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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87) 재가자 아낫타 뿟차까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8. 26.

<법구경(87) 재가자 아낫타 뿟차까 이야기>

 

<공주 마곡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자가자 아낫타 뿟차까와 관련하여

게송 104번과 105번을 설법하셨다.

한때 '아낫타 뿟차까'라는 이름을 가진 재가자가

기원정사로 부처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존경하옵는 분이시여!
제 생각에 당신께서는

다만 이익이 되는 수행에 대해서만 아실뿐
이익이 되지 않는 수행에 대해서는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자신은 이익이 되지 않고

해를 끼치는 수행에 대해서도 아신다고 대답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수행에는

다음의 여섯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1) 해가 높이 떠올랐을 때까지 늦잠 자는 것.
2) 습관적으로 게으르고 태만한 것.
3) 잔인하고 사나운 마음을 가지는 것.
4) 늘 취해 있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
5) 때 아닌 시간, 예컨대 밤이 깊었는데 거리를 헤매고 다니는 것.
6) 절제 없이 삿된 음행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을 말씀하시고 나서 부처님께서는
그 재가자에게 그대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러면서 만약 도박을 한다면 이기는지 지는지에 대해 질문하셨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떤 때는 진다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도박에서 이기는 것을

어떻게 번뇌를 이기는 승리에 비길 수 있으랴?”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을 읊으셨다.

자기를 이기는 것이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보다 진정 나은 것.
그러므로 자기를 잘 다스리라.
마침내 모든 행동에 자재함을 얻으리니.

설사 천왕, 마왕, 건달바일지라도
자기를 이긴 승리자를
다시는 패배자로 만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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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걸레와 황무지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는 말이 있습니다.
"씨가 좋아도 밭이 황폐하면 결실이 형편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아무리 빨아도 걸레는 걸레고,
씨가 좋아도 황폐한 땅에 심으면 결실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십년 넘게 절에 다닌 불자라고 하더라도
부처님의 가르침과 다르마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불법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마음밭이 걸레처럼 더럽고

황무지처럼 척박하다면 바뀌기 힘듭니다.


아무리 빨아도 걸레는 걸레고,
황무지에는 씨가 좋아도 결실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자신의 마음밭을 걸레처럼 황무지처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2. 6가지 유형의 걸레 같은 사람들

 

부처님이 보시기에 마음밭이

걸레 같고 황무지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법구경>에 나오는 6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부처님의 시각에서 보자면 걸레요 황무자입니다.

첫째, 해가 높이 떠올랐을 때까지 늦잠을 자는 사람.


이것은 직업적 이유로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므로
늦게 자서 늦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저녁형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제어가 되지 않아

밤 늦게까지 쓸데없는 일로 시간을 탕진하고
몸과 마음이 무겁고 혼침하여

잠이 많고 깨어 있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늘 무겁고 피곤하여

흔히 "혼침"으로 불리는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둘째, 습관적으로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


수행을 잘 하려면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도 최후의 유훈으로 남긴 가르침이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것인데,
습관적으로 게으르고 나태하면 수행의 향상을 보장받을리가 만무합니다.

세번째, 잔인하고 사나운 마음을 갖는 것.


수행자의 성정은 자비롭고 착해야 합니다.


그런데, 잔인하고 사나운 성품을 가지고 있어
조그만 일에도 화를 버럭버럭 내고 폭력적이어서

쌍심지를 켜고 부딪히고 싸우려고만 든다면 
수행을 하고 공덕을 쌓는다고 하더라도

그 마음밭이 걸레이고 황무지인 것입니다.

 


 
네번째가 늘 취해 있고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


어렵고 힘든 삶을 술을 벗삼아 

취해서 풀고 잊어버리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술에 취해 있으면 의지력이 약해지고,

자기 감정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취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제2, 제3의 잘못과 허물을 범하고 사람이 추해집니다.


수행자는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하는데,
술을 벗삼아 취해서 만사를 해결하려 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다섯번째 때 아닌 시간, 예컨대 밤이 늦었는데도 거리를 해매는 것.


때 아닌 시간, 밤 늦도록 거리를 방황하는 이유는 뭘까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개념 없이 놀기만 좋아하는 놀새이거나,
늦은 시간까지 잠 못 이루고 하는 일 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입니다.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데없는 방황과 놀이로 소중한 시간을 탕진하는 것,
부처님께서 "한심한 인간"이라고 표현하는 인간들 중 

대표적인 유형의 사람들입니다.

여섯번째가 절제없이 삿된 음행을 행하는 사람.


수행자는 절제와 신의가 중요합니다.


이성에 대한 욕정에 불타서

절제를 하지 못하는 무절제한 인간,
배우자가 있슴에도

개인의 쾌락을 위해 삿된 음행을 하는 사람은
절제 없이 삿된 음행을 행해서 수행자로서의 품위도 상실하고 
믿음과 신의를 저버린 구설수와 시시비비에 오르내리니 

제대로 된 수행자가 될리 만무합니다.

 



3. 자신을 이긴다는 것

 

수행자의 마음밭은 자비롭고, 착하고, 맑고, 자기 제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혼침, 나태, 악의, 무자비,

개념 상실, 품위 상실, 무절제 등등의
나쁜 때로 마음이 더럽게 물들어져 있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무리 부처님의 인과법과 연기법이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자신의 마음이 더러운 때가 끼어 있다면 

제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지를 못합니다. 

그래서, 마음의 때가 무엇인지를 알고
마음의 때를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의 때를 벗으려는 신념을 가지고

마음의 때를 벗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도박으로 상대를 이기는 것을
어떻게 번뇌를 이기는 것에 비할 수 있겠느냐고  재가자에게 묻습니다.

번뇌를 이긴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마음의 때를 깨끗히 닦는 것입니다.


마음의 때는 무엇인가요?

 

6가지 걸레 같은 유형의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혼침, 나태, 악의(무자비), 중독, 방황, 무절제가 마음의 때입니다.


그 마음의 때는 어떻게 없애는가요?


6가지 유형의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서원을 세우고

계율을 지키고 선행을 행하는 것으로 없애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상근기는 어떤 사람인가요?


상근기는 마음이 더러운 때에 물들어 있지 않고

마음이 청정하고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이런 상근기는 부처님의 인과와 연기의 가르침을

저항감 없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불법을 배우고 수행을 통해

결실을 얻는 것이 어떻게 느릴 수 있겠습니까?


자신이 별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앞의 6가지를 쉽게 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수행자로서의 축복이고

전생부터 공덕을 쌓아온 상근기라고 보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이긴다는 것.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이 여섯 가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아
자신이 어떤 마음의 때에 더럽게 물들어 있는지를 보고
마음의 때를 깨끗하게 청소하여 걸레에서 수건으로
황무지에서 비옥한 토양으로 질적인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자신을 이기는 것입니다.

마음의 때가 무엇인지 알고
마음의 때를 없애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마음의 때를 없애기 위해 실천하고 집중하고 노력하는 수행자!


그 수행자를 자기를 이기기 위해

나아가는 수행자라고 말하는 것이고,
자신을 이긴 수행자를 어느 누구도 패배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법구경>에서 찬송하고 축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