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11) - 아내의 코를 자른 남자>
옛날 어느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는 얼굴이 매우 아름다웠으나,
코가 좀 흉하게 못생겼습니다.
그 어리석은 사람은 밖으로 나가
남의 부인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남의 부인은 매우 아름답고
그 코도 매우 예쁜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저 코를 베어다
내 아내의 얼굴에 붙이면
내 아내가 참 예쁘겠구나.'
그리하여, 그는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서
아름다운 남의 부인의 코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급히 자기 아내를 불렀습니다.
"여보! 당신 빨리 나오시오.
당신한테 예쁜 코를 주리다."
그는 자기 아내가 나오자
자기 아내의 흉한 코를 칼로 베어내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부인의 코를 그 자리에 갖다 붙였습니다.
그러나, 코는 그 자리에 붙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 아내의 코만 잃어버리고
자기 아내에게 큰 고통만 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의 코를 베어낸 죄로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함께
감옥에 갇혀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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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학과 오리
이 비유는 어떤 어리석음을 말할까요?
<장자>를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다 하더라도
늘여주면 근심이 되고,
학의 다리가 비록 길다 하더라도
자르면 아픔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본래 긴 것을 잘라서는 안 되고,
본래 짧은 것을 늘여서도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자신의 눈에는 못 나고 불필요해 보이지만,
타고난 본성을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차별이 있습니다.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똑똑한 사람, 둔한 사람,
집중력이 좋은 사람,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
등등의 차별이 있습니다.
2. 방편의 지혜
불교 수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리불 존자와 같이 지혜로운 분도 계시고,
주리반특 존자와 같은 둔한 분도 계십니다.
두 분은 전생에 닦아온 업의 성품으로 인해
타고난 차별이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주리반특 존자에게
사리불 존자와 같은 지혜를 갖추게 하기기 위해
어려운 법문을 가르친다면
주리반특 존자는 교화될 수 있을까요?
교화되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주리반특 존자에게는 마루를 닦으면서
“먼지를 닦아라. 때를 없애라”는
한 게송만 외우도록 하셨습니다.
주리반특 존자의 근기를 살피시고
주리반특 존자에 맞는 방편의 가르침을 설한 것입니다.
둔하지만, 성실한 사람에게
맞는 지혜의 방편을 쓰신 것입니다.
따라서, 방편은 상대의 상황과 근기를
지혜롭게 통찰하여 바르게 인도하는
자비로운 진리의 가르침입니다.
상대의 상황과 근기를 지혜롭게 통찰하지 못하고,
상대의 어려움과 곤란을 살피는 자비가 없으면
상대를 자신의 마음대로 바꾸려는 탐욕을 부리기 쉽습니다.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아내의 코가 못생긴 것을 보고,
남의 예쁜 코를 붙이려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즉, 상대를 억압하거나 구박하고,
자신은 사람에 대한 탐욕으로 애가 탑니다.
특히, 자식을 키울 때
남의 자식의 잘난 점과 비교하며
자식을 억압하고 구박하기 쉽습니다.
부처님을 지혜와 자비,
또는 지혜와 방편을
모두 갖추신 분이라는 뜻으로
양족존(兩足尊)이라고 합니다.
우리들도 부처님처럼
지혜와 자비(방편)을 갖추어서
상대의 부족한 면을 자비롭게 보아주고,
상대의 잘난 면을 격려해주면서
지혜로운 방편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리석은 남자 이야기를 잘 통찰해서
자기 탐욕대로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분별심 때문에
자신과 타인을 억압하고 구박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유튜브 극락회상 - 백유경 / 아내의 코를 자른 남자>
https://youtu.be/28-tWGIdxLs?si=H_J5hBrfPCVP67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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