며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는 향기도 있겠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향기에는 바람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있고,
바람을 따라 가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는 것이 있느니라."
"그렇다면 부처님이시여!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가며,
어떤 향기가 바람을 따라가기도 하고
거슬러 가기도 합니까?"
"아난아!
이 세상 사람들로서
그가 시장 바닥에 살거나 마을에 살거나에 관계없이
그 자신이 불법승 삼보에 의지하면서 오계를 지키고,
신구의(身口意) 삼업을 청정히 하며,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은 멀리하고 착한 업은 지키며,
남의 고통과 안타까움에 동참하여,
덕이 높아 정의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느니라.
그들은 그런 행동으로 말미암아
마침내 번뇌로부터 벗어나
고통의 노예 상태에서 풀려날 것이니
그런 사람은 모든 수행자들로부터 찬사를 받느니라.
아난아!
이것이 그 자신이 어디에 살든지간에
착한 행동으로써 명예와 찬사를 얻는다면
그 명성의 향기는 능히 바람을 따라가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면서 널리 퍼지게 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 두 편을 읊으셨다.
꽃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고
전단향과 따가라와 자스민의 향기 또한 그러하다.
오직 덕(德)의 향기만이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나니
착한 사람의 선행은 사방으로 퍼진다.
전단향과 따가라 향
연꽃 향 또는 자스민 향이 있다고 하나
위와 아래의 모든 향 가운데
계행의 향기가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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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의 향기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좋은 꽃의 향기라도
바람을 거슬러가며 향기를 풍길 수는 없지만,
계율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비유를 드셨습니다.
이 비유를 듣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다음
전법을 주저하시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욕망에 물들어 있는데,
욕망에 물든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고 고백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비유로서 마치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드셨습니다.
TV나 영화에서 강 상류를 향해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떼를 본 적이 있습니다.
힘들어도 흐르는 강물을 역행하여
올라오는 연어 떼의 용기와 힘을 보면
수행자도 욕망이라는 강물을 연어와 같은
용기와 수행력으로 헤치고 올라와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비유와
바람을 거슬러 향기를 내는 것은 같은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에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은
욕망의 강물이고 욕망의 바람입니다.
'갈애와 집착'이라는 욕망에서 출발한
잘못된 습관과 업의 강물대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계율지킴'이라는 실천을 통해
연어처럼 욕망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그만한 자각과 힘과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2. 계율의 향기
바람을 거슬러 향기를 내는 것 중 으뜸은
계율의 향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예불문> 5분향례의 제일 처음이 계율의 향기입니다.
'계율지킴'의 수행이 우리를 갈애와 집착, 즉 욕망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갈애와 집착에서 출발한 잘못된 습관적 업의 흐름을 거슬러 역행하게 만들어줍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의 향기도 바람을 거스를수는 없지만,
계율의 향기만은 바람을 거스를 수 있습니다.
계율의 향기는 인간의 품격을 향기롭게 만듭니다.
친구나 주변 사람을 해치려 하지 않고 자비롭게 대하는 사람,
거짓말이나 욕설을 하지 않고 품위있고 시의적절한 말을 하는 사람,
힘들고 어려울 때 술에 취해 비틀거리지 않고 의연하게 헤쳐나가는 사람,
이러한 사람을 보고 있으면 인간으로서의 품격의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그 어떠한 향수의 냄새보다 향기롭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계율의 향기가 나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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