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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경

백유경(12) -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편

by 아미타온 2023. 9. 13.

<백유경(12) -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편>

 

옛날 북인도에 살던 사람이

남인도에 사는 어느 여인과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아내가 남편을 위해 밥상을 차렸는데,

남편은 늘 음식을 급하게 먹었습니다.

 

그의 남편은 음식이 뜨거우나 맵거나 상관하지 않고

너무 급하게 음식을 먹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보다 못한 아내가 이상하게 여겨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아니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음식을 빼앗아갈 사람도 없는데,

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음식을 빨리 드십니까?"


남편은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이것은 매우 비밀스러운 일이요.

그러니 당신에게는 그 비밀을 가르쳐줄 수 없소."


아내는 남편이 비밀이라는 말에

더욱 궁금증이 생겨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우리는 한평생 함께 살아야할 부부인데

비밀을 밝힐 수가 없다고 하니

그러고서야 내가 당신과 함께 살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남편은 아내의 이런 간곡한 이야기를

거절할 수 없어 비밀을 털어 놓았습니다.


"나는 북인도에 살면서

할아버지 때부터 음식을 빨리 먹는 법을 지켜왔소.

나도 이를 본받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음식을 빨리 먹는 것이오."


아내는 남편의 말에 어이가 없어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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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식사>

 

1. 계금취견

 

불교에서 ‘계금취견(戒禁取見)’이라는 교리가 있습니다.

계금취견은 잘못된 계율이나 의례에 대한 집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동물을 죽여서 제사를 지내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합니다.

 

불교의 계율로 볼 때는 살생의 업을 저질러

천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이지요.

 

불교는 보시와 계율지킴의 착한 선업을 지어야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위의 남편도 계금취견을 갖고 있습니다.

 

음식을 급하게, 빠르게 먹으면 좋다는 믿음이죠.

근거는 조상 때부터 지켜온 전통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계금취견을 갖게 되면

괴로움과 함께 나쁜 윤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선하고 악한지를 분별하지 못하면

그릇되고 악한 일을 행하면서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상 때부터 계속 해온 전통이라고 하면서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행하면서 살아갑니다.

 

마치 어리석은 남편이 음식 빨리 먹는 습관을 좋은 법이라고

고집스럽게 지켜가며 무슨 큰 비법이나 되는 것처럼

아내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처럼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쉽게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조상 대대로 이어온 나쁜 관습이나 전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 관습이고 전통이란 명목으로

우리를 구속하므로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도 카레>

 

2. 바른 안목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갖고 생각하며 살아야 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가?

무엇이 착하고 악한가?

무엇이 세상 사람들에게 이로운 길이고 해로운 길인가?'

등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질문을 품고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해서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험과 함께 견문을 넓혀야 합니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귀담아 듣고,

여행을 통해 다른 지역이나 나라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갖고 있는 좁은 인식의 틀을 깨어버리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세상을 살아가고,

폭넓은 경험이나 견문을 넓히지 않는다면

과거에 살아왔던 자기 습관대로 또

는 사회의 잘못된 전통만을 고집하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물 안이 세상의 전부인양

아주 답답한 인생을 살기 쉽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할아버지 때의 전통이라고 하더라도

"음식을 빨리 먹는 것이 좋은 습관인가?"라고

의문을 품고 생각하며 살았다면 변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북인도뿐 아니라 세상 여러 곳을 다니며

세상 사람들의 먹는 모습을 보고 느꼈다면

이러한 잘못된 습관을 대단한 전통인양

존중하는 착각 속에 빠져 살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대로 살았고,

경험과 견문이 좁은 과보라고 해야 되겠지요.

 

우리 불자들은 세상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문과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넓은 세상에 대해

폭넓은 경험과 견문을 넓혀야 합니다.

 

그래서, 빨리 먹는 나쁜 습관을 좋은 법이라고 여기며

대대손손 빨리 먹다가 건강을 해치고 품격이 떨어지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지혜롭게 밝게 깨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불자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백유경 /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편>

https://youtu.be/jQhrjuS_XiQ?si=6AStF93vZixnyY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