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118) 아라한이 된 수까 사미 이야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시던 어느 때,
수까 사미와 관련하여 게송 145번을 설법하셨다.
수까는 일곱 살 때 사리불 존자에 의해서 어린 사미가 되었다.
사미가 된 지 8일째 되는 날 수카는 사리불 존자를 따라 탁발을 나갔다.
거리에서 수까는 게송 80번 이야기와 동일한 일을 겪었다.
게송 80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그는 사리불 존자를 따라 탁발을 나갔다가
어떤 농부가 자기 논에 물을 끌어대는 것을 보고 사리불 존자에게 이렇게 여쭈었다.
“사리불 존자님!
인식 기능이 없는 물은
누구든지 원하는 곳으로 끌어댈 수가 있습니까?”
“그렇다.
그것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끌어댈 수 있느니라.”
사리불 존자와 수까는 탁발을 계속하여 가던 도중
이번에는 대나무로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대나무를 불에 가까이 대어
구부러진 화살을 바르게 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다음에는 목수가 톱으로 나무를 잘라서
수레바퀴 따위의 사람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드는 것도 보았다.
그때 수까는 혼자 생각했다.
‘인식 기능이 없는 물이지만
농부가 그것을 끌어대면 곡식을 자라게 하고,
구부러진 대나무 역시 인식 기능이 없지만
불에 가까이 대면 바르게 펴지고,
나무도 인식 기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마침내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인식 기능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찌 마음 하나를 다스려
내적으로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의 현상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는 *위빠싸나와 **사마타를 수행하지 못한단 말인가? ’
* 위빠사나 : 몸과 마음의 움직임을 차분하게 관찰하는 것
** 사마타 : 마음을 어떤 대상 하나에 집중하여 삼매를 얻는 수행법.
이렇게 자책을 한 그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리불 존자의 허락을 받아 수도원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는 자기 방문을 잠그고 앉아서
자기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마음을 집중시키는 수행에 몰두했다.
이때 삭까 천왕과 그 밖의 천신들이
수까 사미의 수행을 돕기 위해서
수도원의 안과 밖을 아주 조용하도록 지켜 주었다.
이같이 하여 수까 사미는
점심시간 전에 이미 아나함 과를 성취하였다.
바로 이때쯤 사리불 존자는 수까 사미의 점심을 가지고 돌아와서
그의 방 문밖에 서 있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지금 수까 사미가 아나함 과를 성취하였다는 것과,
여기서 쉬지 않고 계속 정진해 나가면
곧 아라한 과까지 성취하여 수행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아셨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사리불 존자가
수까 사미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곳에 가시어 짐짓 사리불 존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심으로써 시간을 지체시키셨다.
두 분 사이에 이런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마침내 수까 사미는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그래서 어린 수까 사미는 실로 수행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아라한이 되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와 관련하여
수도원에 머무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나 진지하게 다르마(위빠싸나)를 수행하면
삭까 천왕을 비롯한 많은 천신들이 그를 도와주고 보호하느니라.
여래 또한 사리뿟따 테라와 대화를 나눔으로써
그가 수까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여
그의 수행이 계속되도록 도와 그로 하여금 아라한이 되게 하지 않았느냐?
수까는 농부가 자기 논에 물을 대는 것,
화살 다루는 사람이 구부러진 화살을 바로잡는 것,
그리고 목수가 나무로 수레 바퀴 따위를 만드는 것을 무심히 보지 않고
경책으로 삼아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는
다르마(불법의 진리)를 열심히 수행하여 마침내 아라한이 되었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농부는 물길을 내어 물을 대고
화살깃 대는 사람은 굽은 화살을 바르게 펴며
목수는 나무를 다루어 수레바퀴를 만들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마음을 다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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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의 기술자, 불교 수행자
세상에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있습니다.
