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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91) 5백 도둑을 제도한 상낏짜 사미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9. 12.

< 법구경(91)  5백 도둑을 제도한 상낏짜 사미 이야기>

 

<통도사 적멸보궁>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상낏짜 사미와 관련하여 게송 110번을 설법하셨다.

어느 때 서른 명의 비구들이 부처님께

수행에 관한 법문을 듣고 수행 주제를 받았다.

 

그들은 사왓티의 기원정사로부터 120요자나 떨어진 곳에 있는

아주 큰 마을로 정진하기 위해 떠났다.

 

이 때 그곳에는 약 5백 명쯤 되는 도적들이

깊은 숲 속에 초막을 치고

그곳을 본거지로 삼아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 도둑들은 신들에게 제사를 지낸다면서

사람의 고기와 피를 함부로 희생시키고 있었는데,

어느 때 도적들이 마을의 수도원으로 내려와서 비구 한 사람을

자기들의 보호신에게 올릴 제사 희생용으로 바치라고 강요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나이가 많은 비구로부터 젊은 비구에 이르기까지

많은 비구들이 서로 자원하여 자기가 가겠다고 나섰다.

 

이때 비구들 속에서 사리불 존자의 추천으로

이곳에 온 '상낏짜'라는 나이 어린 사미가 있었다.

 

이 사미는 겨우 일곱 살이었지만,

수행 경지에 있어서는 이미 아라한이었다.

 

상낏짜는 여러 비구들에게 자기 스승인

사리불 존자께서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아시고

자기를 이곳에 파견하신 만큼 자기가 잡혀가야 한다고 극구 주장했다.

 

그래서 결국은 상낏짜가 도둑들에게 잡혀가게끔 되었다.

수도원에 남은 비구들은 어린 사미를 도적들에게 보내고

마음이 불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도적들은 사미를 잡아다 놓고

준비를 하느라고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이 때 사미는 좌선을 하고 앉아서

마음을 고정시켜 선정에 들어 있었다.

 

이때 강도들이 사마네라의 목을 힘껏 내리쳤다.

그렇지만 사미의 목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오히려 두목의 칼날이 뭉그러졌을 뿐이었다.

 

이에 두목은 칼날을 바르게 편 다음 다시 상낏짜의 목을 내리쳤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그 대신 칼의 손잡이 부분이 구부러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불가사의한 결과가 나오자 도적의 두목은 구부러진 칼을 내던지고

상낏짜 사미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자기들도 비구가 되어 수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졸랐다.

사미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린 사미는 그렇게 도적들을 모두 조복시킨 다음

그들 5백 명을 비구로 만들어 마을로 돌아왔다.

 

그래서 수도원에 남아 있던 비구들은 걱정을 잊게 되었고,

그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했다.

 

상낏짜는 5백 명의 비구들을 이끌고

스승 사리불 존자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려고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기원정사에 도착하자

그는 스승께 인사를 올린 다음 부처님을 친견했다.

 

부처님께서는 그 후부터 경과를 전해 들으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비구들이여!

너희들도 강도짓을 하거나 남의 것을 훔치는 등

여러 가지 나쁜 행위를 하면서 백 년을 산다 해도

그런 인생은 아무 가치가 없느니라.

 

비구들이여!

악행을 범하면서 백 년을 사는 것보다는

하루라도 계행을 청정하게 지키면서 덕을 쌓으며

마음 닦는 수행을 하며 사는 것이 훨씬 수승하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감각기관을 잘 다스리지 못하고
부도덕하게 백 년을 사는 것보다
단 하루라도 계행을 지키며
마음을 고요히 닦는 것이 훨씬 낫다.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오백 명의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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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금강계단>


1. 금강계단

 

자장 율사가 창건한 양산 통도사에 "금강계단"이 있습니다.

자장 율사는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사리탑을 통도사에 모셨습니다.

