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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86) 아라한이 된 비구니 스님 꾼달라께시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8. 22.

<법구경(86) 아라한이 된 비구니 스님 꾼달라께시 이야기>

 

<경허 선사가 수행하신 서산 천장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꾼달라께시 비구니 스님과 관련하여

게송 102번과 103번을 설법하시었다.

꾼달라께시는 라자가하에 사는 한 부자의 딸이었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조용하고 한적한 생활을 좋아했는데,

어느 날 사형장으로 가는 도둑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져 버렸다.

 

그녀의 부모는 큰 부자였던만큼 딸을 생각해서

도둑을 잡아가는 사람에게 많은 돈을 주고

그를 풀어 주도록 한 뒤 그녀와 결혼을 시켰다.

 

꾼달라께시는 자기와 결혼한 남자가 한때 도둑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를 매우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은 본래 도둑이었던지라

사랑보다는 그녀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몸에 지니고 있는 값진 금은보석 따위에 더 마음을 두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은 아내에게 모든 값진 물건을 몸에 다 지니게 하고

자기와 함께 멀리 산에 올라가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자고 말했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기는 옛날에 죽을 지경에 처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산신이 생명을 구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이제는 아내와 함께 산에 가서

제사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그녀를 데리고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산 위에 오른 남편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사실은 자기는 제사를 지내려는 것이 아니라,

너를 죽이고 몸에 지닌 값진 것들을 빼앗으려는 거라고 말했다.

 

이에 너무나 놀란 아내는 모든 것을 다 드릴 테니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그렇지만 남편은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내는 생각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편을 처치하는 수밖에 없겠다.

그러니 나는 아주 능숙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정한 꾼달라께시는

몸에 지니고 있는 보석들을 풀어

남편이 안심하도록 유도하면서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저는 당신에 의해 죽게 되었어요.

그러니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이 되겠군요.

우리는 이번에 헤어지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운명입니다.

그렇더라도 어쨌건 당신은 제 첫사랑이었고 제 남편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제 사랑을 표시하고 싶어요.

이제부터 제가 당신의 오른편으로

조용히 세 바퀴를 돌고 큰 절을 올릴 테니

그 다음엔 모든 것을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이렇게 간청하자 도둑도 마음이 움직였던지 그것을 허락해 주었다.

 

꾼달라께시는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아주 천천히 남편의 오른쪽 방향으로 돌면서

그의 동정을 예리하게 살폈다.

 

그때 도둑 남편은 자기 눈앞에 쌓인 보석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서

아내의 행동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그녀는 있는 힘들 다해

남편의 등을 떠밀어 벼랑 아래로 떨어뜨려 버렸다.

이같이 도둑 남편을 처치하고 자기 목숨을 구한

그녀는 금은보석을 나무 위에 매달아 놓았다.

 

그러고 나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그저 무조건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경허 선사 기념비>

 

 

그러다가 그녀가 도착한 곳은 우연히도

여성들이 모여 수행하는 '빠리바지까'라는 곳이었다.

 

그녀는 거기에 머물러 수행 단체의 일원이 되었다.

 

그 뒤 꾼달라께시는 그곳에서 가르치는 일천 가지나 되는

각종 형이상학적인 학문을 배웠고 그 해답을 터득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행을 통하여 그것들을 확인하기까지하여 아주 이름 높은 수행자가 되었다.

 

그녀는 두뇌가 매우 명석하였으므로

아주 짧은 기간에 그 모든 것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러자 그녀의 스승이 말했다.

 

“너는 이제 세상에 나가서

그 동안 배운 일천 가지 문제를 제기해 보아라.

그래서 누군가가 그에 대해 명석하게 답변한다면

너는 그 사람의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고,

아무도 그 문제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너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꾼달라께시는 세상으로 나왔다.

그녀는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면서 자기의 지식과 능력을 드러내었고,

공개적으로 도전자를 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도전해 오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녀는 계속하여 이 지방 저 지방으로 순회를 하면서 상대를 구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잠부까 빠립바지까",

즉 세상을 누비는 여자 수행자라고 불리었다.

이렇게 지방을 계속 여행하던  그녀
는 사왓티 성에 도착했다.

 

그녀는 성에 들어가 탁발을 하기 전에

자기에게 도전해 올 사람을 찾는다는 표시로

모래 무덤을 크게 만들고 그 꼭대기에

우제니아(열대 식물) 가지를 꺾어 높이 달아 두었다.

 

이때 사리불 존자가 그녀에게 도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꾼달라께시는 갈고 닦은 솜씨를 발휘하여 일천 가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렇지만 사리불 존자는 아주 쉽게 이 모든 문제를 풀었다.

그 다음은 사리불 존자가 질문할 차례였다.

 

사리불 존자는 그녀에게 단 한 가지를 물었을 뿐이었다.

그 질문은 “하나는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꾼달라께시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사리불 존자에게 해답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고,

사리불 존자는 그러려면 먼저 비구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그녀는 비구니가 되었다.
꾼달라께시는 수행을 시작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아라한이 되었다.

그러자 몇몇 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구니 꾼달라께시는 어떻게 적은 법문만을 듣고도

아라한이 될 수 있었습니까?

그녀는 출가하기 전에 다른 수행 단체에 속해 있었고, 

또 사람을 죽인 여인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의 게송 두 편으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니르바나(열반)를 깨닫는 것과 관련 없는

무의미한 게송 백 편을 읊어 주는 것 보다는

단 한 편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듣는 이의 마음을 고요하게 해주는
게송을 읊어 주는 편이 훨씬 낫다.

