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5) 화순 운주사>
1. 천불천탑
신비로운 천불천탑의 도량!
운주사입니다.
'영구산 운주사'라는 일주문입니다.
'신령스런 거북산'이란 뜻의 '영구산'이라고도 하고
'천불이 계시는 산'이라는 뜻의 '천불산'이라고도 불립니다.
그 골짜기와 산의 곳곳에 천불천탑이 있는
경주 남산과 더불어 독특한 야단법석의 도량이 바로 운주사입니다.
2. 도선 국사
일설에 의하면 풍수의 대가 도선 국사가
천불천탑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도선 국사는 지리산에서 어느 기인으로부터
음양풍수에 대한 기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기인은 모래로 우리 나라의 산세를 그리고,
역(逆)과 순(順)의 지세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도선 국사는 가르침을 받고 운수행각을 떠난 후
우리 나라 지형 지세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나라의 지세는 배가 항해하는 모습으로
태백산과 금강산이 배의 머리,
영암 월출산과 영주산은 배의 꼬리,
부안의 변산은 배의 키, 지리산은 배의 노,
화순의 운주는 배의 복부이다."
화순 운주사에 천불천탑을 조성해서
강력하게 지세를 눌러 배가 무탈하게 항해하려는 의도로
우리 나라를 지극히 사랑했던 도선 국사가 천불천탑을 조성했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가 수많은 외침과 내전 속에서도
망하지 않고 오늘을 살고 있는 것은
이 땅을 사랑했던 도선 국사의
지극한 자비심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설은 전설일 뿐입니다.
천불산(영구산) 공간에
누가 무슨 이유로 천불천탑을 쌓았는지는 신비의 영역입니다.
신비의 영역은 신비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비를 너무 알려 하지 말고, 신비롭게 느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천불산 공간에 왜 천불천탑을 쌓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이 곳에 천불천탑을 조성하려고 했는 비원의 크기와 깊이는
엄청나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야단법석
운주사는 언제 와도 참 좋은 곳입니다.
특히, 불자들인 우리들에게는 수많은 부처님과 석탑을
자유롭게 만날수 있는 야단법석의 장소 같은 느낌입니다.
운주사처럼 "부처님 만지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없는 곳에는
자유롭게 부처님도 만져보고 탑도 만져보며
부처님을 느껴보는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배의 대상인 부처님을 공경해야 하지만,
부처님과 함께 하고 싶고 부처님께로 향하는 마음의 표현을
지나치게 공경의 예절로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로 조성하였지만,
직접 손을 대어 부처님을 만져보니
부처님이 더욱 가깝고 친밀하게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정형화된 부처님의 상호나 형상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인간의 얼굴을 하신 운주사 부처님입니다.
그래서, 더욱 반갑게 느껴지고,
우리도 저 부처님처럼 우리 각자의 불성을 개화시켜
부처님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4. 화엄 만다라
비로자나 부처님과 석가모니 부처님이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계신 거대한 감실입니다.
이런 감실은 우리나라에서
운주사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멋집니다.
화엄의 세계를 밀교적으로 펼쳐 놓아
사방 어디서나 부처님이 계시니
중생들은 웃으며 안심하고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표현한 천불천탑 도량이 운주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떡을 쌓아둔 것 같은 이 탑의
발상도 참 재미있습니다.
마름모 모양, 꽃 모양, X자 모양 등등
탑신에 새겨진 상징의 문양도 자유롭고 다채롭습니다.
야외에서 천불천탑과 함께 하니 탁 트인 느낌입니다.
오랫만에 찾은 운주사는
사세가 많이 확장되었습니다.
대웅전 뒤 골짜기로 법당이 많이 생겨서
예전 운주사 같은 정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운주사는 운주사의 맛이 나게
적당히 불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믹한 기와의 스님 모습이 배미있습니다.
일상을 떠나 부처님과 함께 하는 신비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천불산 응회암 바위로
조성한 수많은 부처님과 불탑!
우리 민족 특유의 감성과 독창성이 가득한
운주사의 천불천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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