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역사(79) - 밀교(5) - 금강정경의 사상>
1. 금강정경
이번 시간에는 <대일경>과 함께 밀교의 대표적 경전인
<금강정경>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금강정경(金剛頂經)>은 유가 탄트라의 근본 경전으로
요가(Yoga)를 중시합니다.
교학적으로 <금강정경>은
유가행파의 '유식 불교'와 관계가 매우 깊습니다.
반면 <대일경>은 자신의 마음이
본래 불생불멸임을 깨달아 '극무자성심'을 실현함을 설하고 있으며,
공사상을 중심으로 한 중관학파와 관계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대일경>은 비로자나불을 설하고,
마음을 중시하는 점은 <화엄경>의 사상을 계승한 측면도 있습니다.
<금강정경>도 비로자나불(대일여래)을
본존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대일경>과 같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밀교는 <화엄경>과도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강정경>이 유식 사상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금강정경>에서 설하는 5불(佛)은 5지(智)를 의미합니다.
5지는 유식사상에서 이야기한
식이 변하여 지혜를 이룬다는
"전식득지(轉識得智)"의 4지에
'법계체성지(法界體性智)"를 추가한 것입니다.
즉, 유가행파의 유식 사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앙의 비로자나불은 법계체성지,
동방의 아촉불은 대원경지(제8아뢰야식이 전변한 지혜),
남방의 보생불은 평등성지(제7말라식이 전변한 지혜),
서방의 아미타불은 묘관찰지(제6식이 전변한 지혜),
북쪽의 불공성취불은 성소작지(전5식이 전변한 지혜)를 나타냅니다.
이와 같이 5불은 5지이며,
여래의 성불이 5지로 전개되고 있슴을
만다라로 나타낸 것이 금강계 만다라입니다.
<금강정경>의 5불5지는
<금강정경>에서 설하는 5중의 성불,
즉 '5상 성신관(5相成身觀)' 을 만다라로 나타낸 것입니다.
때문에 이 금강계 만다라를 '성신회(成身會) 만다라'라고 합니다.
5상성신관은 <금강정경>에서 설하는 밀교의 독자적인 성불관입니다.
2. 5상 성신관
<금강정경>에 의하면
왕궁에서 태어난 일체의성취보살(석가보살)은
출가하여 6년동안 고행을 했으나 진실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체의성취보살은
비밀불교의 여러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그 부처님들의 인도에 의해 5상성신관을 닦아
"색구경천궁"이라는 천계의 궁전에서 깨달음(무상정등각)을 얻음으로써
비로자나 여래(금강계 여래)가 되었다고 합니다.
5상성신관의 제1관은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의 본질이 자성청정임을 달관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달 보리심'이라고 합니다.
즉, 자신에게 자성청정심이 있슴을 관하는 것이 통달보리심입니다.
이것으로써 동방의 아촉불의 본질인 대원경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제2관은 이 자성청정심에 의지하여 보리심을 일으킵니다.
이것을 "수(修) 보리심"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자신의 마음이 달과 같은 원만한
보배수레바퀴(월륜月輪)와 같다고 알고 평등성지를 얻습니다.
그리고, 남방의 보생여래로서 나타납니다.
제3은 이 보리심을 더욱 굳건히 하고,
이로써 굳센 금강심을 실현합니다.
금강은 깨달음의 지혜를 의미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금강의 지혜임을 아는 것입니다.
이것을 "성(成) 금강심"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묘관찰지를 얻고, 서쪽의 아미타불로써 나타납니다.
제4는 이 금강심을 더욱 굳건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말과 행동과 뜻의 신구의가 모두 금강계임을 깨닫습니다.
이것을 "증금강신(證金剛身)"이라고 합니다.
이로써 성소작지를 얻고, 북쪽의 불공성취여래로써 나타납니다.
이러한 신구의의 금강을 실현함으로써 금강계보살이 됩니다.
제5는 금강계보살이 비로자나불의 본질인
법계체성지를 얻어 대 비로자나불이 됩니다.
이것을 '금강계 여래'라고 합니다.
이 비로자나불의 5상성신관의 성불은
색구경천이라는 천상세계에서 실현됩니다.
이 일체여래의 평등성을 실현한 후에
비로자나불은 다시 인간계로 돌아와
석가보살의 몸으로 들어가 악마를 항복시키고 정각을 이룹니다.
일체여래의 평등성을 깨닫고 일
체여래와 융합한 비로자나불은 지혜의 몸(智身)입니다.
지혜는 형태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널리 퍼질 수 있고,
일체여래와 마찬가지로 법계에 꽉 차 있으며 무한합니다.
이것을 금강계여래라고 하는 것은,
비로자나불이 지혜의 몸임을 말합니다.
금강계여래의 "금강"은 깨달음의 지혜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금강의 지혜는 한가지 맛(일미一味)이며,
온 법계에 꽉 차 있슴으로 금강계 여래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석가보살의 몸에 들어가
색신으로써 나타나는 비로자나여래는 화신이며,
형상도 유한합니다.
만다라에서 4불의 중앙에 위치하는 비로자나불은
이러한 2중성을 가진 부처님입니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법신으로서의 비로자나불이 있습니다.
