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포살회>
부처님이 계시던 사위성의 기원정사.
해가 넘어가고 등불이 켜지자,
부처님을 비롯한 대중들이 강당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출가한지 오래된 한 장로가 일어나서
다음과 같이 포살 의식을 선언하였습니다.
"대중이여, 들으시라.
오늘은 15일, 포살 날입니다.
만약 대중들에게 지장이 없다면,
교단은 포살을 베풀고 계본(戒本)을 외우리라.
만약 스스로 허물이 있슴을
자각한 사람은 나서서 드러내라.
또, 죄없는 이는 잠자코 있을지니,
잠잠하면 여러 대중의 청정함을 알리라.
세 번 질문 받고도
죄가 있으면서 고백하지 않는다면,
고의적인 망어죄(妄語罪, 거짓말하는 죄)를 얻으리라.
망어죄는 수행의 길에 장애가 된다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으니,
그러므로 청정하기를 원하는 자는
그 죄를 드러내라.
드러내면 안온함을 얻으리라.
대중 가운데
산 목숨을 죽인 자가 있다면,
그는 바라이에 해당하니,
함께 가지 못하리라.
이제 나는 대중들에게 묻노라.
이 계에 대해서 청정한가?
다시 묻노라.
이 계에 대해서 청정한가?
또 다시 묻노라.
이 계에 대해서 청정한가?"
"대중 가운데 주지 않는 것을
훔친 자가 있다면....."
"대중 가운데 삿된 음행(淫行)을
범한 자가 있다면....."
"대중 가운데 진실을 숨기고
거짓말 한 자가 있다면....."
천지에 적막이 흐르고 보름달이 푸르게 빛나는데,
대중들은 청정한 침묵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1. 포살과 계율
포살(posadha, 布薩)이란 무엇일까요?
포살은 계율에 대한 계본(戒本)을 낭독하고,
잘못을 저지른 자는 스스로 참회하는
불교 교단의 성스러운 정기적 의식입니다.
먼저 계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계(戒)"는 인도말 "실라(Sila)"를
한자로 옮긴 말입니다.
계(戒)는 원래 "성질" 또는 "품성"이라는 뜻인데,
나중에는 "선한 습관" 또는 "좋은 행위"라고 하여
"나는 이러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율적인 결의를 의미합니다.
즉, 계(戒)는 스스로에 대한 도덕적 규율이며,
자율적인 행위 기준을 말합니다.
"율(律)"은 인도말 "비나야(Vinaya)"를 번역한 말이다.
율은 "규칙", "규정"이라는 뜻으로
공동 생활에 필요한 규칙과 생활 규범을 의미합니다.
즉, 공동체인 교단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규칙이자 실천해야 할 덕목을 의미합니다.
2. 계율의 출발
불교 교단 초창기에는
일정한 계율이 없었습니다.
단지 교단에 먼저 입문하고 지내온 햇수,
즉 법랍이 서열을 지어주는 규율만이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해탈에 대한 추구와 부처님에 대한 존경으로
출가한 초기 출가자들은 자율적으로 행동하였습니다.
출가 수행자의 일과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명상하고
오전 중에 탁발하러 나가서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이런 저런 일을 처리하고 명상에 몰두했습니다.
저녁때가 되면 명상에서 일어나
서로 법담을 나누거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명상하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계속하였고,
무소유로 진지하게 수행에 전념하였습니다.
출가 수행자의 주요한 수행은
불법에 대한 명상과 정신집중이었으며,
아울러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는 일,
즉 불방일(不放逸)이 강조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초기에 출가한 출가 수행자들은 특별한 규율 없이도
이러한 수행 생활을 즐겁게 만족하며 스스로를 탁마하였습니다.
그러나, 출가자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여러 가지 시끄러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비구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하는 자,
수행자로서 품위와 예절조차 지키기 못하는 자,
교단 내부에 상호 간의 화합을 원만히 지키지 못하는 자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교단 내부의 필요성 외에도 대외적으로
교단의 청정과 위엄을 손상시키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계율의 기원을 살펴보면
제일 처음 제정된 계율은 음행(淫行)과 관련된 계율이었습니다.
부처님 제자 중에 "수디나"라는 제자가 있었습니다.
수디나는 결혼한 후 출가하여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자신의 고향집에 탁발을 나갔습니다.
그는 자식을 하나 낳아 대를 끊기지 않게
해달라는 어머니의 간청에 못이겨
옛 부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교단 안팎으로
여러가지 잡음이 들끓자
부처님께서는 출가한 수행자로서
자신을 위해서나 공동을 위해서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삿된 음행을 금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에도 대중의 안락과 이익을 위해,
수행에 도움에 되게 하기 위해,
그리고 승가 공동체의 질서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것은 하지 말도록 하자'라고 하여
부처님께서 계율을 정하시게 되었습니다.
