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 기행(6) 합천 해인사>
1. 비오는 날 해인사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 사찰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 도량입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성주 IC를 나와 가야산을 넘어
해인사로 향하는 산색이 온통 연두빛입니다.
비가 오니 연두빛이 더 생기발랄한 것 같습니다.
해인사 일주문을 지나 성보박물관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2. 해인사 성보 박물관
해인사 성보 박물관 입구에는
재미있는 조각이 있습니다.
팔만 대장경이 있는 법보종찰이라서
박물관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 인공지능의 시대.
로봇에도 불성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AI가 안이비설신의의 6근을 갖고
6경의 대상으로 인간처럼 사유하며
인지 능력을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간다면
인간과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 세계의 변화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현대 시대의 질문에 대해 불법에 의지하여
사유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보박물관에서 반가운 스님상을 만났습니다.
2019년 서울 국립 중앙 박물관
<대고려전>에서 뵈었던
해인사의 화엄종주 희랑 대사 상입니다.
멋집니다.
너무 생생해서 모조본인가 했는데,
국보 진본입니다.
희랑 대사 가슴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은
해인사에 모기가 많아서 스님들이 살생하고
수행에 방해가 되자 스스로 가슴에 구멍을 뚫어서
모기가 드나들며 피를 빨아 먹게 해서 라고 합니다.
참 자비로운 스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불교의 본질은 계율과 자비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인사 영산회상도입니다.
환희심이 나는 불화입니다.
<법화경> 서품의 부처님의 광명과 함께
수많은 대중들이 운집하며 영산 회상의
법화경의 웅장한 설법 장면 이 나옵니다.
그 장면을 연상하게 해서 좋았습니다.
부처님 8상 성도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부처님 탄생의 모습입니다.
푸른 신록의 봄날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 부인의 허리에서
부처님께서 태어나시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참 재미있는 발상입니다.
우리 곁에 오신 부처님의 이미지를
잘 느끼게 해 주는 재미있는 불화였습니다.
중국 명나라에서 수입해온
옥으로 만든 꽃 장식이라고 합니다.
꽃은 시들기 때문에
시들지 않는 꽃공양을 위해
옥으로 만든 꽃을 부처님께 공양한 것입니다.
옥으로 만든 꽃을 보니 재미있었습니다.
해인사 성보 박물관에서
해인사의 불교 유물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갖고 해인사로 올라갔습니다.
3. 홍류동 계곡과 해인사 올라가는 길
해인사 홍류동 계곡입니다..
가을이면 붉은 단풍의 모습으로
계곡물이 붉게 물든다고 해서 홍류동 계곡입니다.
그런데, 봄날 연두빛으로 초록초록 돋아나는
푸른 나무들 사이로 흐르는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녹류동 계곡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큼 푸르고 시원한 계곡이었습니다.
초록으로 물든 한가로운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평화가 느껴집니다.
영지(影池)입니다.
인도에서 온 가야의 허 황후의 일곱 왕자가
가야산에서 도를 닦는 모습이 비췄다는 연못입니다.
우리 나라는 불교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는 좋은 나라입니다.
불심이 있는 허황후였다면
도를 이룬 일곱 왕자를 보고
그 마음이 저 오묘한 영지처럼 평화로웠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4. 일주문, 구광루
가야산 해인사.
'가야'는 부처님의 깨달음의 성지인
'붓다가야'에서 온 말입니다.
좋은 도량 터라서
성철 스님을 비롯한
수많은 고승들이 공부하던 장소였을 것입니다.
비가 와서 고즈넉함과 한적함이 느껴지면서도
꽉 찬 수행의 향기가 나는 느낌입니다.
일주문 앞 당간지주에는
어느 정토행자가 새겼는지 모르지만
붉은 글씨로 "나무아미타불"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는 뜻입니다.
푸른 산빛 속에 붉은 글씨의
선명한 '나무아미타불'을 보니
부처님에 대한 귀의심이 불교의 알파이자 오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왕문이자 봉황문인
해인총림 현판을 향해 나아가는 길입니다.
