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71) - 신앙의 불교(7) - 미륵 상생, 미륵 하생 신앙>
1. 미륵 신앙의 2가지 형태
오늘은 미륵 신앙의 형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미륵 신앙은 전통적으로 두 가지 형태의 신앙 형태가 있습니다.
하나는 미륵 보살님이 계시는
도솔천에 태어나려는 미륵 상생(上生) 신앙이고,
다른 하나는 미륵 부처님이 오시면
용화 세계에 태어나려는 미륵 하생(下生) 신앙입니다.
먼저 미륵 보살님이 계시는 도솔천에 태어나려는
미륵 상생(上生) 신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도솔천
그렇다면 미륵 보살님이 계시는 도솔천은 어떤 천상 세계일까요?
도솔천은 인도말 '투시타(Tuṣita)'의 음역으로
그 의미는 '만족함을 아는 천상세계'로 '지족천(知足天)'이라고도 합니다.
즉, 도솔천에 사는 존재들은 오욕락(五欲樂)을 만족하고 있어서
지나친 탐욕을 부리지 않는 높은 정신 세계를 갖고 있습니다.
도솔처는 욕계 6천 중 네 번째 하늘 세계로
욕계 제3천인 야마천으로부터 16만 유순 위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도솔천은 '내원(內院)'과 '외원(外院)'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외원(外院)은 수많은 도솔천의 천인들이 즐거움을 누리는 곳입니다.
내원(外院) 은 미륵보살의 정토로서 내원궁(內院宮)이라고 부릅니다.
이 내원궁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인도에 태어나기 직전까지 머무르면서
중생 교화를 위한 하생(下生)의 때를 기다렸던 곳입니다.
미래불(未來佛)이 되실 미륵보살
또한 현재 이 내원궁에서 설법하면서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에 하생하여 성불하실 때를 기다리고 계시는 것입니다.
도솔천은 보관(寶冠), 칠보(七寶), 광명(光明), 연화(蓮華) 등으로 장엄되어 있고,
자연히 생긴 악기에서 십선(十善)과 사홍서원(四弘誓願)을 설하는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 나온다고 합니다.
도솔천인들은 이 음악소리를 듣고 높은 깨달음을 얻고자 발원한다고 합니다.
도솔천은
1) 끊임없이 정진하고 많은 공덕을 쌓은 자,
2) 탑을 깨끗이 하고 좋은 향과 아름다운 꽃을 공양한 자,
3) 여러가지 삼매로써 깊은 선정(禪定)을 수행한 자,
4) 경전을 독송하는 자,
5) 번뇌를 끊지는 못했지만 지극한 마음으로 미륵 보살을 염불하는 자,
6) 8계(戒)를 받고 청정한 행을 익히며 사홍서원을 잊지 않는 자,
7) 널리 복업(福業)을 닦는 자,
8) 계를 어기고 악을 범하였어도
미륵보살의 자비로운 이름을 듣고 정성껏 참회하는 자,
9) 미륵보살의 이름을 듣고 그 형상을 만들어
향과 꽃·깃발로 장식하고 예배하는 자 등이 태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상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쉽게 수행할 수 있는 실천방법을 갖추었기 때문에
이상적인 불국세계로서 도솔천은 크게 부각되었습니다.
3. 미륵 상생 신앙
특히, 우리 나라 삼국 시대 중에서
백제는 미륵 신앙이 크게 번성하였습니다.
백제의 무왕은 미륵보살이 있는 도솔천을
이 땅에 실현시키기 위해서 익산에 미륵사(彌勒寺)를 창건하였습니다.
백제가 멸망하고 옛 백제땅인 김제에 금산사를 창건한 진표 율사는
변산의 부사의방(不思議房)에서 3년 동안 고행 참회한 결과,
미륵보살과 지장보살이 도솔천인들을 거느리고 와서
내세에 도솔천에 태어날 것이라는 수기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백제 불교는 계율을 철저히 지켜서
미륵 보살의 도솔천에 태어나고자 하는
도솔천 왕생 신앙이 유행하였습니다.
