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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기행

풍류 기행(8) 함양 농월정

by 아미타온 2024. 6. 7.
 

<풍류 기행(8) 함양 농월정>

 

 

1. 안의

 

함양군 안의면 소재지입니다.

 

지금은 함양의 한 면소재지에 불과하지만,

조선 시대에는 선비들이 안의 현감이 되기를 바랬는 로망의 장소였습니다.

 

주자의 무이구곡의 안빈낙도를 추구했던 조선 선비들에게

'안의삼동'이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계곡이 있었던 안의현은

안빈낙도를 즐기며 살 수 있던 최고의 발령지 였던 것입니다.

 

안의읍내에는 '남천'이라는 작은 내천이 흐릅니다.

그 냇가 위에 '빛과 바람의 누각'이라는 광풍루가 있습니다.

 

흘러가는 냇가에서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자연이 주는 은혜와 평화를 느낄수 있는 정자입니다. 

 

 

광풍루 맞은편 냇가의 작은 숲입니다.

 

내천에 비친 나무와 하늘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조선 선비들이 안의현감이 되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냇물 속에 또 하나의 푸른 세계가 들어 있는듯 합니다.

 

저 냇가처럼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해서

내 마음에 비치는 대상을 잘 투영해서

번뇌 없는 세계 속에서 노닐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2. 화림동(花林洞) 계곡

 

안의면 소재지에서 냇물을 따라 올라가면

농월정이 나옵니다.

 

남덕유산에서 일어난 금천은 60리를 흘러가며

산을 깎고 바위를 굴리고 나무를 키워 화림동 계곡을 만들어 냈습니다.

 

 

 

화림동 계곡은 거연정을 시작으로 동쪽으로 흐르다가

황석산에서 내려온 물줄기를 받아들여 내를 이루고

광풍루 앞에서 끝을 맺은 뒤 남천으로 이름을 바꿔 흐릅니다.

 

 

 

화림동계곡이 거연정, 군자정,동호정을 거쳐

황석산에서 내려온 물과 합쳐 큰 내를 이루는 지점에 농월정이 있습니다.

 

급하게 흐르던 물은 농월정에 이르러

무려 1,000여평에 이르는 반석이 펼쳐 놓았습니다.

 

 

 

그 위를 맑은 물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이 일대가 조선의 ‘무릉도원’으로 불렸습니다.

 

지금은 아름다운 경관 덕에

지금은 국민관광지로 지정됐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브래드 피트가 생각나는 계곡물입니다.

 

흐르는 강물 앞에서 세월을 낚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3. 농월정과 박명부


농월정은 지족당(知足堂) 박명부(1571∼1639)가

1638년 지은 정자입니다.

 

박명부는 임진왜란과 광해해군집권, 인조 반정과

정묘호란의 혼란한 시기를 몸으로 부딪치며 겪은 관료입니다.

 

선조 23년 증광시 병과에 급제했던 그는

지조 높고 꼿꼿한 선비였습니다.

 

합천 군수로 부임했을 때 북인의 영수이며

광해군의 ‘왕의 남자’였던 정인홍이 합천에 있었으나

그의 집에는 출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인조반정 후 예조참판을 지내던 중

병자호란을 겪으며 남한산성에서 강화를 반대했으나

왕은 결국 항복하고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례’의 예를 취합니다.

 

이른바 ‘삼전도의 굴욕’ 입니다.

 

 

 

굴욕을 견디지 못한 그가 벼슬을 버리고

물러나 은거한 곳이 ‘농월정’입니다.

 

그가 농월정에서 남긴 시가 남아 있습니다.


길 옆에 있는 별천지의 그윽한 곳을 누가 알리오
산은 빙 둘러 있고 물은 머무는 듯하네
선돌을 비친 못의 물은 맑고도 가득차고 
창에 찾아든 푸른 기운은 걷히다가 다시 뜨네
주린 아이 죽으로 입에 풀칠하여도 화내지 않고
손님이 와서 집에 머리를 부딪쳐도 싫어하지 않네
노는 사람들 일 없다 말하지 말게나
늙어서 멋대로 속세를 떠나니 또한 풍류일세.


                                    - 지족당 박명부의 시 ‘농월정’


 

4. 음풍농월과 풍류

 

속세를 떠나서 무릉도원에서

노닐던 그의 마음 세계를 읽을 수 있습니다.

 

농월정의 농월은 '달을 희롱한다'는 뜻입니다.

 

 

보통 ‘음풍농월’이라고 하죠.

 

바람을 마시고 달을 희롱한다는 뜻입니다.

 

‘음풍’은 공자의 제자 증점이

‘기수에서 목욕하고 무에서 바람을 쐰 뒤 노래 부르며 돌아 오겠다’고

한데서 유래하였습니다.

 

농월은 달을 희롱하며 시를 짓던

이태백이 놀던 달의 세계와 닿아 있습니다.

 

맑은 바람과 달을 즐길수 있는 마음이 바로 풍류입니다.

 

 

풍류는 잘 노는 것입니다.

 

맑은 마음으로 품격 있게 잘 노는 세계입니다.

 

정자에 앉아 하늘과 계곡물에 비친 달을 보며

풍류의 마음 세계를 노닐던 조선 선비의 세계가

느껴져서 참 좋았던 농월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