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13) - 거울에 비친 자신>
너무나도 가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수많은 빚을 졌지만 갚을 길이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빚쟁이들의 독촉이
심해지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도망치자.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숨어 지내자.’
그리하여 그는 오고 가는 사람 없는
한적한 들판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는 가난도 싫고 빚을 졌다는 사실도 버거웠습니다.
게다가 빚쟁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살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동서남북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황량하기
그지없는 곳을 마냥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황망한 마음으로
들판을 헤매던 그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습니다.
호기심에 가득 차 다가간 그는
물건의 정체를 알아본 순간 기절초풍하였습니다.
그건 바로 보물이 가득 찬 상자였습니다.
보물은 상자 밖으로까지 넘쳐 났습니다.
그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 황량한 벌판에서 보물 상자를 만나다니,
하늘이 자신을 위해 이 빈 벌판에
황금덩어리를 마련해준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보물만 가져다가 하나씩 내다 팔면
그 많은 빚을 다 갚을 뿐만 아니라,
지긋지긋하던 가난에서도 벗어나
보란 듯이 떵떵거리며 살게 될 것입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두 손은 떨렸습니다.
그리고 상자 위로 천천히 허리를 굽혔습니다.
그런데 순간 그는 깜짝 놀라서 물러섰습니다.
세상에... 상자 속에는 웬 사람이
하나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보물로 가득 찬 상자 속에 숨어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 것이었습니다.
그순간 가난한 남자는 임자 있는 보물을
욕심낸 자기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아 무안해졌습니다.
그리하여 한 걸음 물러서서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남자에게
공손히 합장하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습니다.
“주인이 없는 상자인 줄 알았습니다.
댁이 상자 속에 있는 줄 알았다면
다가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큰 실례를 범할 뻔했습니다.
부디 노여워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나서 그는 서둘러 꽁무니를 뺐습니다.
보물 상자에서 멀리멀리 달아났습니다.
하지만 보물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사내는 아무 인기척을 내지 않았습니다.
상자 속에는 사람이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보물 더미 위에는 거울이 하나 놓여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남자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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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중한 자기 자신을 직시하라
돈과 명예와 인기를 움켜쥔
연예인들의 자살 기사를
가끔씩 접할 때가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재산과
명예와 인기를 거머쥐었건만,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이들의 발목을 잡고
눈앞을 캄캄하게 만들고
숨통을 죄면서 목을 매게 했을까요?
연예인은 다른 사람의 인생의
희노애락을 연기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타인의 극적인 인생에
자신의 감정을 담아 연기를 하다 보면
참된 자신의 모습을 바로 보지 못하고
감정의 기복으로 우울증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내면의 상처를 받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자신이 잘 관리할 수 있어야
우울증에 빠지지 않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등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자주 돌아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가장 소중한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감정의 심한 굴곡으로 우울증에 쉽게 빠지고
마음은 자꾸만 병들어 갑니다.
마치 보물 상자를 얻고도
거울 속의 제 얼굴에 놀라
도망가는 어리석은 사람처럼 됩니다.
돈과 인기와 명예 속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바로 보지 못하고
우울증과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어리석음에 빠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비유는 가장 소중한
자신의 모습과 내면을 직시하라는
가르침을 담은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2. 소중한 보물
한편, 이 비유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님과의 소중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어디를 갈지 모르고 방황하던 남자가
보물 상자를 만난 것처럼 말입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佛)과
부처님의 가르침(法)과
불교 수행자(僧)를
세가지 보물이라는 뜻의 ‘삼보(三寶)’라고 합니다.
불교를 통해 세가지 보물을 만났으면
부처님에 대한 믿음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배우고
수행자의 길을 통해 참다운 행복과 안락의 길을 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불교와의
소중한 인연을 만났음에도
불법승 삼보에 바르게 귀의하지 않고,
헛된 나의 탐욕, 나의 고집에 집착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탐욕과 고집에 빠져
소중한 보물을 두고 도망치는 남자처럼 됩니다.
불교라는 소중한 인연을 만나 나의 탐욕,
나의 고집을 소중한 보물로 삼고 있는지,
불법승 삼보를 진정한 보물로 삼고 있는지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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