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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법구경(99)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린 라자 천녀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0. 15.

<법구경(99)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린 라자 천녀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불상관 관세음보살님>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천녀 라자와 관련하여 게송 118번을 설법하시었다.

마하 가섭 존자는 한때 삡빨리 석굴에서

이레 동안 몸과 마음을 완전히 멈추는

선정 삼매(니로다사마빠티)에 머물러 있었다.

 

이윽고 가섭 존자는 그 깊은 선정에서 일어나,

자기에게 처음 공양을 올림으로써

큰 공덕을 지을 기회를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생각했다.

 

그때 존자는 어린 여자 종 한 사람이

들판의 초막에서 옥수수를 튀기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존자는 그녀를 찾아가게 되었고,

여종은 방금 튀긴 옥수수를 테라의 발우 그릇에 가득 채워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존자에게 공양을 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독사에게 물려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녀는 죽은 뒤 도리천 천상 세계에 태어나

'라자 데와디따(옥수수 튀김)'라는 이름의 천녀가 되었다.  

라자는 자기가 가섭 존자에게 기쁜 마음으로 공양올린 공덕 때문에

천상에 태어난 것을 알고 가섭 존자에 대해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가섭 존자를 위해 무언가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라자 천녀는 그때부터 매일 아침마다

가섭 존자가 수도하고 있는 수도원에 가서

마당을 쓸고 화장실의 물통에는 물을 채워 놓는 등

해야만 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한편 가섭 존자는 이 같은 일을 천녀가 해주는 줄은 모른 채

다만 자신의 어린 사미가 하는 것이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가섭 존자도 그것이 천녀의 봉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섭 존자는 천녀에게 다시는 이 같은 일을 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것은 그녀가 이같이 계속하여 아침 일찍이 수도원에 내려와

이것저것 일을 하게 되면 마침내 일반 신자들의 눈에 띄게 되고

그리하여 의심을 받고 말이 많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가섭 존자의 사양에 대해 라자는 아주 실망하여 울며 이렇게 애원했다.

“존자님, 제가 복을 지어 좀 더 많은 공덕을 받는 기회를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

이때 부처님께서는 기원정사의 간다꾸띠(부처님이 머무시는 응향각)에 계시면서

천이통(天耳通)으로 그녀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다.

 

부처님께서는 곧 광명을 보내시어

그녀 앞에 모습을 나타내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라자 데와디따여,

너를 수도원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실로 수행자인 여래의 아들 마하 가섭의 임무이니,

너는 이제 더 이상 수도원에 오지 말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데와디따여,

너는 앞으로도 많은 착한 행위를 할지니,

널리 착한 행위를 하여 공덕을 짓는 것은 모든 중생의 임무이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착한 행위를 행하라.

그것을 계속하고 또다시 행하라.
즐거운 마음으로 착한 공덕을 쌓으면
행복으로 인도되기에.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라자 데와디따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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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양식의 보살상>

 

1. 자비심의 가섭 존자

 

거친 옷과 거친 음식에 만족하며

두타행을 했다고 전해지는

부처님 10대 제자 중 두타 제일의 마하 가섭 존자.

 

마하 가섭 존자의 두타행은 의식주에 대한 

욕망과 집착을 떠나기 위한 두타행이기도 했지만,

가난하고 헐벗은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비심에서 행한 두타행이기도 했습니다.

 

 경전에 보면 마하 가섭 존자는 가난한 집을 골라 걸식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공덕을 지어

다음 생에는 가난에서 벗어나 잘 살기를 바라는 자비심에서였습니다.

 

이전의 법구경 이야기에서도 나왔지만, 

아라한이 깊은 선정에서 깨어났을 때 올리는 공양이 

최고로 큰 공덕이 있는 공양이라고 합니다.

 

가섭 존자의 성향을 잘 아는 천왕이

깊은 선정에서 깨어난 가섭 존자에게 처음으로 공양을 올리기 위해

가난한 거지로 변장하고 공양을 올리려고 하다가 들켜서

정체를 드러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깊은 선정에서 깨어난 가섭 존자는

자신에게 처음으로 공양을 올릴 존재를 찾게 되었습니다.

