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10) - 꿀을 태워버린 남자>
옛날에 바위 틈이나 벼랑 위에
벌이 만들어 놓은 검은 꿀(석밀, 石蜜)을
따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집에서 자신이 딴
검은 꿀을 솥에다 넣고
불 위에 얹어 놓고 달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의 집에 친한 친구가
찾아 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이 달이고 있던
검은 꿀을 주려고 생각했습니다.
‘내 친구에게 맛있는 꿀을 준다면
이 친구가 좋아하겠지!’
그런데, 그는 달이고 있는 꿀을
빨리 식게 하기 위해 불 속에다
물을 조금 떨어뜨리고는 부채질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불은 부채 바람에 의해 더욱 활활 타서
마침내 솥을 태워버리고 꿀조차 못쓰게 되고 말았습니다.
이 모습을 옆에서 본 친구가 말했습니다.
“친구여! 밑불이 꺼지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부채로 부친다고 불이 식겠는가?”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어리석은 그 사람을 비웃었습니다.
-----------------------------------------
1. 대충하는 어리석음
친구에게 끓고 있는 꿀을
대접하기 위해서는 꿀이 식어야 합니다.
꿀을 식히기 위해서는
달이고 있는 솥을 들어
찬 곳에 두어서 식기를 기다리거나,
아니면 밑불을 완전히 꺼버린 후에
꿀이 식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이 어리석은 사람은
어떻게 했습니까?
활활 타는 불에다
물을 조금 떨어뜨리고는
오히려 부채 바람을 부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부채 바람에 의해
불을 더 활활 타오르게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불이 너무 세게 탄 나머지
솥을 태우게 되고 꿀도 타서
먹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활활 타는 불을 끄게 하려면
불 속으로 물을 충분히 부어
불을 완전히 끈 다음에
부채를 부쳐서 꿀을 식혔어야 하는데,
펄펄 끓는 꼴 속에 물을 대충 조금만 붓고
불을 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무슨 일이든지 대충 하면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한번 하면 될 일을
두번 세번 손이 가게 만들고,
심하면 꿀을 태운 이 이야기처럼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대충 하지 말고
분명히 마무리 짓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 남자의 행동은 어리석기도 하지만,
문제는 일을 대충 무늬만 짓고
분명하게 마무리를 짓지 않는 게으름입니다.
무심코 던져버린 담배 꽁초가
초가삼간 다 태우는 큰 화재가 나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집어 던진 칼이
자신의 발을 베게 하기도 합니다.
몸에 고름 염증이 생겼을 때
고름액만 대충 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고름 속의 뿌리(고름 주머니)를 완전히 빼내어
고름 염증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2. 어리석음의 불을 끄는 지혜
불교의 가르침으로 볼 때
활활 타는 불은 어리석음의 불길을 상징합니다.
어리석음의 불길은 "지혜"라는
찬 물을 부어서 완전히 꺼버려야 합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어리석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수행했던 외도 수행자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가시덤불에 몸을 눕히는 고행을 통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어떤 사람은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고요하게만 하면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불은 그대로 둔 채
밑불에 부채질하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부처님은 어리석음이란 불을 끊기 위해서는
바른 견해(正見)를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삶이 바른 삶인지에
대한 견해가 바르게 서야 합니다.
바른 견해에 입각하여 바르게 사유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정진함을 통해
어리석음의 불길을 꺼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른 견해는 무엇일까요?
부처님은 고통과
고통의 원인,
고통의 원인의 소멸,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인
고집멸도(苦集滅道)의 4성제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쾌락과 고행에서 벗어난
중도(中道)의 불교 수행의 길로
8정도를 말씀하셨습니다.
4성제와 8정도에 입각한
일상과 수행의 견해를 갖는 것이 바른 견해입니다.
바른 견해에 입각하여 지혜롭게 수행하고 살아갈 때
어리석음의 불길은 완전히 꺼질 수 있습니다.
꿀을 식히기 위해서는 먼저 밑불을 완전히 끄고,
그 다음에 꿀을 부채질하여 식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백유경 / 꿀을 태워버린 남자>
https://youtu.be/Kyb_wfWVu8Q?si=lF-5jowSAezuYrrj
'백유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유경(12) - 음식을 급하게 먹는 남편 (1) | 2023.09.13 |
---|---|
백유경(11) - 아내의 코를 자른 남자 (0) | 2023.09.11 |
백유경(9) - 자기 허물을 모르는 사람 (0) | 2023.09.07 |
백유경(8) - 3층 누각을 지으려는 어리석은 부자 (0) | 2023.09.05 |
백유경(7) - 두 아들을 죽인 아버지 (0) | 2023.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