농사를 잘 짓는 농사 기술자는
물을 잘 다루고 관리하여 쌀을 수확하고,
화살을 만드는 기술자는
대나무를 잘 다루어 화살을 만들고,
목수는 나무를 잘 다루고 관리하여 수레바퀴를 만듭니다.
그러면 수행자는 무엇을 잘 다루고 관리해야 할까요?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을
8살 밖에 안 된 어린 사미가 했다는 자체가
참으로 "선재선재라."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훌륭한 일입니다.
세속의 기술자들은 인식 능력이 없는 물건을 다루고 관리해서
세상에 유용한 물품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수행자는 내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을 잘 관리해서
'해탈'이라는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어야겠다는
사유를 했다는 것인데 참으로 훌륭한 명상입니다.
불교에서 나의 삶과 우주의 중심은 업(業)입니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업을 짓는 내가 바로 우주의 중심입니다.
내가 업을 짓는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바로 나의 마음입니다.
무엇인가 판단하고 결정하고 행위하는 나의 마음이 업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법구경 제1게송이 마음이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하고,
자신의 마음이 선과 악을 만들어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업인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업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기본 가르침입니다.
우리는 슬픈 상황이면 우리의 마음은 슬픔과 비탄으로 갑니다.
화가 나는 상황이면 마음은 분노가 이끄는대로 갑니다.
즐거운 상황이면 즐거움에 들뜨는 상황으로 갑니다.
이처럼 여러 상황에 자신의 마음이 휩쓸려가기 때문에
항상 업에 끄달려 살아갑니다.
그래서, 수행과 공부를 통해 자신의 마음이 짓는 업에
끄달려가는 것을 제어하고 관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마음이 기뻐지고, 슬퍼지고,
화가 나는 식으로 끄달려 가서는 안 됩니다.
업은 자신이 관리하고 제어해나가는 것이 되어야지,
업에 끌려다니는 삶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행자는 자신의 마음을 관리하고
업을 관리해 들어가는 노력을 항시 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것을 '깨어남'이라고 합니다.
2. 깨어남
우리는 깨어나야 합니다.
관세음보살에 대한 신앙의 힘으로 깨어나려는 사람은
지옥에 가서라도 관세음 보살을 불러야 합니다.
인과에 대한 믿음과 연기에 대한 공부로 깨어나려는 사람은
분노의 상황에서 함부로 남을 말과 행동으로 해치려는 마음을
제어하고 관리해내어야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자신의 마음을 더 잘 관리하고 제어해서 업을 관리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은 반대로 갑니다.
자신의 상황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자신의 마음을 잘 관리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요?
자신이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대로 갑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대부분 분노, 절망, 후회, 슬픔, 비탄, 들뜸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부정적이고 감정적인 것으로 갈 때
자신의 삶은 고정 관념과 업에 끄달리는 고통의 삶을 살 수 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행해 "가지마~"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감정대로 업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수 밖에 없습니다.
우주의 중심이 '나'라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내가 내 마음을 잘 관리하고 나의 업을 잘 관리하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입니다.
나의 마음을 제어하고 업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그것이 최고조로 잘 된 상태가 바로 '해탈'입니다.
어린 사미 수까는 자신의 마음을 최고로 잘 관리하여
최상의 좋은 업을 지을 수 있는 해탈의 상태, 즉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농부는 물길을 내어 물을 대고
화살깃 대는 사람은 굽은 화살을 바르게 펴며
목수는 나무를 다루어 수레바퀴를 만들고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 마음을 다스린다."
법구경의 게송 가운데서도 많이 알려진 게송입니다.
법구경 테이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게송이고,
게송 80번과 동일한 게송으로 다시 한번 반복되고 있습니다.
법구경 편집자가 다른 게송보다 이 게송을 참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세속의 많은 기술자들이
자신의 기술로 세상에 유용한 물품을 만듭니다.
우리 불교 수행자도 자신의 수행과 공부의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마음을 잘 관리하여 좋은 업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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