 

가섭 존자의 선택은 들판에서 옥수수 튀김을

튀기고 있는 천한 어린 여자 종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전생의 악업인지

독사에게 물려 비명횡사할 운명이었습니다.

 

깊은 선정에서 깨어나 공양을 받을 때에도 

누구에게 공양을 받을 것인지를 살피고

이렇게 가난하고 천한 신분의 

어린 여자종을 찾아가 공양을 받는 가섭 존자입니다.

 

가섭 존자가 어렵고 가난하고

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대한 동정심과 함께

이들을 고통에서 구제하고자 하는 자비심이 충만한 성자였슴을 잘 알수 있습니다.

 

가섭 존자는 마가다국의 부유한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나

출가하기 전에 남부러울 것 없이 잘 먹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출신 배경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가엾은 사람들에 대한 자비심이 충만했고

이들에게 주로 공양을 받으니까 거친 음식에 만족하는

타행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로자나불>

 

2. 공양의 행복

 

이러한 가섭 존자의 자비심으로

깊은 선정에서 깨어난 성자에게

최초로 공양을 올릴 기회를 갖게 된 옥수수 튀김 소녀!

 

그녀는 마치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스러워했던 많은 사람들처럼

아라한 성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을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이 튀긴 옥수수를 정성껏 공양올렸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공양을 올리고 불행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치 부처님 설법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다 비명횡사하는 몇 분의 이야기처럼

아라한 성자에게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공양을 올리고 나서

독사에게 물려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아라한 성자에게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천상 세계에 태어납니다.

 

"널리 착한 일을 하여 공덕을 짓는 것은

모든 중생들의 의무이다." 

라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착은 일을 하지 않고 먹고 살기에 급급해 보내는 인생 백년보다

부처님과 수행자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착한 일을 하고 산 하루가

더 의미있고 가치 있다는 것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소녀의 죽음입니다.

 

천상 세계에 태어나 복락을 누리면서도

그녀는 가섭 존자에 대한 감사함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천상 세계의 존재이면서도

가섭 존자가 계시는 수도원에 내려가 

마당을 쓸고 물을 긷고 등등 가섭 존자의

수행 생활을 돕기 위한 착한 공양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천상세계에서 내려온 천녀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을 알아챈 가섭 존자는 중단시켰습니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여인이 아침 일찍 수도원에 있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면 여러가지 오해와 불필요한 소문이 돌 것이고,

출가 사문의 집단인 승가의 품위가 손상되고 구설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고 환희로운 마음으로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렸던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가섭 존자를 위해 공양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습니다.

 

이렇게 슬피 우는 천녀에게 부처님은

가섭 존자에게 공양을 올리는 것은 더 이상 할 수 없겠지만,

적극적으로 다른 착한 행위를 많이 하여 선한 공덕을 쌓으라고 권선하셨습니다.

 

즐겁고 적극적으로 착한 행위를 하면

참된 행복의 길로 자신을 인도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은 다섯 부류의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펴신다고 합니다.

 

법륜을 함께 굴릴 사람.

법을 배울만한 사람.

착한 일을 적극적으로 행할 사람.

악업을 짓지 않도록 할 사람.

악한 일을 하더라도 조금만 행하도록 시킬 사람.

 

옥수수 튀김 소녀는 착한 일을 적극적으로 권선할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착한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행함으로써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인 것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행했던 공양이 참된 행복이었슴을 체험했고

착한 행위를 하고 착한 공덕을 쌓으면 행복의 길이라는

"선인선과"의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각함으로써

옥수수 튀김 소녀는 수다원 과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에 대한 자비심이 특별했던 가섭 존자!

 

자신에게 특별한 공양의 기회를 주어

천상에 태어나게 한 가섭존자에 대한 감사함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착한 공양을 계속했던 옥수수 튀김 천녀!

 

천녀에게 착한 행동은 행복의 길이라는 것을 일깨워줌으로써

수다원과에 오를 가르침을 주신 부처님!

 

3박자가 잘 맞아 떨어져

"착한 일이 행복의 길"이라는

다르마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