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67) 아라한이 된 라다 비구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가난하고 늙은 재가자 라다와 관련하여 게송 76번을 설법하시었다.
라다는 늙고 가난한 재가자인데,
수도원에 살면서 비구들의 심부름 따위를 거들어 주고 있었다.
그는 심부름의 대가로 음식과 옷 등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을 얻어 살아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에게 출가하여 비구가 되라고 권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아침 일찍이 신통력으로써
시방 세계를 두루 살펴보시다가 지금 수도원에서 심부름을 하고 지내는
늙고 가난한 재가자 라다가 머지않아 아라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시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라다에게 직접 가셔서 그를 살펴보시고
수도원의 어떤 비구도 그에게 출가하라고 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셨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을 부르시고 이렇게 질문하셨다.
“비구들이여!
여기 모인 비구들 가운데 이 가난한 재가자
라다가 공덕을 짓는 것을 본 사람은 없느냐?”
사리불 존자가 대답했다.
“부처님이시여!
이 노인이 과거 어느 때 저에게 밥 한 숟갈을 공양한 일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사리불이여!
너는 당연히 너에게 공덕을 베푼 이 노인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었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래서 사리불 존자는 그 라다를 비구로 출가시켜 주었다.
사리불 존자는 이 나이 많은 비구를 자기 곁에 두고
매우 엄격하고 책임감 있게 지도했다.
그 같은 지도 덕분으로 그는 오래지 않아 아라한이 될 수 있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다가오시자
비구들이 부처님께 라다 비구가 사리불 존자의 지도를
매우 잘 따르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었다.
“어떤 비구든지 스승으로부터 수행 지도를 받을 때는
저 라다 비구처럼 겸손하게 이를 받아들여야 하느니라.
스승의 가르침과 훈계에 대해서 꾸짖음을 들어도
결코 대들거나 거부해서는 안 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자기의 잘못을 경책하는 지혜로운 사람을 따르라.
마치 땅속에 묻힌 보물을 캐러갈 때 안내를 받듯이
지혜로운 사람의 지도를 받으면
그는 항상 발전할 뿐 결코 타락하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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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비심
티벳 불교의 달라이라마는
"나의 종교는 작은 친절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자비심의 출발은 작은 친절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법구경 이야기의 주제는 '자비심"과 닿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늙고 가난한 속인이 있었습니다.
혼자 절에 살면서 절 일을 도와주는 부목 같은 늙은이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비구들이 노인의 보이지 않는 도움 속에 살고 있었지만,
노인을 불법의 길로 인도하려고 하거나,
자신들처럼 출가 수행자의 길을 가라는 권유하지 않았습니다.
절일을 하는 늙은 일꾼으로만 보았을 뿐,
불법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작은 친절,
따뜻한 관심의 마음, 즉 자비심이 없었습니다.
오직 한 분, 부처님만이 그 늙은 부목에 대해
따뜻한 자비심을 가지셨습니다.
부처님을 '대의왕(大醫王)'이라고 합니다.
중생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 중의 의사라는 뜻입니다.
불법의 진리를 모르는 것은
병에 걸린 것과 같다는 자각의 확고함과
중생들의 병을 반드시 고쳐 주겠다는 자비심이
부처님만큼 넓고 깊으신 분은 없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2. 법을 전하는 자비
부처님의 제자 중의 지혜 제일이라는 사리불 존자마저도
이러한 자각의 확고함과 자비심이 부처님만큼 깊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지혜 제일인 사리불 존자마저도 부처님으로부터 꾸중을 듣습니다.
"너에게 밥 한숟가락의 친절과 공덕을 베푼 늙은이를
너는 왜 친절과 자비로서 다르마의 길로 인도하지 않느냐?"
밥 한 숟갈 공양한 공덕과 친절이 있는 늙은이에게
불법을 가르치면 병에서 벗어날 수 있슴에도 불구하고
지혜제일이라는 너마저도 왜 관심과 친절과 자비심을 내지 않는가 하는 말씀입니다.
사리불 존자에 대한 부처님의 안타까움이 녹아 있는 말씀입니다.
나이에 관계 없이 불법을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출가시켜 수행의 길로 이끌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불교의 자비심입니다.
불법의 진리를 모르는 사람은 병에 걸려 고통받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앎을 갖고
늙던 병들었든 가난하든 불구이든 가르침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수행의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자비심입니다.
라다 비구의 수행의 성취와 지혜 제일 사리불 존자의 꾸중이 그 증거인 것입니다.
사리불 존자는 부처님의 꾸중을 듣고 늙어 출가한
라다 비구를 엄격하고 철저히 교육시켰다고 합니다.
스승인 사리불 존자의 엄격하고 철저한 교육과 함께
그 가르침에 겸손하게 잘 순응하고 지도에 따른
라다 비구의 수용성이 아라한의 수행과를 얻게 하였습니다.
좋은 스승과 좋은 제자가 어떤 모습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제 관계라고 할 것입니다.
불법을 모르는 중생을 병고에서 벗어나게
해 주시려는 친절과 자비심이 충만하신 부처님,
스승의 의도를 깨닫고 엄격하고 철저한 교육으로
늙은 제자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하신 사리불 존자,
늙은 나이에 출가하였지만 스승의 가르침에 순종하고
가르침을 존중하여 수행의 완성을 이룬 라다 비구!
진정한 삼위일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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