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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75) - 밀교(1) - 인도 밀교의 모습과 기원

by 아미타온 2025. 1. 13.

<불교의 역사(75) - 밀교(1) -  인도 밀교의 모습과 기원>

 

<각각 다른 수인의 용주사 삼존불>

 

 

1. 밀교의 진언과 다라니

 

이번 시간부터는 밀교(密敎)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밀교는 우리와는 동떨어진

티벳 또는 일본 불교 종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밀교는 우리나라 불교의

여러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친숙한 불교입니다.

 

<밀교 상징의 금강저>

 

우리나라 불자들이 기도할 때

가장 많이 독송하는 경전은 천수경입니다.

 

천수경은 '입을 깨끗히 하는 진언'인

정구업진언으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는 밀교의 소산입니다.

 

그리고, "신묘장구 대다라니"와 같은

긴 다라니를 독송하는 것도 핵심인 밀교적 영향입니다.

 

대승 반야사상의 요체를 담고 있어

불자들이 의식 때에 많이 독송하는 반야심경도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와 같은 진언으로 마무리합니다.

 

이와 같은 진언과 다라니는 모두 밀교에서 나온 것입니다.

 

<항마촉지인 수인의 석가모니 부처님 (예산 수덕사 대웅전)>

 

2. 밀교의 수인(手印)

 

한편, 불상에서 불보살님의 손의 제스처,

즉, 수인(手印)도 제각기 다릅니다.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은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이라는 수인을 하고 계십니다.

 

항마촉지인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성도시에

마구니의 무리를 조복받는 것을 상징하는 수인입니다.

 

<비로자나 부처님의 지권인 수인>

 

한편, 비로자나 부처님은

'지권인(指拳印)'이라는 수인을 하고 계십니다.

 

수인이라는 상징으로 각 부처님의 세계를 나타내는 것도

밀교적 영향에서 온 것입니다.

 

<중앙 상단에 모셔진 부처님(여주 신륵사)>

 

3. 법당 구조와 밀교 

 

뿐만 아니라 절의 구조나 의식도

밀교적 전통에서 따릅니다.

 

법당의 구조를 살펴보면

부처님은 중앙의 상단에,

신중들은 중단에,

영가나 위폐는 하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중,하단의 배치 구조나

여러가지 의식들도 모두 밀교적 영향에서 나온 것입니다.

 

아울러우리들이 법당에서 많이 보는 탱화나

만다라의 그림 등도 밀교적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 나라 불교의 수행적 전통에서 좌선이나 염불과 함께

진언을 외우는 주력 수행도 중요한 수행 전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모두 밀교적 영향인 것입니다.

 

<일본 밀교의 다양한 불상들>

 

4. 비밀 불교

 

밀교(密敎)는 "비밀 불교"의 준말입니다.

 

밀교의 법을 전수받을만한 자격이 있는 수행자에게

비밀로 설해진 가르침이라는 뜻입니다.

 

현교(顯敎)와는 대비되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반야의 공사상, 법화, 화엄, 정토, 유식 불교는

불교의 목적인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대해

그 내용을 언어나 문자로 설명하고 드러낸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드러낸 가르침이라는 뜻으로 현교(顯敎)라고 합니다.

 

반면 밀교는 말이나 설명을 통하지 않고

상징적인 방법이나 시각적 상징을 동원하여

깨달음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술로 보자면 현대 추상화와 비슷합니다.

 

만다라나 진언을 통한 기도와 의식을 통해

신비스러운 힘이나 지혜를 얻으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밀교의 의궤나 수행은 공개하기보다는

비밀스럽게 전승되는 측면이 강합니다.

 

<인도 힌두교의 신상>

 

5. 인도 밀교의 기원

 

역사적으로 밀교는 7세기 중반 무렵부터

13세기경에 발달한 대승 불교 후기의 사상이자 신앙입니다.

 

그 이전에도 힌두교적 주술의 영향을 받은

밀교적 모습이 나타나지만,

본격적으로 밀교적 체계가 이루어진 것은

<대일경>과 <금강정경>이라는 밀교 경전의 성립부터입니다.

 

밀교의 연원과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인도의 종교 성립과 역사를 통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는 BC 1,500년경에 아리아인들이 인도에 들어와

<베다>라는 성전을 중심으로 한 브라만교를 성립시켰습니다.

 

<베다>를 보면 인도인들이

상당히 주술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도인들은 제사나 의식을 행할 때

여러가지 주문을 사용했습니다.

 

병을 치료하거나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

비를 오게 하거나 재난을 쫓는 의식으로

진언(주문)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베다 중에 <아타르바 베다>는 주문 모음집이며,

<우파니샤드>에도 이러한 주문은 매우 많이 나타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문이 '옴'입니다.

