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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65) 교만한 수담마 비구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6. 11.

<법구경(65) 교만한 수담마 비구 이야기>

 

<보살상(부여 국립 박물관)>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가정을 가진 찟따와 관련하여 게송 73번과 74번을 설법하시었다.

 

찟따는 가정을 가진 재가자였습니다.

그는 언젠가 마하나마 존자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마하나마는 부처님 초전법륜 때의 다섯 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그때 탁발하는 도중이었습니다.

 

찟따는 길에서 마하나마 존자를 만나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그는 존자에게 음식을 공양했고, 존자는 설법을 해 주었습니다.

그 결과 찟다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습니다.

 

그런지 얼마 뒤에 찟따는 자기의 망고 동산에 수도원을 지어

비구들을 머물게 한 다음 비구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공급하는 한편

그 수도원의 책임자에 수담마 비구를 모셔서 거기에 상주토록 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의 으뜸가는 두 제자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가 이 수도원에 왔는데,

이때 사리불 존자가 설법하게 되었습니다.

 

법문을 들은 찟따는 곧 아나함 과를 성취하였습니다.

 

그런 뒤 찟따는 두 으뜸가는 제자들을 다음날 자기 집으로 초청했고,

수담마 비구도 함께 초청했습니다.

 

그러자 수담마 비구는 매우 화를 내면서 그 초청을 거절했습니다.

수담마 비구는 말했습니다.

 

“그대는 두 존자를 먼저 초청한 다음에야 나를 초청했고.

나는 그것이 불쾌해서 가지 않겠소.”

 

찟따는 계속하여 몇 번 더 수담마 존자가

자기의 초청에 응해 줄 것을 부탁했지만 그는 끝내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수담마 존자는

두 존자보다 먼저 찟따네 집 앞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는 두 으뜸가는 존자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두 존자와 같이 앉기를 거절하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전처럼 시중으로 탁발을 나가겠소.

나는 저 두 존자와는 함께 앉아 공양을 받지 않을 거요.”

 

그리고, 찟짜네 집에서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두 존자에게 찟따가 공양하려고 준비한 음식과

기타 여러 가지 물건들을 보고는 시기심과 질투심을 참지 못하여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나는 당신이 지은 수도원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소!”

 

그는 화가 잔뜩 나서 공양도 받지 않고 떠나 버렸습니다.

 

수담마 비구는 그로부터 곧장 부처님이 계시는 기원정사에 가서 

찟따네 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보고를 들으시고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신심과 보시로써 뒷받침을 잘 해주는

재가 신자를 크게 모욕하였구나.

당장 돌아가서 네 잘못을 사과해야 하느니라.”

 

그래서 수담마는 부처님이 시키시는 대로

당장에 찟따네 집으로 돌아가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왔는데,

이때에 이르러 수담마의 교만함이 얼마쯤 줄어든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타이르셨습니다.

 

“나의 아들이여!

훌륭한 비구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착한 비구는 당연히 소유욕을 일으키지 말아야 하며,

교만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이것은 내 수도원이다, 이곳은 내가 머물 곳이다,

이 사람들은 내 신자들이다. '라는 등등의 생각을 내어서는 아니되느니라.

누구든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탐심과 교만이 더욱 자라날 뿐이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 두 편을 읊으셨다.

 

어리석은 비구는 칭찬받기를 원하고

비구들의 위에 서려하며

권위를 내세우고

관계없는 사람들로부터까지 존경받으려 한다.

 

“비구나 신자들아,

이 일은 나로 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크고 작은 모든 일에서 나를 따르라!“

이렇게 생각하는 어리석은 자들이여,

그런 생각은 다만 너희의 교만과 욕망을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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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무늬 문경 (국립 부여 박물관)>

 

1. 사람에 대한 욕망

 

재가수행자는 재물, 명예, 사람에 대한 지나친 욕망을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는 과도한 욕망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번 백유경 이야기의 수담마 존자의 모습은

수행자가 명예와 사람에 대한 욕망에 걸려들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명예에 대한 욕망은 현재 자신이 사회적 명성이나

명예가 없다고 안심하면 안되는 문제입니다.

 

아상, 교만, 자기 자랑이 다 명예에 걸리는 것이므로

수행자는 명예에 대한 욕망을 조심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읊으신 첫번째 게송에 나오는 수담마 존자의 모습..

즉, 칭찬받기를 원하고, 수행자들의 위에 서려고 하고,

권위를 내세우려 하고,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존경을 받으려는 모습은

명예에 대한 욕망에 걸려든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수행자는 자신과 타인의 이익인 자리이타를 위해 공부하고 수행을 합니다.

그런데, 명성과 명예에 대한 욕망에 걸리게 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리불 존자나 목련 존자와 같은 훌륭한 부처님의 제자분이 나타나도

이 분들을 존경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경쟁자로 바라봅니다.

 

찟다 재가자가 두 분의 존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질투와 분노에 불타서 이성을 잃고 해서는 안될 짓을 하게 됩니다.

 

수담마 비구의 모습을 보면

명예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된 아상, 교만이

얼마나 수행의 길에 장애 요소가 되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동서 고금의 많은 경전들이 겸손의 미덕을 칭찬합니다.

반면에 세상에서 제일 밥맛인 사람이 교만하고 잘난체 하는 사람입니다.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이런 류의 사람인데,

그 이유는 명예에 대한 욕망에 기인합니다.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겸손한 사람이 될수 있을까요?

 

명예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로울 때 

겸손의 미덕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황 무늬 문경 (국립 부여 박물관)>

 

2. 비움

 

수담마 비구는 사람에 대한 지나친 욕망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친함을 넘어서 정도를 벗어날때 어떻게 나타나는가요?

 

찟다 재가자가 사리불 존자와 목련 존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

 

자신에게 보시하고 공양해준 고마운 은혜를

모욕과 분노로 갚는 배은망덕한 모습!

 

그 이유는 "너는 내 신도야!, 너는 내 사람이야!" 하는

사람에 대한 지나친 욕망 때문입니다.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교언영색과 알랑방구를 떨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협박과 모욕, 헐뜯는 말로 원한 관계를 맺는

이와 같은 사람에 대한 욕망으로 인한 어리석음은 단순히 수담마 비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도 언제든 그럴수 있습니다.

수행자는 정말 사람에 대한 욕심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2번째 게송에서 하시는 말씀을 잘 통찰해야 합니다.

 

"비구와 신자들아!

이 일은 나로 인해 이루어진 일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크고 작은 모든 일에서 나를 따르라."

 

사이비 교주들이 흔히 내뱉는 말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명예에 대한 욕망, 사람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차서

아상과 교만과 원한과 질투와 시기로 가득차 있을 때는 공부가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수담마 비구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범했지만,

그래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빨리 수용하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가 부처님 앞에서도 계속 억지를 부리고 고집을 피웠다면

과연 공부와 수행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없었을 것입니다.

 

수행자는 비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무엇을 비워야 하는가요?

 

아상과 교만과 원한과 질투와 시기심을 비워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예와 사람에 대한 욕망을 경계하고

자신의 교만을 잘 돌이켜 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