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구경

법구경(106) 아라한 성자 띳사 비구 이야기

by 아미타온 2024. 11. 12.

<법구경(106) 아라한 성자 띳사 비구 이야기>

 

<안동 천등산 봉정사>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띳사 비구와 관련하여 게송 126번을 설법하시었다.

 

어느 때 사왓티에는 보석을 광택 내는 직업을 가진

남자와 그 아내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한 아라한이 매일같이 그들에게 와서 탁발을 해갔다.

 

어느 날 집 주인이 고기를 다루고 있던 차에 

꼬살라 국왕 빠세나디로부터 심부름꾼이 왔다.

 

왕은 그에게 루비 보석 하나를 보내면서

즉시 광택을 내어 되돌려 보내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 보석을 받아 책상 위에 놓고는

고기를 다루느라고 피가 묻은 손을 씻으러 잠시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 사이에 그가 키우던 거위가

피 묻은 루비를 고기로 잘못 알고 삼켜 버렸다.

 

바로 그때 마침 그 집에 탁발을 나와 있던

아라한 비구가 그 장면을 보았다.

 

주인 남자는 손을 씻고 돌아와 루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으므로 아내와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루비의 행방을 모르므로 

옆에 서 있는 띳사 비구(아라한 비구)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러자 비구는 모른다고 대답하지 않고, 

다만 자기는 그 루비를 가지지 않았노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주인은 집안에는 자기와 아내,

그리고 아들 하나와 테라가 있었을 뿐이었다면서

띳사 비구의 대답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그 루비는 국왕의 것인만큼

만약 없어진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게 되면

자기는 극형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니

고문을 가해서라도 저 비구에게 자백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깜짝 놀라며 남편을 말렸다.

 

“띳사 비구께서는 지난 12년 동안

우리를 착한 사람이 되도록 지도해 주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저분의 가르침을 따라 정직하게 살아왔습니다.

 

또 띳사 비구께서는 그 동안 저희들에게

단 한번도 나쁜 말을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띳사 비구를 의심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일 때문에 우리가 국왕으로부터 처벌을 받을지언정 

어찌 아라한 성자께 죄를 덮어씌운단 말입니까?”

 

<안동 봉정사 대웅전 마루>

 

 

그러나 마음이 급한 남편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띳사 비구를 밧줄로 꽁꽁 묶고 작대기로 마구 두들겨 패며 자백을 강요했다.

 

마침내 띳사 비구는 코와 귀와 머리에서 피를 뚝뚝 흘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거위가 다가와 그 피를 먹으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있던 주인은 거위를 발로 걷어차 버렸는데,

그 바람에 거위는 즉사하고 말았다.

 

그때 띳사 비구가 주변에서 말했다.

 

“그 거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주시오.”

 

테라는 거위가 아주 죽어 버린 것을 확인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자여, 루비는 거위가 삼켰다오.”

 

이에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 칼로 거위의 배를 갈라 보았는데,

과연 그 뱃속에 루비가 들어 있었다.

 

남자는 자기가 띳사 비구에게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를 깨닫고는

두려움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엎드려서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띳사 비구는 아무 대답도 없이

다만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탁발하는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띳사 비구는 흐느끼는 주인 남자에게 이렇게 한마디 하였다.  

 

“제자여, 이것은 그대의 잘못도 아니며, 또한 내 잘못도 아니오.

이번 일은 당신과 내가 과거 생에 지어 놓았던 행위의 결과일 뿐이오.

우리는 생사윤회 속에서 이런 빚 갚음을 수도 없이 주고 받는다오.

나는 조금도 당신을 원망하고 있지 않소.”

 

띳사 비구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일이 있게 된 것은 내가 당신 집 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소.

그러므로 나는 이후로는 다시는 어떤 집 안에도 들어가지 않겠소.

다만 문 밖에 서 있기만 할 것이오.”

 

그런데 이 띳사 비구는 심하게 맞은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대웅전>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간 세월이 흘렀을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거위는 죽어서 그 집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얼마 후에 죽은 남자는 지옥에 태어났느니라.

그리고 아내는 죽어서 천상에 태어났고,

띳사는 이미 아라한을 성취한 성자이기 때문에 열반을 실현하였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어떤 자는 태중으로 들어가고

약한 자는 고통이 계속되는 곳에 태어나며

선한 사람은 천상에 태어나고

번뇌 없는 아라한은 반열반을 실현한다.

 

--------------------------------

 

1. 아라한 성자

 

<봉정사 영산암 영산전 아라한>

 

 

이번 법구경 이야기는

왕이 보낸 보석을 삼킨 거위로 인해 발생한 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탐진치를 소멸한 아라한 성자와 

악한 주인 남편, 

그리고 착한 주인 여자 이 3사람이 

각기 어떠한 생각과 말과 행동의 업을 짓고

어떻게 인과적으로 윤회하고 과보를 받는지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먼저 아라한 성자.