 

'옴(AUM)'에서 A는 깨어 있는 의식을,

U는 꿈꾸는 의식을,

M은 숙면 상태의 의식을 각각 나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M 다음의 침묵은

제4초월 의식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아무튼 '옴'은 진언의 대장격으로

우리의 의식 현상을 상징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데, 불교는 이와 같은 전통적인 브라만교에

반기를 들고 태동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브라만교의 비밀스런 주문 등을 금하셨습니다.

 

불교 계율을 모은 <사분율>에 보면

"세속의 주술이나 비법을 행하면

승단에서 쫒겨나는 죄가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승려가 점이나 주술,

귀신을 쫓는 호마법 등을 행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하셨슴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초기의 불교 전통은

지성적으로 누구든지 와서

볼 수 있는 열린 가르침이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세계의 실상은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실체가 없다는 삼법인을 설하셨습니다.

 

삼법인은 무상, 고, 무아의 실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탐하여 집착하면  끝없는 무명의 어둠 속을 방황한다는 가르침입니다.

 

따라서, 밝은 지혜와 이성적인 이해에 기반하여

삼법인을 기반으로 깨달음과 열반을 추구하라고 하셨습니다.

 

비합리적인 미신이나 맹목적 신앙에 의지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더욱 증장시키는 것이라고 보신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사리탑을 중심으로 불교에서도 신앙의 형태가 나타났습니다.

 

<대승 불교 신앙을 엿볼수 있는 인도 불교 스투파 조각>

 

 

불교 신앙을 중심으로 한 대승불교가 발달해갈 때

브라만교는 토착 신앙과 합해져 힌두교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힌두교는 비슈누, 시바, 브라흐마의 삼신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들을 모시는 다신교적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술적 요소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주문과 같은 상징적인 방법을 많이 통용되었습니다.

 

힌두교는 신에 대한 신앙을 통해

부와 수명 등을 구하는 세속적 복락을 구하는 측면이 강했습니다.

 

AD 320년경 중인도에 굽타 왕조가 흥기하였는데,

굽타 왕조는 정치적으로 힌두교(바라문교)를 국교로 하면서

힌두 신앙이 인도 대중들에게 깊숙히 파고 들어갔습니다.

 

이 때에 불교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밀교화된 측면이 나타납니다.

 

제자의 입문의식 때 국왕의 즉위식인

관정(灌頂,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의 작법을 불교에서 도입했습니다.

 

기도를 올릴 때 흙으로 만든 단을 쌓아

화로를 만들고 불을 피워 기도를 하는 작법과

기도를 위한 신성한 장소로서 만다라 단을 사용하는 것 등이 채용되었습니다.

 

만다라는 최초에는 지상에 만들어진 흙으로 만든 단이었지만,

나중에는 그림(회화)의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만다라에 모셔진 불보살님과 여러 신중들을께

갖가지 기도 의식이 행해지게 되었습니다.

 

기도의 작법인 의식이 점차 정비되는 과정에서

의식을 행할 때 외우는 다라니나 진언이 생겨나고

의식이 늘어남에 따라 다라니와 진언의 수도 증가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대승불교는

대중적인 신앙들을 수용하여 불교화시켰습니다.

 

아울러 대승 불교의 공사상과 유식 사상과 같은

사상적 측면이 결합하며 독자적인 밀교 경전이 만들어졌습니다.

 

띠라서, 기존 불교와는 다른 이질적인 면을 수용한

새로운 불교적 흐름이 바로 밀교입니다.

 

<부처님>

 

6. 대승 불교의 가장 발전된 모습

 

밀교에 대해 사람들의 평가는 다릅니다.

 

밀교를 대승불교의 가장 발전된 모습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밀교 경전인 <대일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얻으신 일체지지(一切智智)는

무엇을 인(因)으로 하고, 무엇을 근(根)으로 하며,

무엇을 구경으로 합니까?"

 

대일경의 교주이신 대일여래께서는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합니다.

 

"보리심을 인(因)으로 하고,

대비심을 근본으로 하며,

방편을 구경으로 한다."

 

즉, <대일경>은 부처님의 일체의 큰 지혜가

보리심을 원인으로 하여 일어나지만,

대자비로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방편"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에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큰 방편으로 밀교 수행으로

대승 사상이 결집된 가장 발전된 모습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밀교적 전통은 비불교적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밀교지만,

우리 불교 의식과 전통에도 수용된 불교가 밀교입니다.

 

이와 같은 밀교에 대해 차분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