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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100) 보시제일 아나타삔디까 장자(수닷타)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0. 19.

<법구경(100) 보시제일 아나타삔디까 장자(수닷타) 이야기>

 

<예천 용문사 자비도량참법 시왕 천도법회 공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사왓티에서 가장 큰 재산가였던 아나타삔디까와 관련하여

게송 119번과 120번을 설법하시었다.

 

아나타삔디까는 황금 오천오백만 냥을 들여서

유명한 기원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헌납한 사왓티의 부호였습니다.

 

그는 널리 베푸는 것을 좋아했고,

부처님께 아주 헌신적이었으며,

불법의 진리를 열심히 수행하는 훌륭한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매일 세 차례씩 기원정사를 찾아와

부처님께 공경 예배를 올리곤 했습니다.

 

그는 아침에는 잘 쑨 쌀죽을 가지고 와 부처님께 올렸고,

점심때는 그날에 알맞은 음식을 준비하여 부처님께 공양했으며,

저녁때는 꽃이나 향, 향수 등을 가지고 와서 부처님께 올리고 설법을 들었습니다.

그는 단 한번이라도 빈손으로 기원정사에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이같이 오랜 세월을 두고 보시를 했기 때문에

마침내 가난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수행의 경지가 수다원 과에 이른 불자였으므로

부처님과 다르마에 대한 신심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가난해진 다음에도 여전히 매일 부처님을 찾아 뵙고 있었는데,

이제는 가지고 갈 물건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생각다 못해 자기 논에서 흙을 파가지고 가서

기원정사의 꽃나무 주변에 쏟아 놓고 오는 등 보시에 아주 철저했습니다.

 

어느 때 그의 사정을 아주 딱하게 여긴 그의 집 문을 지키는 신장(神將)이

아나타삔디까 앞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당신의 집 문을 지키는 신입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당신의 재산을 모두 수행자 고타마(부처님)에게 바쳤습니다.

당신은 자신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이제 아주 가난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고타마 수행자(부처님)에게 보시하지 마시고,

당신의 장래를 생각하십시오.

그래서 다시 부자가 되십시오.”

이런 말을 들은 아나타삐디까는 버릇없는 소리를 함부로 한다고

크게 꾸짖고 그를 아예 내쫓아 버렸습니다.

 

아나타삔디까는 이미 수다원 과의 경지에 이른 성자였고,

또 그 가족들도 성자였습니다.

 

그래서, 신장으로서는 그들의 성스러운 힘에 대항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신장은 결국 그가 살던 곳에서 떠나 갈 수밖에는 없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아나타삔디까의 집에서 쫓겨나 신장은 막상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제석천왕에게 가서 자기 사정을 하소연했습니다.

그러자 제석천왕이 말했습니다.

 “너는 먼저 아나타삔디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도록 하여라.

그런 다음 용서를 빌면 될 것이다.”

그러나 신장은 제석천왕에게
“내가 무슨 방법으로 주인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라고 질문하자 제석천왕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나타삔디까는 어느 때 1천8백만 냥의 황금을 어느 장사꾼에게 빌려준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장사꾼은 아직 그것을 아나타삔디까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그것을 네가 받아다가 돌려주어라.

 

그리고 아나타삔디까의 조상이 또

다른 1천8백만 냥을 땅에 묻어 둔 일이 있었는데,

그 황금은 홍수에 떠내려가서 지금은 어느 브라흐만에게 가 있다.

 

또한 주인이 없는 재산으로 황금 1천8백만 냥이 바다 속에 있으니

네가 네 신통력으로 그것들을 모두 찾아서 아나타삔디까의 창고에 가득 채워 놓도록 해라.

네가 그같이 해놓고 용서를 빌면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어 마침내 신장은 이 일을 다 처리했고,

아나타삔디까는 다시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문지기인 신장은 자기 주인에게

제석천왕의 충고를 받고 자기가 이같이 재산을 찾아드린 것이라고 사실을 고했습니다.

그러자 아나타삔디까는 놀라, 그 신장을 데리고 부처님께 가서 인사를 올렸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설법하셨습니다.

“악한 사람도 그 악의 과보인 고통을 오래 겪지 않는 경우가 있느니라.

그리고, 착한 사람도 그 선의 과복인 행복을 오래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느니라.

그렇지만 그것을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과보는 어김없이 나타나고 마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 두 편을 읊으시었다.

설사 약한 자라 하더라도
아직 악행의 과보가 나타나지 않아
행복을 누리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악업의 결과가 나타날 때
그는 엄청난 고통을 당하리.


