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57) 쾌락을 버린 서른 명의 비구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빠웨이야까에서 온 서른 명의 비구들과 관련하여 게송 65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날 빠웨이야까에서 온 서른 명의 젊은이들은
숲 속에서 유녀(遊女, 창녀)들과 어울려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녀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금은 보배와
값진 물건들을 훔쳐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그들은 달아난 유녀를 찾기 위해 숲을 헤매다가
수도원으로 돌아가시는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부처님께 혹시 어떤 여자가 도망가는 것을 보지 못하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보지 못하였다고 대답하시었다.
그런 다음 부처님은 그들에게 도망간 여인을 찾는 것이 중요한가,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찾는 것이 중요한가를 질문하시었다.
그러자 젊은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답했고,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법문을 베푸시어
그들로 하여금 수다원 과를 성취하게 해주셨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모두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부처님을 따라 기원정사로 향했다.
그들은 수도원에 있는 동안 모두들 엄격하게
두탕가(두타행, 검소한 생활)를 지키며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였다.
그러다가 얼마 뒤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설법하시자
그들은 모두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다른 비구들이 빠웨이야까 비구들은
다른 비구들에 비해 빨리 아라한이 되었다고 사뢰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그 비구들에게 다음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총명한 사람은 비록
지혜로운 사람과의 생활이 짧을지라도
다르마(진리)를 금방 깨닫는다.
마치 혀가 국 맛을 알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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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로움과 이익
예전에 KBS 다큐 <유교- 2500년의 여행>이라는
다큐 프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유교의 5덕이라고 하는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의 각 덕목을 주제로
이러한 덕목이 한국,일본,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과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명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 중 두번째 시간에 "의(義)"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첫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양반집 아이 두 형제가 어머니에게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유인즉 이 마을에 엿장수가 왔는데,
두 형제가 집에 있는 고물을 바꾸어 엿을 사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엿을 먹고 나서
집에 있는 다른 고물로 바꿔 먹었으면
더 이익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하는 형제간의 대화를
어머니가 듣고서 두 아이를 불러서 혼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종아리를 때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대부 가문의 자식들이
의로움에 대해 밤새 이야기를 해도 부족할텐데,
어떻게 사대부 가문의 자식의 입에서
'이익'이라는 말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느냐?"
이 어머니 밑에서 교육 받은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을까요?
한편으로 보자면 참 까칠한 어머니입니다.
좀 더 큰 엿을 먹고 싶은 어린 아이다운 욕구에
'이익'이라는 말을 쓴 것을 보고
엄격하고 까칠하게 '의(義)'의 잣대로 혼을 내면
욕구에 대한 지나친 억압으로 뒤틀린 모습으로
자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보자면 참 대단한 어머니입니다.
조선 시대 때 사농공상 의 계층에서
선비가 제일 위에 있었던 것은
양반, 상놈하는 신분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선비가 추구하는 '인의'라는 가치가
인간(군자)이 추구해야할 가장 높은 가치라고 바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식이 선비가 추구하는 '의'의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고
'이익'보다는 '의로움'에 더 높은 가치를 가지고
의롭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머니는 혼을 낸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이해득실을 따지는 마음을
갖지 않게 하기 위해 저렇게까지 자식 교육을 시키는
어머니의 엄격함 속에 숨어 있는 자식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아이들이 커서 이해할 수 있다면 참된 선비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쾌락의 길, 해탈의 길
잃어버린 여인을 찾는 것이 급한가?
너희들의 마음을 찾는 것이 급한가?
<법구경>의 이번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부처님의 마음 또한 회초리를 치는 어머니 마음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바르게 자라야 할 젊은 청년들이
세속적 욕망과 쾌락에 정신이 나가서
유녀와 어울리며 놀고 술에 취해 돈을 잃어버려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께서 이들에게 던지신 질문은 "너희들 도대체 왜 사니?"하는 질문이셨습니다.
유교에서 선비들이 '인의예지신'의
5덕의 가치를 추구하며 배움에 힘쓰라는 것이 공자님의 가르침입니다.
불교의 부처님의 가르침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심에서 벗어나
팔정도의 바른 수행을 통해 이고득락의 해탈의 삶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술에 취해,
여자에 취해,
쾌락에 취해
똥오줌 못가리는 청년들에게
마치 회초리로 종아리를 치는 어머니처럼
부처님께서는 정신 차리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입니다.
이 청년들이 개념없는 청년들이었다면
"참 별 일이네!"하고 부처님을 무시하고 지나쳤겠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주는 의미를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는
머리와 가슴이 열려 있는 청년들이었기에 바뀔수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수행자로서의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젊은 시절 놀던 청년들이었던 이들이
수행자가 되고 나서는 쾌락에 대한 갈망과 집착을 버리고,
엄격하고 철저한 두타행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누구보다도 빠르게 수행의 완성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들을 이렇게 칭찬하셨습니다.
"마치 혀가 국맛을 알듯이
총명한 사람은 수행의 길에 접어든
시간이 짧아도 빠르게 다르마를 깨닫는다."
수행의 성취는 빠르게 얻는 사람, 느리게 얻는 사람,
즐겁게 얻는 사람, 괴롭게 얻는 사람의 4종류가 있습니다.
이 수행자들은 빠르지만 괴롭게 수행의 과위를 얻은
수행자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수행의 결과를 빨리 볼 수 있는가?
총명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의 방향성을 잘 파악하는
영리한 수행자가 빠른 수행의 결실을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가르침의 방향성을 잘 이해하고 파악하는
영리한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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