일체 여래는 법계에 꽉 차 있으며,
우리들 중생들도 법계 이외의 곳에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깨달아 일체여래의 가지(加持)를 받아
밀교의 요가에 들면 범부들도 그 자리에서
5상성신관을 나투어 비로자나불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지금 현재 이 몸으로 성불을 이룰 수 있다는
밀교 특유의 "즉신성불(卽身成佛)"의 교리가 성립합니다.
3. 금강계 만다라
한편, 성신회의 만다라는
37존 만다라로써 37존으로 성립합니다.
이러한 성신회의 만다라를 "금강계 만다라"라고 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중앙의 원과
그 사방에 4원을 그려서 모두 5개의 원을 그립니다.
중앙의 원에 대 비로자나여래(대일여래)를 그리고
사방의 원에는 동쪽으로부터 차례로
아촉불, 보생불, 아미타불, 불공성취불의 4불을 그립니다.
이 5원을 5륜이라고 하며,
중앙의 대일륜은 여래부, 동쪽의 아촉륜은 금강부,
남쪽의 보생륜은 보부, 서쪽의 아미타륜은 연화부,
북쪽의 불공성취륜은 갈마부라고 하고,
5불과 각각의 륜(원)내의 제존을 5부에 배속시키는 것입니다.
5부의 "부(部)"는 가족, 종족이란 의미로서,
원(륜)안의 제존의 집합을 이러한 그룹으로 보는 것입니다.
아촉륜 중에는 금강살타, 금강왕, 금강애(愛), 금강희(喜)의 4친근의 4존,
보생륜 중에는 금강보(寶),금강광(光),금강소(笑),금강당(幢)의 4친근의 4존,
아미타륜 중에는 금강법(法), 금강리(利), 금강인(因), 금강어(語)의 4친근의 4존,
불공성취륜 중에는 금강업(業),금강호(護),금강아(牙),금강권(拳)의 4친근의 4존,
중앙의 대일륜에는 대일여래를 공양하기 위해
금강바라밀,보(寶)바라밀,법(法) 바라밀,갈마바라밀의 4존을 시현합니다.
이상으로 5륜 속에는 5불과 20존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위의 그림처럼
5불의 5륜을 둘러싸는 대륜(큰 원)을 그리고
다시 그 바깥 쪽에 이 대륜을 둘러싸는 정사각형을 그린 다음
정사각형 선상의 중앙에 4문(門)을 설치합니다.
다음에 대일여래는 4불에 대한 공양에 대한 보답으로
대륜의 안쪽, 소륜의 바깥쪽에
금강희(嬉), 긍강발(髮), 금강가(歌), 금강무(舞)의 4천녀(天女)를 시현합니다.
4불은 이에 응하여 대륜 밖의 정사각형의 모퉁이에
금강소향, 금강화, 금강등, 금강소향의 4천녀를 또한 시현합니다.
대일여래는 이로써 점점 위엄스런 빛을 더하고,
사방의 4문에 금강구, 금강색, 금강진, 금강령의 4섭(攝)을 시현합니다.
이상으로 5불 32존이 되며,
만다라 중에 총 37존이 모셔지는 것입니다.
4. 금강
그리고, 37존의 만다라를 기본으로 하여
더욱 많은 보살이나 천녀를 등장시켜
더욱 많은 존(尊)들이 포함된 만다라를 그리기도 합니다.
이 37존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는데,
그 특색은 중앙의 대일여래와
4방의 4불간의 상호 공양의 법을 밝힌 것입니다.
특히, 만다라에 여성 보살이 있는 것은
깨달음의 지혜를 여성으로 상징화한 것입니다.
인도어는 남성, 여성명사가 있는 것이 특징인데,
반야(Prajuna)나 바라밀(Paramita)은 여성명사입니다.
그래서, 반야를 "부처님을 낳는 불모(佛母)"라고 보는 것이
<반야경>과 <유마경>등의 경전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반야를 부처를 낳는 어머니에 비유하며
여성원리로서 파악하는 관념이 밀교에서 계승된 것입니다.
<금강정경>은 '금강'을 경의 제목으로 삼은 것은
반야로서의 금강을 중시하기 때문입니다.
금강을 "바즈라(Vajra)"라고 합니다.
이것은 "금강저"라는 인드라신의 무기로 천둥 번개를 의미합니다.
불교에서는 천둥번개처럼 번뇌를 소멸시키는
예리한 반야의 지혜를 '금강'에 비유합니다.
이러한 금강의 지혜는 대승의 공성에 입각한 지혜입니다.
이 지혜는 부처님의 지혜이므로
부처님의 법신이나 보신에 갖추어진 지혜입니다.
따라서 금강계(성신회) 만다라에서는
5불의 사방에 시현한 16존이나
여러 천녀들에게 금강애, 금강보 등등으로
모두 "금강"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이것은 법계에 있어서 일체가 금강 아님이 없다는 뜻입니다.
즉, 깨달음의 지혜가 공의 지혜라는 것과
제법의 본성이 공이며,
공이 만물에 편재하고 있다는 것과 상응하여
일체를 금강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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