 

그래서, 통도사 대웅전은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고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있고,

북쪽면에는 "적멸보궁"이라는 현판이,

남쪽면에는 "금강계단"이라는 현판이 각기 달려 있습니다.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 율사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자장 율사가 출가한 후

자장 율사의 재주를 아깝게 여긴 선덕여왕이

자장 율사를 신라의 재상으로 기용하기 위해 신하를 보내었으나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선덕여왕은 자장 율사가 취임하지 않으면 목을 베라는 어명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자장 율사가 목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 차라리 하루라도 계율를 지니고 죽을지언정

백년을 살자고 파계하고 살기를 원치 않는다.”

 

이러한 자장 율사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한

선덕여왕이 왕명을 거두고 자장 율사를 평생 공경했다고 합니다.

 

당나라 유학을 다녀온 자장 율사는

이 곳 통도사에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후에

앞으로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양산 통도사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참배하며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을 함양하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경건하게 선서하고 

평생 계율을 지켜나가겠다는 엄숙한 약속을 하게끔 하였습니다.

 

즉, 부처님과의 첫번째 약속이 이루어지는 성스러운 장소이자

금강과도 같이 단단하게 계율을 지켜나가겠다는

굳은 마음을 세우는 곳이라서

통도사 대웅전은 "적멸보궁"이란 명칭과 함께

"금강계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 이름도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금강계단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로 "통도사(通度寺)"라고 했습니다.

 

이번 법구경에 나오는 게송은

통도사를 창건하고 적멸보궁과 금강계단을 만들어

부처님에 대한 공경심과 계율의 중요함을 되새기게 만든

자장 율사가 평생 실천하려 했던 가치가 담긴 불법의 진리가 담긴 게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리 여신>

 

2. 바른 계율

 

옛날 인도 바라나시에 대한 여행 다큐 프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한 장면은

힌두교에서 모시는 칼리 여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면이었습니다.

 

칼리 여신을 모시는 축제를 여러 날 벌이고,

마지막 날 염소를 제물로 올렸습니다.

 

그 때 염소의 정수리를 정확히 찔러 한 칼에 염소를 죽여야

칼리 여신이 제사를 즐겁게 받는다고 사람들은 믿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브라만 출신의 한 사람이 그날 염소를 죽이는 칼잡이로 나왔습니다.

 

그는 많은 심리적 부담 속에서도 염소의 정수리를 칼로 찔렀는데,

한 칼에 죽이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러자, 칼리 여신이 자신들이 모신 축제와 제사를

기꺼이 받아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격분해서 그 브라만 칼잡이를 때리고 욕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실패한 브라만 칼잡이는 사람들의 비난도 비난이지만,

칼리 여신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는데서

더 큰 충격을 받고 매우 힘들어하는 장면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장면을 통해 인도에서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제사를 올리는 의식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명목으로

함부로 살상을 저지르는 악업도 악업이지만,

그 제사 의례의 전통과 믿음과 의식의 룰 속에서 

사람들의 욕망과 고통과 어리석음의 굴레가

2천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가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동물을 살상하며 제물로 바치는 제례 전통 속에서

나쁜 행위와 그릇된 신념에 종속되어

수천년간 어리석게 살아가는 것이 힌두교도의 윤회적 모습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 충족과 그릇된 가치와 믿음 속에서

여러가지 나쁜 악행을 저지르며 

괴로움 속에서 살다 죽고를 반복하는 것이 중생들의 윤회적 모습입니다.

 

불자로서 지켜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불교에서는 '계율'이라고 합니다.

 

강한 자가 약자를 함부로 죽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도둑질 하고,

거짓말 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반복되는 괴로움을 계속 겪는 것을 

우리가 벗어나야 할 '윤회'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똥오줌 못 가리는

괴로운 윤회에서 수천년을 사는 것보다는

하루를 살아도 계율을 수지하고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자비롭게 살아가는 삶이 훨씬 낫습니다.

 

이번 법구경의 다르마는

우리에게 그 진실을 전하고 싶은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통도사의 적멸보궁과 금강계단을 보며

우리가 생각하고 느껴야 하는 불법의 진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