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78) - 밀교(4) - 대일경의 사상>
1. 대일경
순수 밀교의 출발은
<대일경(大日經)>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대일경>은 일반 경전과는 달리
석가모니 부처님의 설법이 아니라,
대비로자나불(대일여래)가 설법합니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는 대중들은
일반 대승 경전과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대승경전은 보살대중, 성문승, 재가대중으로 구성됩니다.
그러나, <대일경>은 보현보살 등의 대보살님들도 등장하지만,
사리불, 목련 등의 성문승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된 대중은 '비밀주(主)'를 상수로 하는 일체의 지금강(持金剛)입니다.
<대일경>의 본래 이름은
<대비로자나 성불신변가지경(成佛神變加持經)>입니다.
대일여래(대 비로자나불)의 성불과 깨달음이 신묘한 변화(신변)를 일으켜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덕이 더해져서 동화되는 가지(加持)를 밝힌 경전이라는 뜻입니다.
대일여래의 성불, 신변, 가지의 교리는
<대일경> 제1품인 <주심품(住心品)>에 잘 나타납니다.
먼저 "비밀주"라는 지금강신이
대일여래께서 일체지지(一切智智)로써
자유자재하게 중생들을 구제하는 것을 찬탄합니다.
그리고, 대일여래의 일체지지(부처님의 지혜)는
"무엇을 인(因)으로 삼고, 무엇을 근(根)으로 하며,
무엇을 구경(究境)으로 합니까?"라고 질문 합니다.
대일여래께서는
"보리심을 인으로 하고,
대비를 근본으로 하며,
방편을 구경으로 한다."고 답합니다.
그리고, "만일 보리를 얻고자 한다면
이와 같이 자기의 마음을 여실하게 알아야 한다."고 설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여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여실자기심(如實自己心)'이 보리를 얻는 길임을 밝히면서
중생의 마음을 우동범부심(愚童凡夫心,어리석고 아이같고 범부의 마음),
세간의 160심(心)으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이를 초월하여 출세간의 마음을 내고
소승의 유온무아심(唯蘊無我心), 대승의 무연승심(無緣乘心)으로
상승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이 본래 불생불멸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후 드디어 진언문(밀교)의 극무자성심(極無自性心)에 이르는 과정을 설합니다.
그런데, 진언문(밀교)의 '극무자성심'은
최초의 보리심(우동범부심)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설합니다.
이처럼 보리심이 점점 향상을 이루어가는 것이
부처님과 같은 일체지지를 이루는 근본 원인이 된다고 합니다.
한편, <대일경>은 '방편을 구경으로 한다.'고 하면서 현실을 중시하고,
대일여래의 일체지지가 대비로서 중생들을 구제하는 '방편'에 최고의 가치를 둡니다.
방편을 궁극적인 것으로 보는 이유는
<대일경>의 세계에서는 현실 세계가 그대로
비로자나불의 세계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진리의 세계가 현실 속에 현현하여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이 가능한 것은 순수 청정한
'대일 여래의 마음(극무자성심)'에 비춰진 세계는
똑같이 순수청정하며 진리의 현현(나타남)으로서
비로자나불의 세계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대일경>의 초품인 <주심품>에는
보리심이 불완전하게 현현한 상태인 우동범부심으로부터
점점 보리심이 현현하여 극무자성심에 이르는 향상 과정이 자세히 밝혀집니다.
2. 태장계 만다라
제2품부터는 밀교적 성불의 방법인
밀교의 수행법에 대해 자세히 설해져 있습니다.
제 2품인 <구연품>에는 만다라의 작법,
만다라에 제자를 입단시켜 관정을 하는 방법 등이 설해져 있습니다.
<대일경>에 기초한 만다라는
'대비(大悲) 태장생(胎藏生) 만다라"입니다.
줄여서 '태장계 만다라'라고 합니다.