 

전쟁터에서

백만 명을 정복한 것보다는
자기 자신을 정복한 것이

참으로 더욱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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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 선사 토굴방의 경허 선사 초상>

 

1. <옥야경>의 7가지 부인 

 

"전쟁터에서 백만 명을 정복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정복한 것이 참으로 더욱 위대하다."

 

<법구경>의 명게송로서 널리 알려져 있는 게송입니다.

 

이 게송의 배경은 살인자 남편을 만난

한 불행한 여인의 이야기에서 비롯됩니다. 

 

<옥야경>이라는 불교 경전이 있습니다.

 

부처님께 신앙심이 깊었던 한 장자에게 며느리가 있었는데,

그녀의 이름이 옥야였습니다.

 

그런데, 옥야는 남편과 시부모에게 함부로 대하고

무지막지한 골치덩어리 며느리였던 모양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옥야를 구제하려는 자비심으로 설한 경전이 <옥야경>입니다.

<옥야경>에는 7가지 아내의 종류가 나옵니다.

 

1) 어머니 같은 아내-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뉘듯 남편을 사랑해주고 길러주는 아내.

 

2) 여동생 같은 아내- 하는 짓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영특하여

오빠에게 순종하듯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

 

3) 친구같은 아내- 친구처럼 뜻이 맞고

고락을 함께 하며 남편을 격려해 주고 도와주는 아내.

 

4) 며느리같은 아내 - 정성과 공경을 다해 시부모를 모시듯이

남편에게 정성과 공경을 다하는 아내.

 

5) 하녀같은 아내- 남편을 하늘처럼 모시고 남편이 때리고 힘들게해도

원한을 품지않고 일편단심 충성을 다하는 아내.

 

6) 원수같은 아내- 남편을 좋아하지 않고 항상 불만에 차서

삐딱하고 서로 떨어져 있기만을 바라는 아내.

 

7) 살인자같은 아내- 이제나 저제나 남편 죽기만을 기다리고

독약을 타서라도 남편을 죽이려는 악마같은 아내.

 

부처님으로부터 7가지 아내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옥야는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고

자신은 하녀같은 아내로 살겠다는 서원을 내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아내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남편도 7가지 종류의 남편이 있을 것입니다.

 

<서산 천장암 선방>

 

2. '하나'는 무엇인가?

 

마치 운명처럼 큰 부잣집 딸로 태어나

사형장으로 향하는 도둑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어머니 같고 여동생 같은 좋은 아내가 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은 목적이 사랑이 아니라,

재물에 있었던지라 살인자 같은 남편이었던 것입니다.

 

드라마에도 재벌집 딸이 돈을 노린 가난한 집 남자와 결혼하여

인생 망가지는 스토리가 많이 나옵니다.

 

정말 좋은 아내가 되기를 원했으나,

재수없게 무지막지한 악질 서방을 만나 겪는 고생문은 어떤가요?

 

잘해야 본전이고, 대부분 인생 망가지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 여인도 살인자 같은 남편을 만나서

자신의 목숨을 잃어야 하는 위급한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그냥 멍청하게 죽는 어리석은 아내는 아니었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하여

살인자 남편을 절벽에 떨어뜨리고 살아 남았습니다.

 

그 뒤 그녀가 느꼈던 마음은 어땠을까요?

 

사랑에 눈멀어 살인자 같은 남편을

선택해 살았던 자신의 삶의 허망함을 한탄했을까요?

 

부부 관계는 한 쪽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연기적 이치에 눈떴을까요?

 

아무튼 그녀는 세속적 삶을 떠나 이욕(離慾)의 길을 갔고

마침내 수행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교단에 귀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외도 수행자 무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좋은 지성적인 꾼달리께시였으므로  

논쟁에 뛰어나 그녀와 상대하는 사람들을 모조리 무찔렀습니다.

 

드디어 부처님 교단에서 지혜제일인 사리불 존자와 진검 승부를 펼쳤습니다.

 

사리불 존자가 그녀에게 물었던 질문인

"하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꽉 막혔습니다.

 

<서산 천장암 석불과 불탑>

 

3. 자비심

 

"하나는 무엇인가?"

 

선문답의 화두와도 같은 물음입니다.

 

'하나'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스토리의 전개로 보아 "하나"는 "자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만명과 논쟁하여 이들과의 논쟁에서 승리한 명예의 자리보다

자기 마음 속의 탐진치를 정복한 수행자야말로 정말 위대하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하나"는 "자신"이기도 한 것 같고,

"아라한", "붓다", "마음", "수행" 등으로 보아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행을 시작한지 불과 며칠만에 그녀는 아라한이 되었다고 합니다.

 

화두 수행처럼 "하나는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깊이 궁구하고

의문을 해결하여 마음 속의 탐진치가 모두 소멸된 과정을 거쳤는지,

아니면 다른 수행 지도를 받아 깨달음에 얻었는지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녀는높은 지성의 힘으로 수행의 완성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그 상대가 살인자 같은 남편이어서

사랑의 좌절을 맛보고 목숨까지 잃을뻔 했던 여인입니다.

 

그녀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을 상황에서

극악한 남편을 밀쳐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를

단순히 살인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정당 방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위대한 것,

세상을 바꾸는 것은 무엇일까요?

 

백만 명의 적을 무찌르고,

세상을 정복한 알렉산더나 징기스칸이 위대한가요?

 

이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었나요?

 

그들이 정복한 세상은 또다른 피를 부르고

전쟁은 계속 되었고 그들의 영토는 도로아미타불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작은 친절이고,

자비심밖에 없다는 말씀이 기억납니다.

이러한 작은 친절을 행할 수 있는 자비의 힘이 세상을 바꿉니다.

 

이기심을 버린 자비심으로

자신을 정복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살 수행자에게 그 "하나"의 상징을 묻는다면 

"자비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