4. 8재계
<미륵 상생경>에서 설한대로
5계와 8재계(八齋戒), 그리고 10선법을 잘 수행했습니다.
8재계는
1) 불살생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
2) 불투도 (남이 주지 않는 것을 훔치지 않는다),
3) 불사음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다),
4) 불망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5) 불음주 (술이나 마약 같은 중독성 음료에 빠지지 않는다) 의 5계에
6) 높고 넓은 침대에서 잠을 자지 않는다,
7) 화장과 장신구를 하지 않으며 노래와 춤을 듣지 않는다.
8) 정오 이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 의 3가지를 더한 것입니다.
즉, 재가자들이 1달에 총 4일을
욕망을 끊고 계율을 지키는 것으로
고려 시대의 팔관회도 8재계를 지키는 행사였습니다.
이와 같이 계율을 철저히 지켜서
악(惡)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10선법과 같은 선을 행하여
미륵 보살님이 계시는 도솔천에 왕생하고자
염원하고 수행하는 신앙이 바로 미륵 상생 신앙입니다.
5. 미륵 하생 신앙
한편, 미륵 하생 신앙은
미륵 보살께 도솔천에서 내려와 성불하여 미륵 부처님이 되셔서
용화 세계를 장엄하면 용화세계에 함께 하려는 신앙을 말합니다.
서방 극락 세계가 죽은 후 아미타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 세계에 왕생하려는 것처럼
미륵 부처님의 불국토인 용화 세계에 태어나려는 신앙인 것입니다.
아무튼 미륵 상생 신앙이든 하생 신앙이든
미륵 신앙은 미래의 부처님인 미륵 부처님과 함께 하며
이 세상(사바 세계)을 불국토로 장엄하려는 신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륵 부처님께서
미래세에 이 땅에 구현할 용화 세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바세계(예토)를 '오탁악세'라고 합니다.
오탁악세는 '더럽게 오염된 세계의 5가지 모습'을 나타냅니다.
첫째는 겁탁(劫濁)입니다.
시대가 탁하다는 말로서 진리가 상실된 말법 시대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중생탁입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중생들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에 물들어 탁하다는 것입니다.
세째는 번뇌탁입니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복잡하고
욕망으로 가득 차 있어 많은 번뇌로 오염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넷째는 견탁(見濁)입니다.
중생들이 갖는 견해나 이데올로기가
바른 법에 의거하지 못하고 악법에 근거하여 혼탁하다는 뜻입니다.
다섯째는 명탁(命濁)입니다.
나쁘고 오염된 환경으로 수명이 짧고 생명이 천시되는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6. 용화 세계
그런데, 미륵 부처님이 건설할 용화 세계는
이와 같은 오탁악세를 완전히 극복한 이상적인 세상입니다.
도솔천에 계시는 미륵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는 시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 세가 될 때이고,
다른 하나는 56억 7천만 뒤에 이 세상에 오신다고 한다.
56억 7천만년 뒤라는 것은 도솔천의 하루가 400년이고,
도솔천의 수명은 4,000살이므로 400*4,000*360=5억 6천만년이 되는데,
이것이 와전되어 56억 7천만 년 뒤라는 설이 우세합니다.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살기 좋은 세상(예 : 천상)에는 중생들의 수명이 늘어나고,
반대로 악한 세상(악세)일수록 중생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의 수명은
평균 수명은 현재 100세가 채 못 됩니다.
미륵 부처님이 오시는 세상은
나쁜 말법 시대에 오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수명이 8만 4천세가 되는 좋은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미륵하생경>에 의하면
미륵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에
'상카(Shanka)'라는 전륜성왕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상카 전륜성왕은 정법에 입각하여 나라를 다스리고
무력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고 평화를 추구하며
미륵 부처님이 오실 환경을 잘 조성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창고를 열어 자신이 갖고 있는
금은 보화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사랑을 함께 나누며,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사랑하듯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상카 전륜성왕은
나라를 잘 다스리다가 아들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부인과 함께 출가하여 미륵 부처님의 제자가 된다고 합니다.