대일 여래는 대비 원력으로
중생들을 위해 각가지 몸을 나투시고,
중생들을 위해 갖가지 설법 교화를 행하며,
중생들의 성격과 근기에 맞게 서원을 밝힙니다.
이와 같은 대일 여래 부처님의 자비로운 만행에 의해
보리심을 성장 발전시키고,
마침내 중생을 제도하는 방편의 활동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보리심과 대자비와 방편의 덕이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뱃 속에 품어 자라게 한다는 뜻으로
'태장(胎藏)'이라고 합니다.
"태장계 만다라"는 중앙에 대일 여래가 위치하고
8방위에 4불(佛)과 4보살이 위치하는 것으로 형상화됩니다.
동쪽에 보당불, 남쪽에 개부화왕불,
서쪽에 아미타불, 북쪽에 천고뢰음불,
동남쪽에 보현보살, 남서쪽에 문수보살,
서북쪽에 관세음보살, 북동쪽에 미륵보살의
4불, 4보살의 8분이 원 위에 배치되어 있고,
이 8분의 위치에서 각각의 연꽃잎이 활짝 핀 형태를 나타냅니다.
무형의 대일 여래가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
보신(報身)으로 모습을 나투신 것이 4불입니다.
즉, 부처님의 지혜를 보배로운 깃발로 표현한 보당불부터,
부처님의 지혜가 활짝 피어 만개한 것을 나타내는 개부화왕불,
중생 구제의 모습을 취한 아미타불,
큰 소리로 설법하는 천고뢰음불의
보신불의 4가지 상태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4보살은 이러한 4부처님이 되기 위한
보살의 원인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리심을 상징합니다.
즉, 법신불인 대일여래가 보리심을 통해
성불로 이어졌슴을 밝힘과 동시에,
중생 구제를 위해서는 모습을 나타낼 때
4부처님과 4보살로 화현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법신인 대일여래가 신묘하게 변화한 보신불과 보살들이
중생들을 대비와 방편으로 제도하여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덕을 더하여 동화하는 "가지(加持)"의 덕을 베푸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태장만다라'는 대일여래의
성불, 신변, 가지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보리심, 대비심, 방편의
3가지 부처님의 지혜를 이루는 요소들을
세부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밀교 행자가 이 만다라를 관하고 수행함으로써 지혜가 열리고,
부처님의 마음인 대비심이 발현되는 것입니다.
3. 3중의 만다라
그리고, <대일경>은 3중의 만다라를 설합니다.
<구연품>에서 설하는 '대 만다라',
<전자륜 만다라품>에서 설하는 '법 만다라',
<비밀 만다라품>에서 설하는 '삼마야 만다라'가 그것입니다.
제 1만다라인 '대만다라'는
5가지 색(적,백,황,청,흑)으로 표현됩니다.
이것은 만다라를 흙으로 만든 단으로 만든다든가,
아니면 그림의 형태로 표현합니다.
만다라 중에서 부처님이나 보살님들을
신상(身像)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신(身) 만다라'라고 합니다.
밀교의 스승인 아사리는 "신 만다라"를 만들고
여러 부처님을 그려 제자를 불러서 만다라를 향해 꽃을 던지게 합니다.
이처럼 밀교 행자임을 확인한 다음,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인 관정을 하여
밀교 수행자로서의 자격을 부여합니다.
다음의 '법(法) 만다라'는 아(a), 라(ra),카(ka) 등의
'말' 또는 '문자'로써 여러 부처님들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語) 만다라'라고도 합니다.
다른 말로는 '종자(種子) 만다라'라고도 합니다.
제3의 '삼마야 만다라'는 여러 부처님들의
근본 서원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만다라를 설합니다.
모든 부처님들의 근본 서원은
부처님들의 뜻(意)에서 드러나는 것이므로,
이것을 '의(意) 만다라'라고 합니다.
이 3종의 만다라가 <대일경>에 설해져 있는데,
신구의 '3밀'의 교리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대일경>에서는 태장계 만다라를 중심으로
밀교의 교리가 체계적으로 완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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