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13) - 관무량수경>
1. 위경의 존재 이유
<관무량수경>은 <무량수경>, <아미타경>과
더불어 정토 3부경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무량수경>과 <아미타경>은
산스크리트 원본인 범본이 남아 있습니다.
원래 인도에서 만들어진 경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관무량수경>은 인도 원전인 범본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관무량수경>이 인도가 아닌 중국에서 찬술된 경전으로 보고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서는 인도에서 찬술된 경전은 '진경(眞經)'이라 하고,
중국에서 찬술된 것으로 의심되는 경전은 '위경(僞經)' 또는 '의경(疑經)'이라 불렀습니다.
'위경'이나 '의경'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글자 그대로 ‘가짜 경전’이라고
내버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수용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조화시키고 보충하기 위한 필요에서 만들어진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관무량수경>이 만들어지는데
어떤 특별한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량수경>이나 <아미타경>이 수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토의 가르침을 조화시키고 보충하기 위한 필연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2. 왕사성의 비극
<관무량수경>은 간략하게 줄여서 <관경(觀經)>이라고 합니다.
<관경>은 <무량수경>처럼 스토리에서 출발하는 경전입니다.
바로 마가다국의 왕비 위제희 부인의 스토리를 통해 가르침이 전개됩니다.
<관경>은 2,500년전 인도 마가다국의 '왕사성의 비극'에서 출발합니다.
아버지 빔비사라 왕도 부처님께 귀의한 훌륭한 왕이었고,
어머니 위제희 부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패륜아였습니다.
빔비사라왕은 부처님께 귀의한 훌륭한 왕이었지만,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주 강한 왕이었습니다.
빔비사라왕의 아들인 아사세왕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버지를 몰아내고 쿠테타를 일으켜 아버지를 감옥에 감금했습니다.
단순히 감금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죽여야 권력이 안전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일체 먹는 것을 제공하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이런 아들과 남편을 보는 어머니 마음은 어땟을까요?
헤아릴 수 없을만큼 힘들고 괴로웠을 것입니다.
위제희 부인은 목욕을 해서 몸을 깨끗이 합니다.
그리고, 그 온 몸에 꿀을 바르고, 몰래 음식물을 숨겨 갖고 들어갑니다.
남편을 면회하러 가서 먹이려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감옥을 지키는 병사로부터 아들은
어머니의 ‘특별한 면회’에 대한 보고를 듣게 됩니다.
아들은 분노해서 이성을 잃고서 어머니를 죽이라고 병사에게 명령합니다.
그런데, 마가다 국에는 충신이 한 사람 남아서 왕에게 직간합니다.
"역사를 보면 예부터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아버지를 죽인 사례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죽였다는 전례는 한 번도 없습니다.
왕께서는 지금 그 첫 번째 왕이 되시려는 것입니까?”
아들에게 조금의 양심이 남아 있었든지
어머니를 죽이려는 마음을 거두어들입니다.
그 대신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합니다.
이런 형편에 처한 위제희 부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지옥이었을 것입니다.
지옥 고통을 맛보고 있는 위제희 부인은 정말 이 세상이 싫어졌습니다.
지옥의 고통에 눈물 흘린 자가 극락을 간절히 구하는 것일까요?
위제희 부인은 권력 때문에 부모를 감옥에 가두는 아들이 없는 나라,
권력욕에 눈이 먼 인간들의 탐욕심이 없는 나라를 구합니다.
석가모님 부처님은 이러한 위제희 부인의 간청에 응해서
극락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무량수경>도 법장 보살의 스토리에서 출발합니다.
법장보살께서 48가지 서원을 세워서 중생을 구제하고자
극락 정토를 건설하는 스토리를 설합니다.
즉, <무량수경>은 부처님 입장에서 극락을 만드는 경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경>은 위제희 부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고통받는 중생이 극락을 절실히 구합니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셔서 그 고통받는 중생에게도
고개를 돌려 주신다는 것을 설하고 있습니다.
즉, <관경>은 바로 고통받는 중생의 입장에서
극락을 만드는 경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관경>은
<무량수경>과 <아미타경>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무량수경>과는 다른 각도에서
고통받는 중생의 입장에서 극락 왕생을 궁구하게 합니다.
3. 극악 중생의 구원
<무량수경>에서 아미타 부처님의 제18원은
10번 염불해서 극락 왕생하지만,
법을 비방한 자와 오역죄를 저지른 자는 제외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관경>은 오역죄인까지도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면 극락왕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야사에 의하면 빔비사라왕과 위제희 부인은
빨리 자식을 얻고 싶은 탐욕으로
아라한이 될 수행자를 살해하는 오역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들 아사세 왕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감옥에 가두는 오역죄를 저지릅니다.
오역죄를 저지른 극악 중생이 극락 왕생을 구할 때
과연 부처님의 자비 광명은 극악 중생에게도 비추는 것인가?
이 문제 의식에 대해 <관경>은 적극적으로
자비와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습니다.
한편, <관경>은 <무량수경>과 <아미타경>에는 없는
정토 왕생의 길을 설하고 있습니다.
바로 '16관법'과 '9품왕생'입니다.
16관법 중에 13개의 관법은
극락 세계와 아미타 부처님과
극락 보살님들의 장엄에 대해
'관불(觀佛)'과 '관상(觀像)'의 '관법' 수행을 제시합니다.
강력한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극락 왕생에 대한 염을 확고히 가지는 수행법을 제시해 줍니다.
그리고, 나머지 3관, 즉 상배관, 중배관, 하배관을 통해 9품 왕생을 설합니다.
어떻게 대승의 가르침을 수지하여 복덕을 기르면
더 나은 왕생을 할 수 있는지를 세세히 구분하여 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선(善)도 닦을 수 없는
하품하생의 중생들에게까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칭명 염불의 길을 제시하고 끝까지 자비와 구원의 손길을 놓지 않고 계십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처럼 <관경>은 '관불'과 '칭명' 염불이라는
극락 왕생을 위한 2가지 염불의 길을 제시해 줍니다.
특히, 하품의 범부에게 “능히 관불 염불을 할 수 없다면
아미타 부처님을 칭명하라”고 하십니다.
하품의 범부들에게까지 아미타 부처님의 자비 광명을 비추어 주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이 <관경>이 출현하게 된 필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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