 

불교 계율의 1장은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말라'입니다.

 

아라한 비구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지 않는 것을 넘어

자비심으로 죽을 위험에 처한 거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합니다.

 

더구나 거위가 보석을 삼켰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

자신이 보석을 훔친 범인으로 몰려 주인에게 

린치와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위를 지켜줍니다.

 

자신이 위험과 곤란에 처하는 상황인데도

인간도 아닌 짐승인 거위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주는 아라한 성자의 모습에서

그가 평소에도 큰 자비심을 갖고 생명을 대하며 살아왔는지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아라한 성자는 자신이 피투성이가 될때까지

매질을 가한 주인 남자에 대해

그 어떠한 악의를 갖지 않고 원망하는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자신이 행한 악행의 과보를 두려워하는 주인 남자를 위해

과거 자신과 그가 행한 업의 결과일 뿐이라고 위로합니다.

 

그의 말 속에서는

인과에 대한 그의 철저한 믿음과 분노가 소멸된

성자의 아름답고 따뜻한 향기가 퍼져 나옵니다.

 

또한 거위가 보물을 삼킨 것임을 알고도

사실대로 거위가 삼켰다고 말하지 않고

자신이 보물을 훔치지 않았다고만 이야기합니다.

 

나중에 거위가 불의의 사고로 죽고 나서야

거위가 보석을 먹었다는 말을 하는 아

라한 비구의 모습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진실은 무조건 사실 그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결과적으로 참다운 유익이 무엇인지를 인과적으로 잘 판단하여

때와 상황에 맞게 말할 수 있는 선악시비에 대한 밝은 안목과 지혜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진실을 말한는 사람의 태도라는 것을

또한 사려깊은 아라한 성자의 행동이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라한 성자가 왜 탐진치 삼독에서 벗어난 존재인지,

곤란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비와 지혜라는

불법의 두 기둥을 놓지 않고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는

아라한 성자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감동을 줍니다.

 

이러한 아라한 성자는 더 이상 윤회의 흐름에 들지 않고 열반을 성취합니다.

 

<봉정사>

 

 

2. 주인 남자

 

두번째 주인 남자.

 

왕이 보낸 루비 보석을 찾지 못하면 자신이 죽을 것입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10여년 넘게 자기 집에

탁발을 해오던 덕행 높은 비구를 한 순간에 의심하고 배신합니다.

 

신중하게 전후좌우를 살펴보지도 않고 이성을 상실하고 미쳐 날뛰고

비구 스님을 범인으로 몰고 자백을 받기 위해 살의를 가지고 무참히 때립니다.

 

비구 스님을 보호하자는 아내의 말도 무시하고

홧김에 자기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비구의 피를 먹으려 오는 거위를 발로 차 죽이는 악행을 범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오면

180도로 변해 이성 상실하고

감정을 주체못해 악행을 행하며 길길이 날뛰는 사람.

 

악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나중에 보석을 거위가 삼킨 것임을 알고

자신이 저지른 악행을 생각하고 후회와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는 아라한 성자에게 위해를 가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고

홧김에 거위를 차서 죽인 악업의 과보로 인해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미쳐 날뛰고

어떤 악행이라도 서슴지않고 저지르는

악인이 가는 곳은 고통스런 지옥이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영산전 극락도>

 

3. 주인 여자

 

세번째 주인 여자.

 

그녀는 남편이 비구 스님을 의심하자

10여년이 넘게 자신에게 탁발을 해왔던 비구 스님의 덕행과 은혜를 생각합니다.

 

비록 자신들이 왕에게 벌을 받을지언정

비구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일은 하지 말아 달라고 남편을 설득합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자신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 속에서도

수행자에 대한 믿음이 갖추어져 있고

수행자에 대한 은혜를 아는 착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녀는 이러한 수행자에 대한 믿음과

착한 마음의 과보로 행복한 세상인 천상에 태어나는 인연을 맞이했습니다.

 

이번 법구경에 나오는 3사람의 모습은

자신에게 위험과 곤란이 오는 상황 속에서도

아라한 성자와 착한 인간과 악한 인간이 생성하는 서로 다른 업을 말합니다.

 

세 사람이 각각 어떠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하며 업을 생성하는지,

자신이 행한 업으로 어떠한 과보를 받는지가

마치 드라마처럼 생생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그동안의 삶의 업의 모습은

저러한 위기 상황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그대로 드러납니다.

 

나는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저 상황에서 나타나는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어떠한 윤회로 향할 것인가?

 

윤회를 믿고 불법의 진리를 공부하는 수행자라면

깊이 성찰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