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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역사

불교의 역사(82) - 삼밀가지 수행(1) - 신밀 수행

by 아미타온 2025. 2. 16.

 

< 불교의 역사(82) - 삼밀가지 수행(1) - 신밀 수행 >

 

<일본 밀교 수행자, 홍법대사 쿠카이 스님>

 

1. 삼밀가지 수행

 

밀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그대로 진리의 현현이고,

진리가 활동하는 부처님(대일 여래)의 세계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상을 떠날 수는 진리가 있을 수 없고,

현상의 활동이 바로 진리의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밀교적 각도으로 바라본다면

우리가 몸과 말과 행동으로 행하는 삼업(三業)은 곧 삼밀(三密)입니다.

 

부처님의 삼밀은 그대로 중생의 삼밀이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중생은 여전히 중생입니다.

 

부처님의 삼밀은 중생에게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비밀스런 경계입니다.

 

이 비밀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수행이 필요합니다.

 

바로 '삼밀 수행'입니다.

 

삼밀 수행은 부처님의 삼밀을

밀교 수행자의 삼업(三業)에 투영하여,

부처님의 삼밀을 밀교 행자의 체험 속에서 하나가 되는 훈련입니다.

 

밀교 행자는 부처님의 삼밀을 상징 형태로 자신의 몸에 수지하고,

그 상징을 반복 수행함으로써 본질로서의 자신의 삼밀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 때 본질로서의 진리의 활동과 현상으로서의

개인의 활동이 일치하는 경지를

'삼밀상응(三密相應)' 또는 '삼밀가지(三密加持)'라고 합니다.

 

삼밀 수행의 연원은 고대 인도의 종교적 수행인

요가(Yoga)행까지 소급될 수 있습니다.

 

이 요가행이 불교에 차용되어 대승불교를 거쳐

밀교에서 정연한 체계를 가진 수행 관법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밀교적 삼밀 수행을 최초로 설한 경전은

<밀적역사경(密跡力士經)>입니다.

 

이 경은 신밀(身蜜)인 인계(印契),

구밀(口蜜)인 진언(眞言),

의밀인 불경계(佛境界)를 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밀수행이 완전히 밀교적 수행으로

체계화된 것은 <대일경>과 <금강정경>입니다.

 

 <대일경>에 대한 논서인

<대일경소>는 다음과 같이 설합니다.

 

"삼밀가지로 들어가는데는 3가지 문이 있다.

하나는 신밀문이고,

둘째는 구밀문이고,

셋째는 의밀문이다.

이를 아래로 넓혀 설명하면

세가지 방편으로 자신의 삼업을 정화하는 것이니

바로 여래의 삼밀과 가지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방편행으로 삼밀문을 설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부터는 밀교의 삼밀문(三密門)인

신밀문, 구밀문, 의밀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밀교의 오방불의 수인(手印)>

 

2. 인계(印契)

 

몸가짐으로써 부처님 세계와 하나되는 것을

'인계(印契)'라고 합니다.

 

인계는 인도 말로는 '무드라(mudra)'라고 합니다.

 

고대 인도어인 '무드라'는

반지의 모양으로 만든 도장을 뜻하는 말입니다.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를 삼법인이라고 합니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일체개고 가 그것입니다.

 

삼법인은 마치 도장을 찍은 것 같이

'틀림없다', '진실이다', '허망하지 않다'는

3가지 진리라는 의미입니다.

 

인계 또한 도장과 같이

틀림없다, 진실이다. 허망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밀교에서 인계는

일차적으로 손의 모양인 수인(手印)을 가리킵니다.

 

더 나아가서는 불상의 모양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금강정경>의 5방(동,서,남,북,중)의

부처님의 상(대일여래,아미타불 등)이 그 예입니다.

 

<금강정경>에서는 밀교 행자가

손에는 수인을 맺고,

입으로는 진언을 지송하고,

마음으로는 5방의 부처님을

생각으로 관하는 관상을 하라고 가르칩니다.

 

밀교가 이와 같은 인계를 채용한 동기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요가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인계를 통해서 마음을 한 곳에 묶어서

유상(有想) 요가의 삼매를 성취하려는데 있습니다.

 

밀교 행자가 인을 맺는 것,

그것은 단순한 모방이나 제스처의 영역을 뛰어 넘어

진리의 어느 한 면, 바로 그 자체로 화(化)해 버리는 것입니다. 

 

<부동명왕>

 

예를 들어, 어느 밀교행자가

부동명왕의 인을 맺는다고 합시다.

 

그는 부동명왕의 경지인,

자비에 바탕을 둔 분노를 그대로

자신의 몸으로 나타내고 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계는 예전부터

은밀하게 감추어야 할 것으로 간주되어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인식되어왔습니다.

 

행자가 인(印)을 맺을 때는

옷 속에 감추고 행할 때도 있습니다.

