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04) 사냥꾼 꾹꾸따밋따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사냥꾼 꾹꾸따밋따와 그의 가족과 관련하여 게송 124번을 설법하시었다.
왕사성에 사는 한 재산가에게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이 소녀는 나이는 어렸지만,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이미 수다원 과의 경지에 올라 있었습니다.
어느 때 이 딸은 사냥꾼 꾹꾸따밋따가
짐승들의 고기와 사슴 가죽들을 자루 가득히 담아
왕사성의 시장에 와서 파는 늠름한 모습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사냥꾼을 따라가 결혼하게 되었고,
나중에 일곱 명의 아들을 낳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다 장성하였는데,
그때까지 그들은 아들, 며느리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사냥꾼과
그의 아들 및 며느리들이 모두 수다원 과를 성취할 때가 되었음을 아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사냥꾼이 짐승들을 잘 다니는 길목에
덫을 놓아 짐승을 잡는다는 것을 아시고
아침 일찍이 그 근처에 가시어 덫 옆에
큰 발자취를 남겨 놓으신 뒤 가까운 숲 속 나무 밑에 앉아 계셨습니다.
사냥꾼은 평소와 같이 이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얼마 전에 놓아 둔 덫에 가보니
짐승은 걸리지 않고 사람의 발자국만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짐승을 풀어 주었다고 짐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기 일을 망치고 도망간 훼방꾼을 찾으려고
화가 잔뜩 나서 주변을 살피다가
숲 속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 부처님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즉시 화살 통에서 화살을 꺼내어 부처님을 향하여 겨누었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의지를 보내시어
그 사냥꾼이 활시위를 잡은 채 꼼짝하지 못하도록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사냥꾼은 활시위를 당기던 그 상태로 돌처럼 굳어져 있게 되었습니다.
사냥꾼의 집에서는 아버지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으므로
아들 일곱이 각기 활과 화살을 들고 덫이 설치된 곳으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들은 자기 아버지가 꼼짝도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았으며,
동시에 저편에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부처님이 자기네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거라고 여겨서
활에 화살을 먹여 부처님을 향해 쏘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까지도 자기네 아버지처럼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이때까지 집에 남아 있던 사냥꾼의 가족들은
산에 올라간 남자들이 돌아오지 않자 사건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어머니와 며느리 일곱이 모두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들은 자기 남편들이 부처님을 향하여
활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이때 어머니가 그들에게
“우리 아버님께 활을 쏘지 말아요!"라고 소리쳤고,
그 때문에 사냥꾼과 아들들은
부처님을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여기게 되어 마음이 누그러졌습니다.
사냥꾼의 아내는 남편과 아들들에게
부처님은 자신의 정신적 부모라고 말하며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라고 재촉했습니다.
이 때에 이르러 부처님께서는
사냥꾼과 아들들의 마음이 부드러워진 것을 아시고
의지를 내시어 그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풀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제는 활과 화살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그 말씀에 따라 그들은 활과 화살을 모두 버리고
부처님께 다가가 공손히 인사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설법을 베푸시었으며,
부처님의 설법을 열심히 듣고 나서 사냥꾼과 일곱 아들,
그리고 일곱 며느리는 곧 수다원과를 성취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부처님께서는 수도원으로 돌아오시어
아난다 존자와 다른 비구에게 오늘 아침 일찍
사냥꾼 꾹꾸따밋따와 그의 가족이 모두 수다원과를 성취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비구들이 의아해 하면서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사냥꾼의 아내는 남편과 자식들에 앞서
이미 수다원과를 성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남편을 도와 살생 도구인
그물이나 활. 화살. 칼 등을 챙겨 주면서
남편으로 하여금 생명을 해치도록 한 것은 악업이 되지 않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비구들이여!
수다원과를 이룬 사람은 살생을 하지 않느니라.
또한 그 경지에 오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살생하는 것도 원하지 않느니라.
저 사냥꾼의 아내는 다만 남편의 명령에 따라
그 같은 물건들을 준비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느니라.
마치 상처가 없는 손으로 독약을 만져도
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그녀는 그런 행위 때문에 과보를 받지는 않느니라.
그녀는 악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만일 손에 상처가 없으면 독약을 다루어도 해를 입지 않는다.
독약은 상처 없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나쁜 행위를 하려는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악행은 붙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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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명(正命)
옛날 영화 <색즉시공>을 보면
임창정이 다니는 차력 동아리장 최성국이 늠름하게 걸어오는 모습에
하지원이 다니는 에어로빅 여자 동아리장이 한 눈에 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처럼 왕사성에서 부처님에 귀의했던 한 수다원 아가씨가
짐승 고기와 사슴 가죽을 매고 늠름히 걸어오는
사냥꾼의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했습니다.
