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구경

법구경(58) 수다원이 된 나병환자 숩빠붇다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5. 21.

<법구경(58) 수다원이 된 나병환자 숩빠붇다 이야기>

 

<광양 중흥사 3층석탑>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나병 환자 숩빠붇다와 관련하여 게송 66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나병 환자 숩빠붇다는 대중의 맨 뒤에 앉아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다가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설법이 끝나 대중들이 모두 흩어졌을 때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가 수다원 과를

성취한 사실을 말씀드리려고 했다.

 

이때 삭까 천왕은 숩빠붇다의

신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그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해 보았다.

 

“당신은 참으로 가난한 사람이오.

당신은 구걸로 생활을 해오고 있고,

아무도 보살펴 주는 사람이 없소.

나는 당신에게 막대한 돈을 주어

앞으로 당신이 편안하게 살아가게 해줄 테니

불법승 삼보에 대한 당신의 신심을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소?

당신이 삼보라는 것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

나는 당신에게 이 같은 행운의 기회를 줄 거요.”

 

그러자 숩빠붇다가 대답했다.

 

“당신은 나를 가난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내게는 성자(聖者)들이

지니게 되는 일곱 가지 보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일곱 가지란 ➀ 신심(信心) ➁ 계행

➂ 악행을 부끄러워 함 ➃ 악행을 두려워 함

➄ 경전을 배우거나 설법을 즐겨 들음

➅ 널리 베품 ➆ 지혜(빤냐;般若;반야) 등입니다.

이런 보물을 가지고 있는 나를 어째서 가난하다고 하는 겁니까?”

 

그래서 삭까 천왕은 그의 신심을 확인케 되어

그보다 먼저 부처님께 나아가

자기와 숩빠붇다 사이에 오고간 대화를 전해 올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삭까 천왕에게 말씀하시기를,

설사 수천 수만의 천왕들이 숩빠붇다에게

삼보에 대한 신심을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될 수 없으리라고 하시었다.

 

부처님과 삭까 천왕 사이에 그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숩빠붇다는 부처님 앞에 이르러 자기가 성취한 수다원 과에 대해 보고드렸다.

 

그런데 숩빠붇다는 그렇게 수다원 과를 성취한 뒤 수도원에서 돌아가는 중

원한을 품은 귀신이 소 떼를 몰고 그에게 달려들어 그만 죽고 말았다.

 

그 귀신은 다름 아닌 과거 전생에 숩빠붇다에게 죽음을 당한 창녀였다.

그녀는 원한을 갚겠다고 굳게 맹세한 뒤 귀신이 되어 그를 죽인 것이었다.

 

숩빠붇다가 죽었다는 소식은 수도원에도 알려져

비구들은 부처님께 숩빠붇다가 죽은 다음 어디에 태어났는지를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가 천상에 태어났다고 대답하시면서,

그가 이생에 나병 환자로 태어난 것은

전생에 어느 수행하는 벽지불께 침을 뱉은 악행 때문이었다고 말씀해 주시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자기야말로 자기의 원수.

어리석은 자들은 지혜가 부족하여

함부로 움직이며 악행을 저지르나니.

마침내 가혹한 벌을 받는다.

 

----------

 

<부처님께 향과 꽃을 공양하는 조각>

 

1. 수다원 선언

 

가난한 여인의 등불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등불은 바람에 불어 다 꺼지고 말았지만,

구걸하고 받은 은전 한닢으로 산 초라한 등불은

밤새 꺼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그 여인은 정말 가난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벤허>를 보면 살이 썩어가는 나병 환자가 나옵니다.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집안이 망하고 나병 환자가 되었는데,

예수님의 십자가에 못박힘을 통해 나병이 말끔히 낫는 장면이 나옵니다.

 

<벤허>에서는 예수님의 구원으로 나병이 말끔히 낫는 기적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이번 <법구경> 이야기에서는 기적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나병 환자는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이해함으로써 수다원과에 오릅니다.

 

삭까 천왕이 이 수다원 나병 환자에게 다음과 같이 유혹을 한다.

 

"당신은 가난하고 몹쓸 병에 걸린 사람이다.

당신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다.

당신이 만약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기만 한다면 당신에게 세속의 영광을 주겠다!"

 

여기에 대해 수다원 나병 환자는 다음과 같은 신앙 고백을 합니다.

 

"나는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이 아니다.

나는 7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 계행, 악행을 부끄러워함, 악행을 두려워함,

경전을 배우거나 설법을 즐겨 들음, 널리 베품, 지혜라는 7가지 보물을 갖고 있다.

이러한 7가지 보물을 가지고 있는 나를 어떻게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이라고 부르느냐?"

 

어떻게 보면 수다원 나병 환자의

감동적인 수다원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다원은 

1) 자아가 영원하다는 유신견(有身見)의 타파

2) 사성제와 인과에 대한 믿음

3) 그릇된 제사나 미신에 대한 악견

의 3가지 번뇌에서 벗어난 불교의 성자를 말합니다.

 

이 3가지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의미합니다.

즉, 부처님께 누구에게 무엇을 배우는지가 확실한 수행자입니다.

 

"인간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산다."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부처님을 믿고 불법를 따르고 수행자와 함께 하는 삶이

정말 행복합니다."가 불교의 성자인 수다원 선언이라고 생각합니다.

 

 

2. 준엄한 인과법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벤허>에서 나병환자는

예수님의 구원으로 나병이 치유되는 기적을 얻었지만,

법구경에 나오는 나병환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소떼에 받쳐 불행하게 죽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대해 부처님은 수다원 성자라도

전생에 저지른 악업의 과보를 피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벽지불 수행자에게 침을 뱉으며 무시한 과보로 나병 환자로 태어났고,

전생에 어떤 창녀에게 행한 악업이 소 떼에 받쳐 죽게 만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삭까 천왕의 제안을 받아들여

불법승 삼보에 대한 믿음을 철회했다면

세속에서 이러한 불행한 죽음은 받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병 환자 수다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 생에서는 불행한 죽음을 맞았지만,

그의 다음생은 불행한 윤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승 삼보에 대한 오롯한 믿음이 바탕이 되어

천상계로 태어난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수다원이 어떤 존재인지,

수다원 선언은 어떤 선언인지를 통찰하게 합니다.

 

그리고, 수다원이라도 전생에 악업을 저지르면

인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인과의 준엄함을 자각하게 합니다.

 

아울러 수행의 성취와 세속적 삶의 성취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