보슬비가 와서 더 운치 있는
해인사 올라가는 평화의 길이었습니다.
구광루입니다.
의상 대사의 법손에 해당하는
순응, 이정 두 스님이 창건했다는 해인사는
화엄 10찰 또는 화엄 6찰에 해당되는 중요한 화엄 도량입니다.
부처님께서 아홉 장소에서 화엄경을 설하시며
광명을 발하셨다고 하는데서 유래된 구광루입니다.
다음주 토요일이 해인사 팔만대장경 행운식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에 경판을 지고 행진하는 초파일 다음가는 큰 행사가 다음주에 있고,
금주는 화엄경 독송하는 특별 정진 기간이라서 해인사는 야단법석 시끌벅적했습니다.
구광루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따끈한 대추차를 마시면서
몸을 따끈하게 하고 휴식을 취하니 좋았습니다.
5. 대적광전
해인사의 중심 법당이자
법신 비로자나 부처님을 모신 대적광전입니다.
'큰 고요의 빛의 전각'이라는 뜻입니다.
크고 웅장한 법당입니다.
해인사 대적광전에는
비로자나 부처님을 주불로
문수 보살, 보현 보살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석가모니 부처님과
지장 보살님이 계십니다.
다섯 분 모두 참 잘 생기셨습니다.
오늘은 비로자나 부처님 상호가
엄정하고 힘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해인사를 처음 온 때는
지금부터 30여년 전인
1997년 여름 4박 5일 해인사 템플 스테이에 왔을 때였습니다.
그 때는 템플 스테이 초창기라서
자유로운 휴식형 템플 스테이는 없었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프로그램형 템플 스테이를 했었습니다.
그 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대적광전에서 부처님께 천배 기도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천배 기도 인연 때문인지
비로나자 부처님이 더 공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대적광전 뒤쪽에는
환희롭게 꽃을 들고
춤추고 연주하는 천인들의 모습이 있습니다.
환희에 찬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6. 팔만대장경과 장경각
팔만대장경이 있는
장경각 올라가는 길입니다.
우리나라 불교의
국보 중의 국보.
팔만대장경을 만난다니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고려 시대 몽고의 침입에 초조 대장경이 불타고
국란으로 어지럽고 힘든 상황에서도 국력을 기울여
새롭게 조성한 팔만 장이 넘는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장경각입니다.
8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역사성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을 천세만세 전하려는 엄청난 불심이 담긴 가치성으로도
우리 나라 최고의 불교 문화 유산이 바로 해인사 팔만대장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풍과 햇빛과 온도와 화재 방지를 위해
창살의 위치와 높이까지 섬세하게 관리하여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해진 팔만대장경을 모신 장경각도 대단합니다.
예전에는 지붕 아래를 거닐면서
내부도 들여다 보며 관람할수 있었는데,
지금은 조악한 줄로 접근금지라서 관람 불가입니다.
석굴암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불교 문화 유산인데,
실제로는 내부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없어
많이 아쉬운 곳이 석굴암과 팔만대장경입니다.
아무리 소중한 불교 문화 유산이지만,
후손들이 보고 접근해야 그 소중함을 자각할 수 있는데,
접근조차 어렵게 하는 현재의 관리 체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몇달 전에 미리 신청을 하면 내부 관람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인연이 되면 그 때 잘 보고 싶습니다.
7. 최치원 선생과 풍류도
해인사 주지였던 형님과의 인연으로
가족과 함께 가야산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풍류를 벗하며 마음을 수양하고 신선이 되었다는 최치원 선생입니다.
우리 나라의 진정한 풍류의 스승입니다.
구광루 전시장에서 본 부처님들입니다.
시방 세계가 부처님으로 충만하고 장엄되어 있다는
가르침을 형상으로 가르쳐 주니 훨씬 새로운 느낌입니다.
봄비 내리는 초록초록한 해인사를 거닐어 보니
마음도 푸르러 지고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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