사냥꾼을 사랑하여 사냥꾼과 부부가 된 수다원 여인!
수다원 과에 올랐지만 사냥꾼을 남편으로 두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사냥 장비를 준비하여 남편을 돕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사냥은 동물을 죽이고 목숨을 이어가는 직업으로
8정도 중 '바른 직업'인 '정명(正命)'에서 벗어나는 직업입니다.
즉, 살생의 악한 인연을 지어 나쁜 과보를 받는 직업인 것입니다.
사냥의 직업에 종사하는 남편에게
사냥 장비를 챙겨주며 생활했던 수다원 여인이
남편으로 하여금 생명을 해치도록 한 것은 악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입니다.
여기에 대해 부처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다원과부터는 불법승 삼보에 대한 귀의와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과법에 대한 믿음을 가진 존재입니다.
이러한 수다원 여인이 부부의 연이 되어
비록 사냥꾼을 남편으로 두고 살고 있지만,
그녀는 수다원으로 인과에 대한 믿음이 철저하기 때문에
자신이 살생하지도 않을뿐더러
다른 사람이 살생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수다원인 그녀는 살생을 하려는 의도와 동기가 전혀 없고
다만 남편의 명령에 따라 사냥 장비를 준비하기만 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사냥 장비라는 독약을 만져도
수다원인 그녀의 동기와 의도가 살생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마치 아무런 상처가 없는 손이 독약을 만지는 것처럼
독약으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는 것과 같이
악업의 과보를 받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2. 사냥꾼과 수다원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식으로
사냥꾼 남편과 함께 살고 있고
남편의 사냥장비를 챙겨주는 행위를 했다는 것만으로
수다원 아내를 도매금으로 악업의 과보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바른 견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과를 볼때는 직접적인 살생 행위를 한 사냥꾼 남편 따로,
그리고 이러한 악행의 동기와 의도가 없는 수다원 아내 따로,
이와 같이 잘 구분해서 보아 주어야 합니다.
물론 인과를 알고 남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그녀는 삿된 직업을 가진 남편을
바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권유했어야 할 것입니다.
그녀는 남편에게 사냥으로
목숨을 이어가는 직업이 바른 직업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살생을 하면 악업의 나쁜 과보가 온다는 것을
남편에게 여러 차례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사냥꾼으로 살아온 남편은
자신의 직업을 쉽게 버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동안 자신의 잘못된 직업을 버릴 인연을 만나지 못했는데,
부처님에 대한 귀의심이 남달랐던 수다원 아내 덕분에
부처님과의 만남을 통해 바뀔 인연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부처님이 사냥꾼과 그 아들들에게 행하신 방편은 신통력이었습니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으시고 잘 승복하지 않고 자만심이 강했던
우루벨라 카사파를 신통력을 통해 부처님께 귀의시키고 굴복시키셨습니다.
사냥의 악업에 깊이 물들어
자신의 사냥을 방해하는 사람을 죽이려고 드는
거친 사냥꾼과 그 아들들이 부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신통력이 필요하다고 보신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사냥을 방해하는 부처님을 죽이려고 하였지만,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쓰신 신통력의 위신력과
부처님을 부모처럼 공경하는 수다원 아내 덕분에
그들은 부처님 말씀에 귀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들이 직업적으로 행했던 사냥이
'악업'이라는 것을 마음속 깊이 깨달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사냥꾼도 부처님에 대한 귀의와 인과법에 대한 믿음이 생겨
바른 견해(정견)를 자신이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사냥 장비를 버리고
새롭게 수다원으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3. 새로운 발심
마치 99명을 죽인 앙굴리마라는
부처님에 대한 귀의심과 인과에 대한
바른 믿음을 갖기 전에는 살인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새롭게 발심하여
부처님의 제자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사냥꾼도 그렇게 수다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앙굴리마라가 자신의 과거 살인의 과보로
탁발나갔을 때 사람들이 돌을 던져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 인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처럼
수다원이 된 사냥꾼도 자신의 살생의 업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자세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평생 살생을 했던 거친 사냥꾼마저도 버리지 않고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방편과 자비가 불법의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앙굴리마라를 제도했을 때
코살라 국왕이 부처님께 존경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부처님께 귀의했다고 합니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넘어진 자를 일으켜 세우시듯,
덮여있는 것을 걷어내 보이시듯,
방향을 잃어버린 자에게 길을 가리켜 주시듯,
‘눈 있는 자 형상을 보라.’고
어둠 속에서 등불을 비춰 주시듯,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설해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세존께 귀의하옵고,
법과 승가에 또한 귀의하옵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오늘부터 목숨이 있는 날까지 귀의한 재가 제자로서 받아 주소서."
사냥꾼과 그 자식들도 이렇게 신앙고백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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