비록 착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아직 선행의 과보가 나타나지 않아
고통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업의 결과가 나타날 때
그는 크나큰 이익을 즐기리.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아나타삔디까의 집 대문을

지키던 신장은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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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시바라밀의 실천

 

대승 불교는 적극적으로 보시행을 중시합니다.

 

대승 보살의 수행 체계인 6가지 바라밀 중에

제일 첫번째 등장하는 제일 바라밀이 보시 바라밀입니다.

 

보살의 수행은 보시 바라밀을 중심으로

나머지 바라밀이 따라 붙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보시에는 

재물에 대한 재보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법보시,

두려움과 근심, 불안으로부터 구해주는 무애시의 

3가지 보시가 있습니다.

 

이 3가지 보시를

때에 잘 맞추어 시기와 상황에 맞게

기꺼운 마음으로 댓가를 바라지 않고 보시하는 것이

우리 대승 불자에게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보시에 대한 대승 불교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이 보시하겠다는 의지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내느냐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구제해주는 자"라는 이름의

"아나타삔다카"라고 불린 수닷타 장자입니다.

 

대승불교가 태동하기 전인 부처님 당대에 살았지만

보시에 대해 가장 적극적이고 대승적인 마인드를 가졌던 분입니다.

 

기원정사를 짓고

매일 부처님과 승단에 공양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재보시를 행하는 과정에서

그의 재산은 모두 탕진하고 가난해져서 보시할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자기 논에 있는 흙을 파 가지고 가서

기원정사에 있는 꽃나무에 덮어 주고 오는

적극적인 보시에 대한 의지를 보입니다.

 

이렇게까지 보시하는 자신을 비난하는

자기집 문지기 신장을 내쫓아버리는 것을 보면서 

보시에 대한 수닷타 장자의 강한 의지와

철저한 보시 마인드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2. 보시의 궁극

 

수행에 대한 열의를 가지고 

밤잠을 자지 않고 수행하여 실명하고 말았지만,

천안의 눈과 해탈을 이룰 수 있었다는 아나율 존자의 전설이

보리심의 궁극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보시할 돈이 없어지자

자기 논의 흙이라도 파서 꽃나무에 덮어두고 오는

수닷타 장자의 전설 같은 이야기 속에서는

보시의 궁극이 어디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수닷타 장자의 이야기 속에서

보시바라밀을 실천하며 살려는 보살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보시할 재력, 능력,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보다

자신이 정말로 보시할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를 물어야 합니다.

 

정말로 보시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리고 보시의 공덕을 자각하고 있다면

수닷타 장자처럼 없는 능력은 만들어서라도 얻고 

없는 재력은 찾아서라도 보시를 행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출 수 있습니다.

 

수닷타 장자의 모습을 보며 대승 보살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보시 의지, 보시의 마인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시를 행하여 가난해진 수닷다 장자는

자신이 내쫓은 신장의 도움으로 다시 부유해질 수 있었습니다.

 

"성인은 자신을 위해 쌓아두지 않고 남을 위해 베풀지만

남을 위해 베품으로 더욱 있게 되고 더욱 넉넉해진다"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3.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의미

 

착한 일을 하면 복이 온다는 '선인선과'의 진리는

착한 일을 하면 그 결과가 즉시 나타난다는 진리가 아닙니다.

 

보시를 행했지만 일시 가난해진 수닷타 장자처럼

착한 일을 하더라도 일시 또는 한생이 힘들고 괴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착한 일을 하면 그 끝은 행복하고

그때 맞이하는 행복은 훨씬 크다는 것이 "선인선과"의 진리입니다.

 

악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담배를 피우는 맛은 순간적으로 즐겁고 행복할지 모르지만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걸리는 과보가 닥치면 

극심한 고통이 다가오는 것처럼

일시적으로는 즐거울 줄 모르지만 그 끝은 크게 불행하고 괴롭습니다.

 

그래서, 인과를 바르게 보는 사람은

지금 당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길게 내다보고 통찰합니다.

 

비록 악업으로 지금 당장 즐겁고 이익이 남더라도

나중의 참된 행복과 이익이 무엇인지를 통찰하여

지금 당장의 즐거움과 이익을 경계하고 멀리합니다.

 

그리고, 착하고 의로운 일을 행함으로서

지금 당장 괴로움과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궁극의 참된 행복과 유익을 위해 인내하고

착하고 의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진리를 이해하고

그리고, 수닷타 장자의 적극적인 보시 의지를 보았다면

그냥 알고 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시와 선업의 실천과 닦음의 의지를 내고

수닷다 장자처럼 부단히 실천하고 닦아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