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47) 마하 가섭 존자 이야기>
부처님께서 죽림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마하 가섭 존자와 관련하여 게송 56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때 마하 가섭 존자가
7일 동안의 멸진정에서 나와서
탁발하기 위해 왕사성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거리로 갔다.
멸진정에서 나온 수행자에게 맨 처음 공양을 올리면
크나큰 공덕이 되는 법인데,
존자는 이 공덕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 멸진정 : 몸과 마음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어 생각과 호흡의 일어남과 사라짐이 없게 되는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선정 삼매. 멸진정(滅盡定). 적멸(寂滅). 열반에 이른 수행
그때 천상의 사카 천왕이 이 사실을 알고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아내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는 곧 베를 짜는 가난하고 늙은 사람으로 변신하여 테라를 기다렸다.
이윽고 마하 가섭 존자가 왔다.
변신한 사카 천왕은 곧 마하 가섭 존자의 발우를 받아 들고
집으로 들어가 쌀밥과 카레를 담아 올렸다.
그 쌀밥과 카레에서는 아주 좋은 향내가 은은하게 풍겨 나왔다.
순간 마하 가섭 존자는 가난한 집에서
이렇게 향기로운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그래서, 마하 가섭 존자는 여인에게 자기 신분을 밝히라고 추궁했고,
결국 그 여인이 사카 천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사카 천왕은 자기는 멸진정에서 나오신 성자에게
공양을 올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했노라고 고백했다.
그는 곧 자기 아내 수자타와 함께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는 동안에 부처님께서는 죽림정사에 계시면서
사카 천왕이 자기 아내와 함께
마하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을 보시고
그 이야기를 비구들에게 해 주셨다.
그러자 비구들은 어떻게 사카 천왕이
마하 가섭 존자가 멸진정에서 나오는 것을 알았는지 궁금해하는 한편,
아무튼 그가 마하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린 것은
그를 위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수행이 높아서 여래의 아들 마하 가섭과 같은 경지에 이르면
그 참사람의 향기가 널리 퍼져 마침내 천상에까지 이르나니,
그리하여 사카 천왕이 직접 내려와 공양을 올리기도 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전단향(栴檀香)도 따가라향도 말리까향도,
꽃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참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니
참 사람의 향기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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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하 가섭 존자 공양 이야기
마하 가섭 존자와 아난 존자의 걸식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섭 존자는 주로 가난한 집에 들러 걸식을 했다고 하고,
아난 존자는 주로 가난한 집은 피하고 부유한 집에 들러 걸식을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두 존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셨습니다.
가섭 존자는 가난한 사람은 전생에 쌓은 공덕이 없어
현생에 빈천하게 살아가므로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리게 하여
그들에게 공덕을 쌓게 하려는 의도였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반면 아난 존자는 자기 먹고 살기도 힘든
가난한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들에게 공양을 받기보다는 부유한 사람에게 공양받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서로 다른 선택이었지만,
두 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자비의 마음에서 출발한 행동이었습니다.
두 존자의 대답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지녔다고 하더라도
부자다 가난하다는 분별심을 가지고 이집 저집 골라 다니는 것보다는
평등한 마음으로 일곱 집을 차례로 돌면서 걸식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걸식의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가섭 존자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자비행을
구현해 나감에 있어 보다 대승적인 마인드를 가졌슴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은 가난한 사람을 가엾히 여기며
폐를 끼치지 않는 배려적 차원의 소극적 자비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섭 존자는 수행자에 대한 보시와 공양을 통해
현재의 가난한 업을 바꾸자는 적극적인 권선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응공
같은 물건을 보시하더라도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공덕이 훨씬 크다고 합니다.
사소한 우유죽을 보시했다 하더라도
부처님께서 깨달음 직전에 보시한 수자타의 보시 공양이
얼마나 수승하고 헤아릴 수 없는 큰 공덕이 있는지에 대해
여러 불교 경전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도와준
수자타의 공양 공덕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멸진정에서 나온 아라한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도 큰 공덕입니다.
천계의 왕인 사카 천왕이 직접 공양을 올려
그 공덕을 받기를 원할 정도이니 얼마나 큰 공덕인가요?
그런데, 가섭 존자는 이 공양의 영광을
가난한 사람이 가져가서 복덕을 짓게 하는 인연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이러한 가섭 존자의 의도를 간파하고
천상계의 천왕이 가난한 여인의 행색으로 공양을 올립니다.
아라한의 성자가 우주적으로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라한의 별칭 중 하나가 응공(應供)입니다.
'응당히 공양받을만한 성자'라는 뜻입니다.
천상계의 사카 천왕이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리러 왔다가
그 정체가 발각되어 다시 되돌아간다는 발상도 참 재미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참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서 모든 방향으로 퍼진다고 하셨습니다.
천상계의 왕조차도 공양을 올리는
전 우주적인 응공의 존재가 아라한이라는 것.
번뇌를 소멸한 아라한 성자의 향기는
전 우주에 퍼진다는 것을 잘 기억하고
응당히 공양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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