3. 계율과 포살의 무게
현재 이러한 계율은
시대와 문화적 환경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으나,
현대 북방불교에서 비구(남자) 스님은 250계,
비구니(여자) 스님은 348계를 지니고 있으며,
사미(20세 이하의 출가한 남자 스님)와
사미니(20세 이하의 출가한 여자 스님)는 10가지 계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가에서 가정 생활을 하는
재가 불자는 5계를 그대로 수지합니다.
5계는 (1)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
(2) 남의 것을 도둑질 하지 말라,
(3)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4) 거짓된 말을 하지 말라,
(5) 술 마시지 말라 입니다.
앞의 5가지 계율 중 불음주계를 제외한
4가지는 모든 계율 중에 가장 근본이 되는 계율입니다.
왜냐하면 수행자에게
자비와 복덕과 청정과 진실의 종자를 심는
행위로서 수행의 완성을 이루는데
(특히, 선정과 지혜의 완성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계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당시부터 자기 완성을 위해
4가지의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요구되었고,
이 4가지 계율을 어기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잘못이라고 하여
'바라이죄'라고 하였던 것이다.
바라이죄를 범했을 때는 깊은 참회가 요구되었고,
심하면 승가에서 내쫓기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부처님은 수행자들의 자기 반성을
수행의 완성에 있어 중요한 부분으로 바라보셨습니다.
그래서, 매달마다 신성한 날에 정기적으로
수행자들끼리 모여 반성하는 기회를 가지게 하셨습니다.
매달 두번, 즉 격주로 모든 비구들은
자기 지역의 집회 장소에 모여
참회 의식을 갖도록 하셨습니다.
이 참회의 자리에서
계율의 조목을 세번씩 읽어가는 동안
만약 그 조목을 범한 비구가 있으면
즉석에서 고백해야 했습니다.
고백하지 않으면
망어죄를 범한 것이 되었으며,
이러한 참회를 위한 정기적인 행사를
"포살"이라고 불렀습니다.
이와 같이 계목을 읽고
자기 잘못을 스스로 참회하는
포살은 교단의 행사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병을 앓아 어쩔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구가 포살에 결석하는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또, 스님들끼리의 포살에는 재가 신자가
자리를 같이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경비를 맡은 관리나 병사일지라도
그 자리에 입회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자격이 있는
수행자들만의 비공개 집회였으며,
종교적으로 귀중한 행사였던 것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드실 때
당신이 계시지 않는 세상에서는
계율을 소중히 여기라고 유언으로 당부하셨습니다.
"수행자들이여, 내가 멸도한 후에는
마땅히 계율을 존중하고 공경하되,
암흑에서 광명을 만나고,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과 같이 하라.
이 계율이 너희들의 스승인 줄 알아라.
내가 이 세상에 계속 머무른다 할지라도 이와 다름없으리라."
4. 계율과 참회 의식
우리가 살아가노라면,
몸(身)과 말(口)과 생각(意)으로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잘못과 허물이 많습니다.
계율이 이러한 잘못과 허물의 진흙 속에
빠지지 않게 지켜주는 등불이라면,
참회는 몸에 묻은 때를 말끔히 씻어주는
청정한 샘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懺)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고,
회(悔)는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마음입니다.
불자는 계율을 잘 지켜 나가되,
잘못을 범하면 스스로 참회하여 잘못을 씻어내고
그 잘못을 자시 저지르지 않도록 청정함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불보살님께 공경의 예를
표현하는 예불문(禮佛文)의 시작도
'계율의 향기'를 뜻하는 '계향(戒香)'에서 시작합니다.
계율의 의미를 잊지 않고 잘 실천하여
자신의 마음을 자비롭고,
복되고, 청정하고, 진실하게 가져서
계율의 향기가 퍼질수 있도록 수행해야 합니다.
계율이 수행의 완성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고
바른 행위를 잘 지키며 지행합일의
삶을 사는 불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세운 '계(戒)'가 무엇이고,
지켜야할 '율(律)'이 무엇인지를
먼저 선명하게 세워야 합니다.
계를 범하는 것에 무감각하고,
율을 범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백팔배를 하면서 참회한다면
어떻게 진정한 참회가 되겠습니까?
자신의 계가 없고 율이 없다면
아직은 부처님께 귀의하지 않은 것입니다.
원래 부처님과 불법에 대한 귀의는
계 혹은 율을 받아들이겠냐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불교인이라고 하거나,
절에 다닌다거나,
부처님 가르침을 진리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불자라 하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집안에 드는 사람이란,
부처님께서 정하신 율과
자기 스스로 세운 계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한 사람을 말합니다.
그 약속을 믿으시기에
진리의 문을 열어주시는 것이고,
그 약속을 깼을 때는
그에 상응한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 행해졌던
성스러운 포살회를 통해
계율과 참회의 중요함을 잘 자각하여
바르게 실천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부처님 생애(19) 성스러운 포살회>
https://youtu.be/f1l2eKfADrU?si=XX-xGw-e2K9TC--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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