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02) 발랄라빠다까와 권선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발랄라빠다까와 관련하여 게송 122번을 설법하시었다.
사왓티에서 온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아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것을 실천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보시에 대해서 들었는데,
보시라는 것은 혼자서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여 함께 함으로써
공덕도 짓고 인연도 맺게 되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곧 부처님과 비구 대중에게
자기 집에 오시어 공양을 받아 주십사고 청했다.
그래서, 승낙을 얻은 그는 집에 돌아와
자기 동네 사람들에게 널리 이 소식을 전했다.
“내일 아침에 부처님과 제자분들께서 우리 동네로 탁발을 오십니다.
여러분들은 물건이나 음식을 준비하여 공양을 올리시오.
그리하여 복도 지으십시오.”
이때 그 말을 들은 사람 중에
재산이 아주 많은 발랄라빠다까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복을 지으라고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는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런 시덥잖은 친구가 있나?
제 능력껏 공양하면 될 것을 가지고
분수없이 많은 수행자를 초대해 놓고서 동네 사람들에게 짐을 떠넘기다니!”
그는 그가 가져온 그릇에 쌀. 버터. 당밀을 아주 조금씩만 넣어 주었다.
그러자 그 사나이는 고맙다고 치하하면서
그로부터 받은 물품을 잘 분류하여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재산가 발랄라빠다까는 지기 몫만 따로 분류해가는 것은
아마도 그가 자기 집에서 이것밖에 주지 않는다고 소문을 내어
자신를 부끄럽게 만들려는 것이거니 여겼다.
그는 심부름꾼을 보내어 그가 자기에게서 가져간 물품을
그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라고 일렀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그 사나이는
재산가 집에서 나온 것을 다른 것들과 골고루 섞었고,
그래서 누가 얼마를 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심부름하는 사람은 주인에게 돌아가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그렇지만 주인은 그 말이 미덥지 않아 다음날 직접 공양 올리는 곳에 가보았다.
만약 그 사나이가 자기가 공양물을 적게 낸 것을 가지고 흉을 잡는다면
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칼로 그를 처단해 버리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아침이 되어 부처님과 비구 일행이 공양 올리는 장소에 도착하셨다.
그러자 사나이는 부처님과 비구 대중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준비된 음식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이시여!
이 음식은 모든 마을 사람이 협력하여 마련한 것입니다.
누가 많이 내고 적게 낸 것이 아닙니다.
이 공양물에는 양의 많고 적음보다는 오직 정성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에는 저희들의 신심과 보시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저희는 다만 모두가 평등하게 공덕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이 같은 말을 들은 발랄라빠다까는
자기가 이 사나이에게 큰 오해를 한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이같이 착한 사람에게
자기가 나쁜 의심을 지닌 채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면
자기는 결국 네 군데 낮은 세계에 태어나는 과보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그 사나이에게 다가가 이렇게 사과했다.
“여보, 좋은 친구여,
나는 당신을 나쁘게 생각했었소.
부디 내 어리석음을 용서해 주시오.”
이때 부처님께서 그 장면을 보시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화해가 어떻게 해서 있게 된 것인지를 아신 뒤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제자이여,
아무리 작은 선행일지라도 계속해서 행하게 되면
마침내 큰 선행으로 발전하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이것이 내게 무슨 영향을 미치랴 하여
작은 공덕 짓는 것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조금씩 쌓아 큰 공덕을 만든다.
마치 방울씩 떨어진 물이 큰 둑을 채우듯이.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재산가 발랄라빠다까는 수다원 과를 성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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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선 (勸善)
부처님께서는 법을 배울 사람과
법을 굴릴 사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처럼 적극적으로 법을 전할 수 있는
전법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내는 것.
교리적으로 보자면 대승적으로
전법하는 사람이 법을 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을 배우려는 마음보다 법을 굴릴 마음을 내는 것이
더 대승적이고 큰 그릇의 마음입니다.
보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처님으로부터 보시에 대한 가르침을 받아
깊은 감명을 받고는 부처님이 말씀하신대로
보시를 실천하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자체만로도 훌륭한 일이지만,
자신만 보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시를 적극적으로 권하여 함께 함으로써
좋은 인연공덕을 같이 짓기를 원하는 큰 그릇의 마음을 가졌습니다.
부처님의 법을 적극적으로 전하는 것을 '전법(傳法)'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착한 일을 권하는 것을 "권선(勸善)"이라고 합니다.
착한 일을 행함에 있어 훨씬 대승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바로 권선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보살이 중생들을 섭수하는 4가지 방법인
사섭법 중에 "동사섭(同事攝)"이 있습니다.
동사섭은 이렇게 착한 일을 서로 권하고 함께 하는
인연공덕을 지으며 사는 보살들의 모습을 말합니다.
보시를 행함에 있어 훌륭한 보시는
기꺼워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보시,
댓가를 바라지 않는 보시,
때에 맞게 시기적절하게 행하는 보시가 되어야 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자비로우면서도 지혜로운 보시가 되어야
보시의 본질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2. 권선의 마인드
그렇다면 권선을 행함에 있어
어떠한 마인드로 해야 권선의 본질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번 법구경 이야기 속에 나오는
훌륭한 권선자의 이 대답 속에 그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시여,
이 음식은 모든 마을 사람이 협력하여 마련한 것입니다.
누가 많이 내고 적게 낸 것이 아닙니다.
이 공양물에는 양의 많고 적음보다는 오직 정성이 있을 뿐입니다.
이것에는 저희들의 신심과 보시 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저희는 다만 모두가 평등하게 공덕을 얻기를 희망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짓는 착한 일의 공덕을 기뻐하는 것을 넘어
다른 사람이 짓는 착한 일의 공덕을 함께 좋아하고
기뻐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 입니다.
"보현행원품"에 보면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따라서 기뻐하는 "수희(隨喜)"에 대해 나옵니다.
자신의 공덕뿐 아니라
남이 짓는 공덕을 함께 수희하는 마음을 가져야
기꺼운 마음으로 권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서로의 권선의 내용물을 가지고
이렇쿵 저렇쿵 비교하지 않고 평등하게 모두가
공덕을 얻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선을 행함에 있어 댓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이란
바로 이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더 많이 내었느니,
너는 그 형편에 이것밖에 못내니 하는 식으로
좋은 의도에서 시작한 권선이 다툼과 불화의 씨앗이 된다면
그것은 권선을 하는 본질과는 어긋나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색한 재산가가 마지 못해 약간의 보시를 했슴에도
그 재산가를 비난하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치하하고
다른 보시물과 섞어 공동의 보시의 결과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립니다.
"이 공양물은 누가 많이 내고 적게 낸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들이 모두 협력하여 마련한 것으로
우리의 정성만이 있을 뿐입니다."
권선자의 이 대답 속에는 참으로 권선에 대한 큰 자비와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세번째는 때에 맞는 시기적절한 권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과 제자분에게 공양을 올리고 법문을 청하는 자리는
재가자들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러한 자리에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동참하여 공양을 올리며 법문을 듣게 되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동참한 많은 사람들에게 복된 인연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떠할 때에 권선할 것인가를 잘 포착하여 시기 적절하게 행하는 권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권선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공동으로 행하는 권선의 의미와 본질을 잘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선행도 조그만 선행의 물방울이 쌓여
큰 선행의 항아리의 공덕을 만듭니다.
권선의 공덕 또한 개인 개인의 작은 선행의 물방울이 쌓여
공동의 큰 항아리의 큰 선행의 공덕을 만드는 것입니다.
적극 동참하는 동사섭의 마인드를 가지고
자비롭고 지혜롭게 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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