 

한 예로 티벳 밀교 사원에서는

'가타'라고 하는 얇은 천으로

부처님의 인을 감추고 수행하는 예가 대표적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의사를 손으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인도인들은 손으로 표시하는 것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3. 수인의 종류

 

그래서 밀교에서는 손으로 나타내는 인계인

수인으로써 여러 가지를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남에게 무엇을 주려고 하는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서

손을 앞으로 내밀어서 손바닥에 있는 것을 주는 시늉을 합니다.

 

오른쪽 손을 들어서 주는 표시를 합니다.

 

이것을 차용한 것이 중생들의 소원을 다 들어준다는 상징인 

"여원인(與願印)"입니다.

 

부처님이 항상 설법하시는 모습을 보여 주려면

수레가 쉬지 않고 구르듯이 법의 수레를 굴리는 모양으로

"설법인(說法印)"이나 "전법륜인(傳法輪印)"을 합니다.

 

부동의 마음으로 진리와 계합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두 손바닥을 배꼽 아래에 포개서 놓은 선정인(禪定印)을 합니다.

 

또한, 손을 합장하거나

주먹을 쥐는 모양에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합장과 주먹을 쥐는 인계를 통해서

내가 부처님께로 향하고, 내가 부처가 됨을 상징합니다.

 

<12가지 합장인>

 

4. 합장인


합장하는 인계에 있어서도 12종이 있고,

주먹을 쥐는 인계에는 6종이 있습니다.


합장에는 열 손가락을 굳게 붙여서

손가락 끝이 뒤로 젖혀지게 하면

이것은 견실한 마음의 표시로서

"견실심합장(堅實心合掌)"이 됩니다.

 

손바닥을 붙이지 않고 둥글게 공간을 두면

그것은 둥근 모양을 본뜬 것으로

허공과 같은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하며,

이것을 "허심합장(虛心合掌)"이라고 합니다.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어

금강의 진리에 들어간 것을 나타내기 위해 

합장한 손끝을 서로 교차시켜

범부인 왼쪽 손가락과 부처인 오른손가락 끝이

합일하는 모습이 "귀명합장(歸命合掌)"입니다.

 

<권인>

 

5. 권인(眷印)


다음에 주먹을 쥐는 것을 살펴봅시다.

 

주먹을 쥘 때 한 손만 쥐는 경우와

두 손을 다 쥐는 경우가 있습니다.

 

먼저 한손만 쥐는 것을 봅시다.


엄지 손가락을 손바닥 안에 넣고, 

둘째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의 등을 누르고

주먹을 쥐기도 합니다.

 

이것은 신 · 구 · 의의 세 가지 합일하여

활동하는 금강신의 모습이니

"금강권(金剛眷)"이라고 하고,

"삼밀합성인(三密合成印)"이라고도 합니다.

 

<항삼세명왕의 분노권>

 

또한, 금강권에서 둘째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세워 조금 굽혀서

이빨 모양으로 합니다.

 

이것은 모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그를 항복시키는 분노의 모습인 "분노권(忿怒拳)"입니다.

 

이 권인은 부동명왕인 항삼세명왕(降三世明王),

또는 일체마보살(一切魔菩薩)의 인계입니다.

 

<지권인>

 

6. 합일(合一)

 

인간의 내면의 마음이 밖으로 표현되고,

또한 밖으로 표현된 형식을 통해서

내면의 마음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합장을 하면 '인사한다'는 뜻을

몸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 때 인사말을 한다면 진언이 되고,

마음으로 공경의 뜻을 품는다면 관(觀)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구, 의(몸과 말과 마음)로 나타낸 표현이 삼밀인데,

밀교의 수행은 이러한 행동과 말과 마음을 일치시켜

동시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부드러운 마음을 가지려면 웃는 얼굴을 지어야 하고,

분노하려면 무서운 얼굴을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밀교 경전에서는 여러 가지 수인을 설하면서

그에 상응한 진언을 염송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편, 인계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불교의 교리를 나타내는 뜻으로서

교리의 규범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삼법인 또는 사법인(삼법인+열반적정)이

대표적입니다.

 

둘째는 불보살님이 손에 갖고 중생을 제도하는 도구이니,

그것은 불보살의 서원을 상징한 것입니다.

 

섯째는 행자가 손에 맺는 인계인데,

인계는 법계의 실상, 부처님의 몸을 상징합니다.

 

행자가 인계로서 부처님의 실체를 파악하고,

부처님이 되는 실천으로서의 신밀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수인을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몸으로 나타내는 모든 행위가 인계를 떠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대일경> [밀인품(密印品)]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합니다.

 

"비밀주여!

이들 몸의 모든 움직임이나 머무는 동작은 밀인(密印)임을 알고,

이들의 혀를 움직여서 말하는 것은 모두 진언임을 알아라" 

 

밀교에서는 부처의 세계에서는

손발을 움직이는 것이 모두 밀인이요,

입을 벌려 말을 하는 것이 모두 진언이며,

마음에 생각하는 것이 모두 삼매의 세계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손으로 인계를 맺는 수행은

몸으로 행하는 포즈를 통해서

부처님의 행위와 같은 나를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불보살님들이 가지고 있는

도구의 형태를 사용하는 것은

불보살의 서원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생활이 불보살님의 서원같이 실현되기 위한 것입니다.