이 때 도솔천에 계시던 미륵 보살이 내려오셔서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여 미륵 부처님이 되시고
3차례에 걸친 큰 설법을 하신다고 합니다.
첫회의 설법에는 96억의 사람들이,
두번째 설법에는 94억,
세번째 설법에는 92억이 모여
총 283억의 사람들이 설법을 듣고 아라한과를 증득한다고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도 깨치지 못한 중생들이
이 때 미륵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모두 제도가 된다고 합니다.
7. 용화 정토
이러한 미륵 부처님이 등장하는 용화 세계는
물질적으로도 아주 살기 좋고 청정한 국토라고 합니다.
'수광(水光)'이라는 용왕이
밤에는 향수의 비를 내려 거리를 맑고 윤택하게 합니다.
나찰은 밤마다 백성이 잠이 들면
낮동안 더럽혀진 거리를 청소하여 항상 청정하게 유지합니다.
용화 세계 사람들이 대소변을 볼 때면
땅이 저절로 열리고 일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닫히며,
땅이 닫히고 난 후에는 그 주위에 향기가 가득 퍼진다고 합니다.
땅에는 아름다운 연못, 시내, 샘이 흐르고,
달고 병을 낳게 하는 8공덕수가 넘쳐 흐른다고 합니다.
거리에는 어디서나 밝은 구슬 기둥이 있어
밤낮으로 환하게 밝혀줍니다.
바람이 스치면 향기로운 기운이 흘러 사람들은
깊은 선정의 기쁨을 맞보고 보리심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친척들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까이 있는 듯 볼 수가 있습니다.
항상 아름다운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반발하는 등
숲과 물, 자연이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평화롭습니다.
특히, 바닷물이 줄어들어 땅이 평평하며,
바닷물은 거울처럼 깨끗하고 맑다고 합니다.
비도 때에 맞추어 내려 곡식도 풍부하고,
한 번 심으면 7번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거리에는 항상 금은 보화가 널려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것을 돌 보듯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이 금은 보화를 가지고
서로 싸우고 죽이려고 했던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또한, 도둑에 대한 걱정이 없기 때문에
문을 닫고 사는 사람이 없으며,
화재, 지진, 전쟁, 굶주림 등의 재앙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부처님과 가르침, 승가에 귀의하는 것을 서로 권하고
진리의 말씀을 듣는 것을 즐긴다고 합니다.
용화 세계 사람들은 탐진치 삼독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은근하게만 남아 있어서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면 서로 반가와하고 자애롭게 대합니다.
마치 자식이 부모를 대하고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
서로 사랑하고 우환이 없다고 합니다.
심신이 안정되어 얼굴 모습이 아주 밝고 단정하며,
위엄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마치 하늘 동자와 같습니다.
미륵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깨끗한 삶을 살기 때문에 아첨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모두 부드럽고 고운 마음과 말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8. 희망의 미륵 정토
이처럼 미륵 부처님이 오시는 용화 세계는
거리와 산하가 청정하고 물질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세계입니다.
물질적 환경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며
더불어 함께 사는 진정한 정신 문화의 공동체입니다.
오탁악세의 어려움이 모두 극복된 이상적인 불국토입니다.
미륵 부처님의 용화세계에 태어나기 위해서는
오계와 팔재계, 그리고 십선행을 잘 실천해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미륵 보살이 오시는 불국토(용화 세계)는
미륵 부처님뿐 아니라모 든 사람들이 선한 업을 쌓은 결과로
오탁 악세에서 변화되어 새롭게 장엄되는 이상 세계입니다.
서방 극락 정토와는 다르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인 사바세계를
미륵 부처님과 함께 이상적인 불국토로
만들어가려는 자력 정토적인 신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미타불의 본원력에 의지하여
타방의 서방 극락 정토에 태어나려는 아미타 신앙과는 다르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땅을 정토로 건설하려는 원이 담겨 있는 신앙입니다.
'십선업'이라는 바른 업을 닦음에 의해
미륵의 도솔천과 용화 정토에 태어나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륵 보살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
가르침을 받아 구원을 원하는 희망의 정토 신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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